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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민심’은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이용자들이 진보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트위터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상 지지층보다 ‘반한나라당’ 세력이 더 많이 포진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고요.

하지만 트위터 사용자들의 마음속에는 ‘정파’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이 최근에 있었죠. 일주일이 넘도록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한명숙 계정 언팔 운동(이하 언팔 운동)’입니다. 이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트위터 계정(@HanMyeongSook)을 팔로잉하던 트위터 이용자들이 팔로잉을 해제하자는 운동을 벌인 것인데요. 민주통합당 출범과 대표 선출 이후 한 대표와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문제의식을 느낀 트위터 이용자들이 집단적으로 비판·항의의 뜻을 표현한 운동입니다.


사건은 지난달 31일, ‘요지경’이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사용자(@yoji0802)가 올린 멘션에서 시작됐습니다. ‘요지경’은 트위터에 “한나라 야합으로 석패율제를 결정한 도로 민주당 한명숙 대표를 규탄합니다. 방금 한 대표를 언팔했고, 오늘 이후 어차피 대표 당선 후 멘션도 없는 한 대표 계정 언팔 운동 하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글 말미에는 ‘#한명숙계정언팔운동’이라는 해시태그(관심어 꼬리표)를 달았죠. 그는 야권 연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과 함께 석패율제를 도입키로 한 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책이 미비한 점, 김진표 원내대표 등 구민주당 세력의 문제점 등을 연이어 비판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타임라인에는 이 멘션을 RT(리트윗)하거나 똑같은 꼬리표를 붙인 멘션 등이 잇따랐고, 한 대표와 민주통합당에 대한 쓴소리가 줄을 이었습니다. @go***21은 “우리들의 지지가 우리들의 승리가 아닌 저들(민주통합당)만의 승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며 언팔 운동에 동참한다고 밝혔고요. @ar***zoa는 “소탐대실하는 얼빠지고 오만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정신 못 차리면 레드카드도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명숙 언팔 운동은 민주당을 향한 시민들의 애정 어린 외침”(@jo***ee1)이라는 글도 있었죠. 한때 18만명에 육박했던 한 대표의 팔로어 수는 언팔 운동 직후 16만60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한 대표는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될 때 모바일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온라인에서 지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았으니, 역설적이지요. 한 대표는 언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소통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은 법”이라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한 대표는 6일에야 “트친님들 목소리,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습니다. 약속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다 짜내고 있습니다. 더딜 수도 있지만, 지켜봐 주세요”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SNS는 기성 정치판의 잣대로 볼 수 없는, 가장 솔직한 민심이 쏟아져나오는 공간입니다. 정파도 성역도 없습니다. 어제의 지지자도 오늘의 비판자가 될 수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겠지요. 최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나꼼수 비키니 시위’도 마찬가지입니다.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왔던 누리꾼들은 이번 비키니 시위에 대한 <나꼼수> 측의 반응에도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치적 사안에는 진보적이면서도 여성에 대해서는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태도를 보인 ‘나꼼수 마초이즘’을 질타하는 입장이 있죠. 소설가 공지영씨 등도 불쾌감을 토로하고 여성단체의 사과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적인 입장이 주류 언론사들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번엔 ‘엄숙주의’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재반박이 이어집니다.

비키니 시위를 한 여성은 “나꼼수가 사과하는 건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부터의 진실된 외침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여성 누리꾼 카페들의 대표 격인 이른바 ‘삼국카페(소울드레서, 쌍화차코코아, 화장발)’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여성을 보는 시각의 문제”라며 “나꼼수에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고 선언했습니다.

무조건적인 ‘<나꼼수> 사랑’을 보내주는 공간 같던 SNS는 이렇게 살아 움직이며 어떤 권력이든 비판하고 재평가합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 SNS가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발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표현의 자유’가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구시대적인 이분법으로 갈린 우리 사회의 경직된 여론이 다양한 얼굴들로 나타나는 곳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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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세계는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각종 이슈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 유통되고 증폭되는가 하면, SNS 스스로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기존 미디어가 해내지 못한 역할을 해내며, 소셜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톡톡히 인정받았습니다.

올해 1월,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을 세상에 알린 것은 기성언론이 아니었죠.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던 그들의 아름다운 연대를 세상에 알린 것은 SNS였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홍대 농성장을 직접 찾아가 음식과 이불 등을 전달했고, 노동자들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웠습니다. 기성언론들은 화제가 되자 뒤늦게 기사를 따라 썼죠. 시민들의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일까요. 마침내 농성 49일 만에 노사협상이 타결됐습니다.

홍익대 투쟁을 필두로, 시민들은 올 한 해 참 많이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봄을 앞둔 늦겨울, 많은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지난여름 시민들은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김진숙씨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응원했습니다. 늦가을이 되자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반대하기 위해 국민들이 거리로,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의 한 가운데에 SNS가 있었습니다. SNS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거미줄처럼 이어 주었습니다. 함께 고민할 문제, 함께 분노할 만한 문제가 있으면 순식간에 트위터로 RT(리트윗)되면서 들불처럼 퍼졌습니다.


소셜테이너의 역할도 컸습니다. 배우 김여진·방송인 김제동·가수 박혜경씨 등 SNS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정치적 신념을 표출하는 연예인들은 온라인 세계에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빅 마우스’가 되었습니다. 김여진씨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홍익대 청소 노동자 해고 사태 등 올 한 해 최고 이슈의 한가운데에 섰고, 김제동씨도 반값 등록금 등 현실 문제에 대한 발언을 많이 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수 이효리씨는 유기견 보호운동과 투표 독려 활동을 통해 기성 미디어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주목받는 엔터테이너로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올 한 해 있었던 투표에서 SNS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선거의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지난 4·27 재·보궐선거, 6·2 지방선거는 명실상부한 ‘소셜 선거’였습니다. 네티즌들은 투표를 마친 뒤 ‘투표 인증샷’을 SNS에 올렸고, 이는 자발적인 투표 독려 운동으로 확산됐습니다.

8월24일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는 SNS 여론이 정확하게 투표 결과로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오세훈’ 등의 키워드와 관련한 SNS 메시지를 분석해보니 부정적 표현이 70~80%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죠. SNS가 단순히 선거 분위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겁니다. 트위터 여론이 그만큼 민심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반면 기존 미디어, 특히 보수 종이매체들의 여론조사는 표심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SNS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이 퍼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SNS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한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나 후보 측은 트위터에 이른바 ‘자뻑트윗’을 올려 망신당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전후해 친한나라당 멘션을 날리는 ‘달걀귀신(초보 트위터사용자)’들이 우르르 나타나 ‘알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SNS가 민심을 반영해주는 창이라기보다는 ‘여론 조작의 도구’인 걸로 잘못 해석했던 듯합니다.

정부는 SNS를 통제하려는 잇단 시도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달 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심의하기 위한 기구인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여론 통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법조계에서까지 정부의 SNS 통제 움직임에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한 판사는 “나치와 비슷한, 반인권적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지요.

SNS를 둘러싼 음모론에, 괴담에, 보수언론과 당국의 ‘흠집내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웃지 못할 소동도 많았습니다. MBC <100분토론> ‘신촌냉면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전화를 건 시청자가 “트위터 악성 멘션 때문에 냉면집이 망했다”고 주장했는데 알고 보니 냉면집을 운영한 적조차 없는 사람으로 판명됐죠. 말장난에서 비롯된 ‘숨쉰 채 발견’ 놀이에 기성 언론이 비난을 퍼부은 것도 빼놓을 수 없네요. 이런 비난에 대해 트위터 사용자들은 “SNS를 탄압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맞섰습니다.

올해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의 사용자 증가 속도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하죠. 2012년에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두 차례나 있습니다. 올해보다도 SNS의 활약이 더 커지고, 더욱 다사다난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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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톱스타 이효리 자택서 숨쉰 채 발견(1보).’

지난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휩쓴 멘션입니다. 깜짝 놀라셨죠? 언뜻 보면 톱스타 이효리의 사망소식 같으니까요. 찬찬히 다시 읽어보면 맥이 빠집니다. ‘숨진 채’가 아니라 ‘숨쉰 채’입니다.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너무하다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실소가 터져나옵니다.


며칠간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선 이것이 하나의 ‘놀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이 멘션을 ‘조금 심한 농담’ 정도로 여기고, 주어를 바꿔가며 유통시켰습니다. 15일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16일엔 코미디언 강호동 버전의 ‘숨쉰 채 발견’ 멘션이 회자됐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들의 ‘사망설’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RT(리트윗) 한번으로 삽시간에 퍼지는 트위터의 놀라운 전파력 때문이었지요.

파장이 커지자 곧 ‘자정작용’이 시작됐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이렇게 장난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느낀다는 게 문제”(@m*******u), “욕 드시고 싶지 않으면 이런 장난은 금지하도록”(@R********Y) 등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사건이 커진 것은, 오히려 보수 언론들이 뛰어들면서였습니다. 조선일보는 16일자 기사 ‘강호동이 죽었다고? 도 넘은 SNS’에서 “막강한 정보 전달력을 가진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유명인 거짓 자살 루머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른 많은 신문·방송도 ‘도 넘은 장난’ ‘악질 희학’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언론의 비판은 점차 ‘SNS 자체의 위험성’ 쪽으로 확장됩니다. SNS가 검증되지 않은 ‘괴담’을 유포하는 근원지라는 주장입니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요즘 보수 언론들은 SNS 경계심으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자 사설에서 “신문·방송 등의 전통 매체와 달리 메시지가 취사선택, 정화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잘못 쓰이면 언어 테러의 흉기나 다름없다”고 했고, 동아일보는 12일자 사설을 통해 “인터넷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협박이 인민재판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이 종국에는 ‘악플’을 양산하는 ‘쓰레기통’이 되어버렸다는 극단적인 비관론입니다.

가뜩이나 정부·여당에서 SNS를 규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와중입니다. 검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괴담’을 유포한 이들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했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기구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음모론’까지 등장했네요. “트위터와 SNS를 탄압하려는 고도의 전략 아닌가?”(@wi********n), “SNS의 부작용이나 폐해 쪽으로 몰고 가서 통제하려는 속셈으로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sk*******6)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어쩌면 ‘숨쉰 채 발견’은 기존 권력과 주류 언론에 대한 조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언론계에서 상투적으로 써온 기사체로 작성된 멘션은 그 자체가 풍자고 해학일 수 있습니다. 서울여대 주창윤 교수는 경향신문 17일자에 실린 칼럼 ‘괴담과 유언비어’에서 “유언비어(혹은 괴담)는 소통의 회로가 자유롭지 못하거나, 균형을 잃은 소통이 지배할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사회에서, 주류에서 벗어난 의견을 때려잡는 방식이 반복될 때 사회는 점점 더 위험한 방향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경향신문 김철웅 논설실장은 칼럼 ‘괴담을 좇는 사회’에서 “중간지대는 무시한 채 그렇게 몰아버리면 소통은 거기서 끝”이라고 경고합니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일, 이 정부 들어 너무 자주 봅니다.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린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도 괴로운 일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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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족발집이든 마포 껍데기집이든 ‘맛집’이 몰려있다는 동네에 가보면 비슷한 장면이 있다. 요란한 TV 맛집 프로그램 방영 광고판이 달린 집과 없는 집에 극명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광고판이 달린 집에는 북적북적 손님이 넘쳐나고, 없는 집에는 파리가 앉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

TV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실체와 허구를 낱낱이 파헤친 영화 <트루맛쇼>가 화제다. TV에 소개된 맛집들이 사실은 브로커들에게 돈을 주고 프로그램에 일종의 ‘광고’를 한 것이고, 그래서 이런 맛집들의 ‘맛’은 정작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는 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영화는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라는 날카로운 멘트로 시작된다.

영화 '트루맛쇼'


맛집 프로그램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망가진’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우후죽순 생겨난 맛집 프로그램들은 이후 10년간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90년대에도 전국의 특산물을 소재로 한 맛 기행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음식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프로그램은 2000년대의 새로운 트렌드다. 과거 기사를 검색하다보니 2002년에 새로운 방송 트렌드로 맛집 프로그램 기사가 경향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다.

2002/03/05(화) 33면
‘먹는게 최고’음식프로 넘친다 - 맛대결.식당 소개.보양식.건강정보 등 다뤄

지금 TV는 ‘음식천하’다. 최근 음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SBS ‘장미의 이름’, MBC ‘찾아라! 맛있는 TV(사진)’ ‘일요일 일요일 밤에-건강보감’ 등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음식을 두고 게임을 벌여 승자를 가리거나 맛대결을 벌이는 코너가 인기다. ‘VJ특공대’ ‘VJ클럽’ ‘출동 6㎜ 현장 속으로’ ‘리얼코리아’ 등에서도 소문난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단골 아이템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인기는 경제사정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의견. 지난 2일 첫 방송된 신설 프로그램 SBS ‘생방송 잘먹고 잘사는 법’의 이윤민 PD는 "IMF 여파가 걷히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시청자들의 관심이 ‘잘 먹는 것’에 쏠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먹는 것에 대한 본성을 자극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방송작가 원성진씨는 "음식 프로그램은 일단 먹음직스런 음식 화면으로 시각과 미각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생방송 잘먹고 잘사는 법’은 음식을 소재로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테마음식 대탐험’ ‘강력추천, 이주일의 음식’ 등은 물론이고 ‘뱃살프로젝트’를 통해 운동과 올바른 식단관리 등 정보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찾아라! 맛있는 TV’는 매주 국내와 미국.일본.필리핀 등의 유명 맛집 14곳과 ‘스타의 맛집’ 1곳을 소개한다. ‘장미의 이름’은 매주 2가지 음식메뉴를 갖고 맛대결을 펼치고 ‘건강보감’은 보양식 관련 음식들을 주로 등장시킨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도 많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고급요리에만 치중해 실용성이 없다" "출연자들이 음식을 두고 장난치거나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이 꼴불견이다" 등의 의견을 비롯해 "해외에서 소개하는 희귀음식들은 사치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맛집의 간접광고나 ARS 자막방송도 문제다.
각 방송사들이 봄 개편을 맞아 새로운 음식관련 프로그램을 기획중이어서 ‘음식천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민 PD는 "이제는 단순히 맛있고 보기 좋은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이로운 음식을 바르게 먹는 법에 대해 다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당시 사람들은 음식을 방송의 소재로 다룬다는 데 대해 의아해했다. 음식이란 맛과 향이 관건인데, 과연 그 복합적인 감각들을 방송 화면으로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괜한 걱정이었다.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는 음식들을 TV 화면 속에서 클로즈업했을 때 보는 이들에게는 ‘상상’의 문을 더욱 열어줬다. ‘저렇게 먹음직스러운데, 저렇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얼마나 맛있을까’ ‘출연자가 저렇게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과는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이 돈을 내고 출연한 과정을 고발한 맛집 프로그램 중 하나인 '찾아라! 맛있는 TV'


하지만 이런 맛집 프로그램들이 승승장구하자 여기에는 ‘돈’이 꼬이기 시작한다.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기 위해 외주제작사, 협찬사, 식당 간의 얼키고 설킨 부당거래가 존재한다고 영화는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적나라한 고발에 해당 방송사들은  “사실과 다르다” “함정 취재다” “협찬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의 주장을 듣고 보면
영화 속 장면들도 역시 연출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어쨌건 아직 진실은 무엇인지 논란만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논란들이 전혀 실체가 없는 일일까? 한 일간지의 맛집 담당 기자가 우연히 들른 음식점에서 “맛집 소개를 담당하고 있는데 기사를 내고 싶다”고 하자, 주인장이 “그런 데 나가면 주변에서 ‘돈 얼마나 줬냐’ ‘기자한테 뭘 해줬냐’고 물어서 오히려 골치가 아프다”며 거절했다는 일화를 들은 적 있다.

또 TV에 소개된 맛집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한 지인은 “그 리스트의 3분의 1 이상이 지금은 문을 닫았는지 연락조차 안 되더라”고도 말했다. 방송 이후 장사가 잘 돼 더 좋은 곳으로 점포를 확장해간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TV에서 과장되게 표현된 맛에 오히려 실망을 해 손님이 끊긴 경우다. 맛집 프로그램에 손님으로 출연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모으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트루맛쇼>가 지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꺼림칙한 현실이다.

'트루맛쇼'의 한 장면


누구나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고 검증을 원한다.

때문에 공신력 있는 매체를 통해 알려진 대상에 대해선 신뢰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공인된 매체가 상업적인 목적 없이 무언가를 소개하는 일은 대놓고 ‘우리 것이 좋다’고 광고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행위다.

광고가 무조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광고는 일종의 정보가 될 수 있고, 경쟁 업체들 간에 자사 제품의 좋은 점을 소비자들에게 비교·분석할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광고를 목적으로 매체가 발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광고가 매체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엄청난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속성 때문에 광고는 도구만 된다면 무조건, 어디에든 파고드는 속성이 있다.

요즘엔 방송이나 신문 등 전통적인 매체에서 알려주는 정보보다 블로그, 카페, SNS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고 싶을 때, 어떤 맛집을 찾아가고 싶을 때, 나보다 먼저 경험한 다른 이들이 ‘후기’ ‘체험’ 식으로 기록한 콘텐츠들이 선택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대중 매체보다도 한 개인이 목적없이 경험한 것에 대한 기록이 오히려 신빙성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SNS, 포털의 세계


그러나 요즘 보면 개인 미디어로 여겨지는 신생 매체들 속에도 ‘돈 냄새’가 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파워 블로거들이나 대형 카페에 기업의 광고성 낚시글이 범람한다. 나의 경우에도 결혼을 앞두고 결혼 관련 카페를 통해 정보를 찾다 광고성 낚시글인지도 모르고 현혹된 적이 여러번 있다.

정재승 KAIST 교수는 SNS 시대와 관련, “물건을 구입하고 소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함께 경험을 파는 시대”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 소비될 수 있음을 간파한 수많은 광고주와 광고업체들은 사람들의 순수한 경험들에 개입해 광고 수단으로 삼고야 만다.

프랑스에는 세계적인 음식 잡지 ‘미슐랭 가이드’가 있다. 타이어 제조업체인 미쉐린이 발간하는 미슐랭 가이드가 독자들로 부터 신뢰를 얻고 세계 최고의 음식 잡지로 거듭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심사관이 마치 암행어사처럼 일반인으로 가장하고 음식을 맛보는 식으로 자신들만의 ‘공정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이에 돈이 오갔다면 과연 그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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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송사서 변명, 해명한 것도 2011.05.13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덧붙이긴 해야할 듯 싶네요.

    정확히 어느 쪽이 거짓말이나 왜곡질을 하고 있는 지 제대로 보이지 않거든요.
    그런 거라면, 양쪽의 시각을 모두 적어주는 게 옳다고 보여집니다.

    암튼, 저런 얘기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좀..

    제길~

  2. 강동원 2011.05.19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돈 냄새 난다는 기사 보고 들어왔더니

    우연찮게 여기구만요...ㅎㅎ


    잘 지내시죠? 지금 서울에서 교육 중인데 여기 구경 한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ㅋㅋ

    복귀 해서도 자주 놀러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