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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5.01 교환일기를 아시나요 (4)
  2. 2011.06.08 20대, 너무 아픈 청춘들 (6)

고등학교 2학년. 한창 감수성 예민하고 세상 고민이란 고민은 다 짊어진 것 같았던 때, 전 단짝 친구들 3명과 함께 교환일기라는 것을 썼습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가장 예쁜 일기장을 고심해서 골라, 4명이서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일기를 썼죠. 그 속에는 서로의 일상에서부터 각종 고민거리들을 담았습니다.


일기장은 갖은 고민들을 털어놓는 성토장이자, 때로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기대어 울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었습니다. '내가 쓴 글에 대해 친구들은 어떤 답글을 써주었을까', '요 녀석들의 요즘 고민은 무엇일까' 기대도 하고, 내게 일기장이 돌아올  순서를 기다리는 설레는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갓 스무살, 
대학 입학을 앞둔 우리는 그 교환일기장을 인터넷으로 옮겨다 놨습니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면서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이 한창 유행했거든요. 일기장이 언제쯤 돌아올까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든 글을 읽고 답글을 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난 주말, 새벽녘에 잠을 설치다 아이폰을 만지작이던 중 어플리케이션 속에 담긴 이 카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에도 앱을 자주 이용하긴 했지만, 이 카페에 접속해볼 생각은 못했더랬어요. 당장 내게 필요한 정보가 담긴 곳에만 들어가곤 했지요.  순간 저는, 다락방 먼지 속에 가려져 있던 편지 꾸러미를 찾은 듯한 기분으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가장 오래된 글은 2000년 1월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그 공간에는 곧 다가올 대학생활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몇달이 지나 1학년이 된 우리의 글에서는 각종 사회 문제에 눈을 뜬 스무살 청춘의 고뇌와 번민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투박하기 짝이 없는, 어설프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철학을 끄적인 글도 있었고, 등록금 투쟁 집회에 참석하거나 매향리, 양민학살지로 순례를 떠났던 일도 적혀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워지는 대목도 있네요. 하지만 왠지 '청춘'의 기운이 느껴져서 옮겨봅니다.


"술 먹고 버스 안에서 자다가 가까스로 정류장 안 지나치고 내렸는데, 걷다가 졸아서 인도에서 90도로 퍽~하고 고꾸라졌다. 근데... 한번 엎어지고 나니까 정신이 버쩍 들더라. 살면서, 한번쯤은 확 하니 고꾸라지고 볼일이다."(2001년)


또 몇달이 지나자, 카페는 각종 연애상담 코너로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축하와 위로가 반복되었죠. 어찌나 절절하고 애틋한지, 다들 웬만한 영화는 한번씩 찍었군요. 도무지 간지러워서 두번은 못 읽겠습니다.ㅋ


친구들과의 카페 첫 대문사진. 닭살스럽지만 포근했답니다.ㅋ



졸업을 앞두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했고, 점차 글의 갯수는 줄어들었네요. 제가 친구 중 처음으로 취직을 하자, 한 친구는 요렇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다시 보니 귀엽습니다. ㅋㅋㅋ


"축하축하 초축하. 드디어 고은이가 백수탈출의 첫 스타트를 끊었구나. 이를 계기로 우리 모두 줄줄이 비엔나처럼 백수신분을 탈출할 수 있길 바라며... 첫 월급 받으면 내복 사고 남은 돈으로 한턱 쏴라 쏴쏴쏴~~~" (2005)


이따금 올라온 글은 사회 생활의 고달픔이나 결혼에 대한 고민도 적혀 있었습니다. 2008년에는 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부를 축가를 연습하기 위해 '원격' 회의를 했던 흔적이 있었고, 마지막 글은 2010년에 함께 떠났던 부산 여행과 관련한 기록이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미디어 기술의 변화도 느껴집니다. 처음엔 게시판에 댓글 기능이 없어서 글 밑에 'Re:'라는 답글만 달 수 있었네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글들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납니다. 댓글 기능이 생긴 뒤로는 간편하게 댓글로 한마디씩 첨언하곤 했습니다.


희한한 기분이 들었던 건, 10년 전 썼던 글에 지금도 댓글을 달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서른 두살 지금의 제가, 스무살의 저 자신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셈이랄까요. 여러분도 예전에 가입했다가 한동안 들어가보지 않은 카페나 온라인 공간에 다시 한번 들어가보세요. 그 시절의 나와 바로 마주하는 기분이 듭니다.


열여덟의 풋풋하던 소녀들은 이제 절반 이상이 '유부녀'가 되었습니다. 그중 두명은 '엄마'라는 이름도 얻었고요. 그리고 이제 우리는 더이상 카페에는 글을 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경향신문 DB. 모두에게 여고시절 사진은 평생 극비에 부쳐져야 하므로 자료사진으로 대체합니다. 후후.

 

대신 우리는 이제 그 '교환일기장'을 매일같이 접속하는 페이스북으로 옮겨다놓았습니다. 그곳에서 친구의 일상과, 아이가 커가는 모습과, 고민과 단상들을 나눕니다. 시간이 흐르고 모양이 바뀌었지만, 어떤 공간 안에서 담고 싶고 나누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 새벽 아침 동이 트기 전에 카페에 글 한편을 썼습니다. 저처럼, 친구 중 누군가가 우연히 카페를 찾아왔을 때 반가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그 옛날의 교환일기장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인생을 궁금해하고, 글솜씨는 너무 엉망진창이어서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를 글을 끄적였을, 그때의 그 일기를요. 10대의 저와 마주해보는 일도 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면 누군가의 창고에 쌓여있을 그 일기장을 꼭 함께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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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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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냥이 2012.05.01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일기장 친정온 길에 마침 찾아두었다..흘흘흘.....담에 갖고갈게ㅋㅋ

  2. 딸기 2012.05.02 1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교환일기, 고은이도 썼구나. ^^
    저거 원래 마르탱 뒤 갸르의 소설 '회색노트'에 나온 거야. 당시 로망처럼 보였던 전혜린이 책에다가 회색노트 이야기를 쓰면서 엄청 유행... 그래서 우리 때는 (마르탱 뒤 갸르는 몰라도) 다들 회색노트라고 불렀어.
    그러고 보니 대학 때 교환일기 썼던 내 친구는 지금 영국에 가 있네... 고은 덕에 여러가지 추억을 떠올리게 됐다. 땡큐.

    * 그런데 지금 재미삼아(미안) 이고은 스토킹을 해보니까, 대학 때 과학생회장을 했네? 역시 대단...

    • 이고은 2012.05.02 1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선배는 걸어다니는 딕셔너뤼~~~!!! 선배 덕에 또 하나 알게 됐군요.ㅋㅋ

      *저의 모범장군적 기질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죠.ㅋ 남자후배들이 저더러 '고은이형'이라고 불렀어요.ㅠㅠ

한 10년 전이었을 것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막내동생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니?”
곰곰히 생각하던 동생은 이렇게 답했다.

“…음…. 회사원?”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을 명확히 갖고 있던 나로서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잔뜩 부풀어 있어도 시원찮을 나이에 장래희망이 ‘그냥’ 회사원이라니? 나는 혀를 끌끌차며 동생을 한대 쥐어박았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당시 동생의 말은 일종의 ‘블랙코미디’였다. 워낙 취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다보니 주변에서 “회사원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을 종종 했고, 어린 녀석에게 그 말이 강하게 뇌리에 남았던 듯 싶다.

"회사원이 되고싶어요"



하지만 동생의 말대로 ‘회사원 되기’나 ‘취직하기’는 오늘날 20대 젊은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되었다. 블랙코미디가 다큐멘터리가 된 셈이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여유는 20대들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오로지 ‘경쟁’을 외치는 사회에서 자란 20대에게 꿈과 희망이란 일부 선택된 계층에게만 허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연애, 결혼, 출산에 대한 욕구도 거세돼 ‘삼포세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며칠 전 밤늦게 집에 가는 길, 라디오 프로그램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가 출연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담당 PD의 부탁으로 심야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고 출연했다는 조한혜정 교수는 ‘심야 피로’를 호소하면서도 오늘날의 20대에 대해 날카롭고 열정적으로 분석했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그의 분석을 잠깐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20대는 현재 30대인 ‘서태지 세대’와는 확연이 구분된다. 서태지 세대는 물질적 풍요와 함께 문화적 풍요로움까지 함께 누린 세대다. 서태지의 <come back home>을 듣고 가출도 해보고, 진한 연애도 해보고, 본격적인 해외 배낭여행도 해보던 세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을 하면서 사춘기를 뜨겁게 보냈지만, 386 세대와는 달리 개인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쏟으면서 과도한 무게감은 덜어냈다. 일명 ‘베짱이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20대는 다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오로지 경쟁에만 매몰돼, 세상을 오로지 적들로 가득찬 공간으로 인식한다. 사춘기를 겪어야 할 시기에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에만 매달리느라, 20대가 되어서야 사춘기를 겪고 혹은 사춘기 없이 그냥 성장하기도 한다. 개인주의는 더욱 심화됐지만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고립’으로 변질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경쟁에 길들여진 탓에 매우 성실하고 혼자 하는 일에서는 두드러진 능력을 보이지만 공동작업에는 서툴다. 이들의 능력은 대체로 ‘배양’된 것인 탓에 창의력은 떨어진다.



시간이 흘러 막내동생은 20대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 동생 또래의 친구들은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에 나선 20대.


고액의 등록금으로 신음하며 대학을 다니는 것도 모자라, 학자금 대출로 겨우겨우 대학을 졸업해도 빚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미래는 불투명하고, 평생 비정규직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할지도 모르는 현실.

이런 현실 속에서 “더이상 못 참겠다”고 뛰쳐나온 그들을 보면서, 서태지 세대의 막내뻘 정도 되는 나로선 미안하고 쑥스러워진다. 아마 그들 가운데엔 이번 기회에 첫 사춘기를 앓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런 외침에 “부질없다”며 토익책을 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어른들은 그들에게 제대로 된 해답을 주지 못할 것 같다. 정치하는 어른들 가운데에는 벌써부터 이를 기회로 다음 선거를 위한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미래 세대를 위해 논의되어야 할 복지 논쟁을 색깔 논쟁으로 변질시키려는 사람도 있다. 진정으로 그들을 책임지려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다. 20대가 미래에 스스로 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 한참 미성숙하고 너무 여유가 없다.

경향신문 DB


지금 막내동생은 군에 입대해 강원도에서 “김 부자의 목을 따자” 류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래희망이 회사원이던 꼬마는 제대날을 맞이하는 것이 최대 소망인 군인아저씨가 되었다.

얼마전, 지금 20대들의 움직임을 담은 신문기사들을 담아 동생에게 보내주었다. 하지만 동생이 제대할 때가 되더라도 이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꼬여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동생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주어야 할지 막막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위로만 하기에 지금 20대들은 너무 아프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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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짜공감가요 2011.08.21 0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문제를알면서도 해결이안되는걸까요? ㅠ 이십대로서공감하고갑니다.

  2. 저기 2011.08.21 0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트위터로못퍼가나요? ㅠ

  3. 저기 2011.08.21 0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트위터로못퍼가나요? ㅠ

  4. 뚠쭈이 2011.10.13 1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제가 발전하던 70, 80년 세대에 일자리를 가지고 돈벌이에 성공하거나 낙오된 자들의
    자식들이 현재 20대 제가 되겠군요. 어렸을 적 옷을 사러가면 비싼 옷을 잡다가도 엄마
    눈을 보고나면 저도 모르게 가장 싼 옷을 집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그 옷이
    제일이쁘다며 사달라고 징징대고 집에가선 후회하고 그런날의 연속이었죠.

    그래도 먹을것에 대해선 걱정없이 살았고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입니다.
    부모님이 좀 덜 먹고 더 가난하게 사셨던 거겠죠.
    한창 취업준비를 할때는 세상이 거지같고 사회부조리나 기업의 횡포들이 고깝게 보이고
    히키코모리같은 생활을하며 나의 취업적 커리어를 물어보는 사람이 싫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위로들이 고맙기도하고 오히려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결국 이런 말들은 변화되지 않는 세상에 대해 이해하라고 토닥여준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튼 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글들이 참 많네요 잘보고갑니다.

    • 이고은 2011.10.13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참 요즘 20대들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미안하고 왠지 죄스럽기도 하고요. 적어도 그들이 올라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지는 않는 선배 세대가 되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