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서 돌아온 전, 분개하고 말았습니다!
휴가 가기 전, 고이고이 모아놓은 커피 쿠폰! 7잔 마시면 1잔 공짜로 준다던 그 쿠폰! 12월부터 착한시민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11월 안에 다 모으자고 열심히 마셨던 그 쿠폰이... 아 글쎄 휴가 다녀오니 유효기간이 다 된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않은 제 불찰이 가장 크겠지요. 하지만, 7잔 마시면 1잔 준다고 그렇게 저를 유혹해놓고 (유혹당한 제가 바보이긴 합니다만) 시간 지났다고 이 쿠폰을 덜렁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다니요.
생각해봤습니다. 지갑 곳곳에 숨어있는 ‘도장’ 쿠폰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커피 10잔 마시면 1잔 공짜, 메인 메뉴 10개 시켜 먹으면 샐러드 1개 공짜 등…. 겨울이면 별다방에서 미끼로 내건 상품 ‘다이어리’ 때문에 배부른데도 커피 한잔 더 시켜먹었던 경험, 다들 한번씩 있으시잖아요?
소비자의 지갑을 슬그머니 열게 하는 도장 쿠폰들이야말로 소비의 적입니다.
도장 쿠폰을 사용하다보면 내가 이 도장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기분이 가끔 듭니다. ‘하나만 더 채우면, 하나만 더 채우면’ 하는 생각에 필요도에 대한 고민을 덜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유효기간이 있는 쿠폰이라면, 그 혜택을 받기 위해 쫓기듯 소비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도장을 다 채웠다는 기쁨도 잠시, 공짜로 마시게 되는 커피는 어째 그 만족도가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왜인지 생각해봤는데요. 아무래도 공짜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아, 이제 또 다시 도장을 찍어야 이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아닐까요?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할인쿠폰이나 신용카드 중에 얼마 이상 사용하면 할인해주는 식의 제도들도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겉으로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결국 소비자의 지갑을 더 열게 하려는 속셈인 것이지요.
문득, 커피 도장 쿠폰하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네요.
제 막내동생이 얼마전에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요. 친구한테 몰래 도장 쿠폰을 더 찍어주다가 사장님한테 걸려서 짤렸었거든요. 그때 동생이 ‘인생무상’이라는 표정으로 무척 허탈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정을 위한 호기로운(!) 행동이 몰인정하게도 생존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다니요. 사람들 쓰기 좋으라고 만든 할인쿠폰이 외려 사람 잡습니다.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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