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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3.23 두 번째 육아휴직을 앞두고 (3)
  2. 2014.09.18 육아휴직 마지막 날
  3. 2014.03.20 악몽에 시달려야 하는 엄마들

회사에 복직한지 6개월째다. 그런데 곧 다시 휴직을 하게 됐다. 둘째 아이 출산 때문이다. 4월이면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지난해 9월 복직을 앞두고 나를 당혹케 한 것은 둘째 아이의 임신 사실이었다. 1년 3개월간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끝에 돌아가는 직장에 "저 또 임신했어요"라고 말하기는 여간 면구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복직과 재휴직에 들어가는 사이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만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더군다나 우리 회사의 경우 여기자가 둘째 아이까지 육아휴직 1년을 꽉 채워 쓴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첫 번째 사례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친한 회사 여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선배는 나의 경력단절 문제를 가장 우려하셨다. 모성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차츰 개선되고 있기에 공개적으로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선배의 말씀을 듣고 처음에는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출산휴가만 쓰는 것도 고려를 해보았다. 때문에 복직 후 임신 사실이 알려진 뒤엔 "이번에도 1년 쉴 거냐"라는 질문에 한동안 "생각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6개월간 '워킹맘'으로 짧게나마 살아본 지금은 입장이 확고해졌다. 1년의 육아휴직을 꽉 채워 쓰기로 결심했다. 아니, 그것은 불가피한 결정이다.

 

나처럼 친정과 시댁이 모두 지방이면서 양가로부터 육아를 지원받을 수 없는 '나홀로' 워킹맘은 어쩔 수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사설 기관으로부터 이모님을 고용해야 한다. 복직하며 말도 못하는 16개월짜리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도 가슴이 무척 아팠는데, 돌도 안 된 둘째 아이를 남에게 맡긴다는 상상을 하니 결코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건 도무지 엄마로서 용납이 안 됐다.

 


아동 학대 사건이 있었던 인천의 어린이집. 출처 : 경향신문 DB


마침 지난해 말 전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했던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더욱 그런 결심을 굳히게 했다. 물론 지금 첫째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 믿고 있지만(그저 믿을 수밖에 없다), 사건을 접한 뒤로는 한동안 '혹시 지금 내 아이도 고통받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꾸 일어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아이를 맡기고 찾아올 때마다 선생님께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겠어요. 선생님처럼 좋으신 분도 많은데..."라고 아부 겸 안부를 물었지만, 속으로는 '우리 아이한테 잘 대해주세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이제 만 20개월이 된 아이는 4개월간의 어린이집 생활 때문인지, 아니면 그 월령 때에 나타나는 특징인지 여러 변화를 보이고 있다. 말이 늘고 고집을 피우기도 하며 자기주장과 표현이 확실해졌다. 나는 그러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는 매 순간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종종 슬퍼지거나 우울해지곤 했다. 아이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 괴로운 일은 없었다.

 

한번은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게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주저앉아 펑펑 울어버린 적도 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비슷한 이름의 또래 아이가 있는데 10분 전쯤에 그 아이 엄마가 다녀갔다는 것이다. 그 아이를 부르는 소리를 자신을 부르는 소리로 착각하며 뛰어갔다가 엄마가 아니어서 실망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아마도 '엄마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라는 생각으로 엄마를 목 빠지게 기다렸을 것이고, 문소리가 날 때마다 그쪽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날은 가슴이 아파 아이를 많이 안아주었다.


하루는 남편이 평일에 쉬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하루 종일 아이를 본 적도 있었다. 남편은 하루 종일 지내다 함께 낮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아이가 잠에서 깼는데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 가만히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한다. 어린이집에서의 습관 때문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낮잠시간에 함께 잠들다 먼저 깨면 불이 꺼져있기에 다른 아이들이 깰때까지 누워서 뒤척뒤척한다"고 하시더니, 이게 그런 것이었다. 낮잠을 자다 깨도 칭얼거릴 사람이 없으니 20개월짜리 아기가 그냥 혼자 그 시간을 버티는 것이었다.

 


어린이집 하원길.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둘째 아이도 최대한 오랫동안 엄마의 숨결을 느끼며 자라게 하고 싶었다. 첫째 아이에게도 엄마가 늘 곁에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느 설문 조사에서 '그나마' 육아휴직 1년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첫째 아이까지라는 결과에 공감하며 부담을 가득 안고서, 그래도 눈 질끈 감고 둘째 아이도 1년을 휴직하려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엄마가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육도, 먹을거리도, 아이들의 안전도... 안심하고 사회를 믿고 기댈 수가 없다. 늘 감시하고 걱정해야 한다. 때문에 일하는 엄마들은 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 버젓이 있는 육아휴직 제도를 포기하고 아이를 사회에, 다른 사람에게 맡기라는 사회의 시선은 가혹하다.

 

최근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도 성취를 이룬 여성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주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1960~1970년대에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사회 진출의 길을 열었지만, 막상 직장과 사회로 나간 여성들에게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삶은 고통이었다. 여성주의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남성의 업무를 모델로 하는 근무 환경과 업무 리듬을 여성의 특성에 맞게 바꾸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현대 사회의 일하는 여성은 어느 한 쪽을 포기하거나 누군가의 조력을 받지 않고서는 둘을 전혀 병행할 수 없는 구조 속에 있다.


페미니스트 이미지 사진


저널리스트 출신의 에밀리 맷차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고 <하우스 와이프 2.0>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여성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관찰하며 이것이 그들이 일을 포기하거나 직장에서 실패해서라기보다, 좀 더 다른 삶을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정으로 돌아가면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도 모른 채 아이에게 먹이는 간편 음식 대신, 직접 텃밭을 가꿔 신선한 채소를 밥상에 차려내거나 하루 종일 느긋하게 끓여낸 진짜 닭 육수로 국수를 끓여 먹는 일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유기농 텃밭을 키우는 이효리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자연적인 삶을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가정으로의 복귀가 여성들에게 권유 혹은 강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안타깝고 화가 나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에밀리 맷차는 "새로운 가정의 시대가 상당히 여성 중심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이 현상에는 여성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더 많은 남성들과 사회 전체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고 대안을 함께 찾아나가야 한다.

 

어린 아이를 내 손으로 직접 양육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법이 정한 틀을 활용하는 일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을 앞둔 일하는 여성이라면 지레 마음이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는 사실을 공감할 것이다. 가정으로 돌아가는 여성에 대한 세상의 잣대는 아무래도 '성취'나 '사회적 공헌'과는 거리가 멀며, 개인의 사회적 성취 욕구와도 상충되어 여성 스스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하는 엄마들은 대체 어떤 욕망에 더 귀 기울여야 하는 걸까. 둘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둘 중 무언가를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육아휴직을 앞두고 돌아보니, 처음이나 지금이나 고민의 종류는 매한가지인데 그 '정도'만 더 심해진 것 같다.

 


*이 글은 2015년 3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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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은하 2015.03.24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찡하네요 ㅠ.ㅠ 선배 잘 다녀오세요. 첫 사례가 되어 주시니 그저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육아휴직 쓰고 아이와 빛나는 순간 함께 하더라도 선배는 또 언제라도 현장에서 활약할 거 같은 느낌!!!! 그나저나 사촌오빠 얘기 들으니까 어린이집 보내도 동생과 함께 가면 좀 더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하더라구요.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가 어떤 고민을 하고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되면 틀림없이 자랑스러워할거에요.

  2. 딸기21 2015.03.24 2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은이 힘내! 언제나 응원할께!

  3. 000 2015.03.25 0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사자야 물론 그런 사례의 첫걸음이니, 애가 어쩌니 하면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겠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군요. 임신과 출산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개인적인 스스로 선택한 일인데, 그걸 빌미로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폐를 끼치고, 다른 누군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한 자리를 일은 하지 않으며 그냥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1년 이상의 육아휴직과 그에 바로 연이은 또다른 1년간의 휴직..에 대해서 당사자께서도 전적으로 당당하다는 입장은 아니신 듯합니다. 그렇기에 육아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들을 장황하게.늘어놓는 등 무언가 정당화할 것을 강조하시는 듯하고요. 물론 기자분씩이나 되시니 이런 말을 하면 여성주의나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 등등을 언급하며 논리적으로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논리나 정당성과는 다른 차원에서...실제로 일하며 이런 구성원들을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내일이면 1년 여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다. 복직을 앞둔 심정은 그야말로 복잡다단하다.

 

지난 해 6월 첫 아이를 낳은 후 15개월 동안 내 일상은 100% 아이 위주로 바뀌었다. 하루 24시간 늘 아이와 붙어 있었기에 밥을 먹어도 온전히 내 정신으로 먹은 적이 없고, 잠을 자도 깊게 푹 자본 적이 없다. 반나절도 아이와 떨어져 있어본 적이 없는데, 하루 종일 녀석과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 그저 낯설기만 하다.

 

육아휴직 후 복직에 대한 괴담은 익히 들어왔다. 한 친구는 육아휴직 마지막 날의 괴로움은 여름휴가 마지막 날의 100배 정도에 달한다며 공포심을 조장했다. 또 다른 친구는 복직 전날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회사에 출근했다가 성형을 의심 받았다고도 했다. 모두 아이를 두고 일터에 나온 엄마들의 복잡한 마음을 말해준다.

 

다행히 복직 초반에는 시어머님께서 아이를 돌봐주기로 하셨다. 영문도 모른 채 오랜만에 본 할머니에게 안겨 잘 노는 아이가 다행스럽지만 괜히 안쓰럽기도 하다. 내일이면 갑자기 엄마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까. 혹시 울면서 이 방 저 방 다니며 나를 찾아 다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15개월 간의 시간을 돌이켜본다. 아이는 나에게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인생의 많은 것을 모른 채 살았을 것이다.

 

출처 : 경향신문 DB

 

2박3일간의 길고 긴 진통 끝에 찾아온 아이는 생각보다 퉁퉁 부은 몰골로(결코 아기 천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나를 당혹케 했고, 직수를 꿈꾸었지만 젖을 잘 물지 않아 결국 유축의 길로 들어서면서는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돌을 몇 주 앞두고 심하게 아파 하루 종일 고열과 설사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며, 진심으로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애 최초의 자기 희생적인 생각도 해보았다.

 

처음으로 몸을 뒤집고, 처음으로 스스로 일어서고, 처음으로 의미있게 엄마라고 입을 떼었을 때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아이의 모든 새로운 행동들은 마치 또 다른 나 자신이 진화하는 과정처럼 느껴져서 너무도 신비롭고 놀라웠다. 조리원에 있던 때를 돌이켜보면, 신생아실에 아이를 두고 혼자 방에 누워 자려니 내 살을 다른 곳에 떼어둔 것 같아 괜히 불안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길고도 짧았던 15개월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사회인으로, 기자로, 초보 직장맘으로 변신해야 한다. 불안해 하는 내게, 선배들은 아기가 너무 어릴 때가 힘들지, 이 시기도 잠깐이다, 초등학생만 되면 사회생활을 하는 엄마를 훨씬 자랑스러워 한다며 복직을 응원해주었다. 같은 입장의 친구, 선후배들은 눈빛만으로도 위로가 되어 주고 있다.

 

그래, 나 혼자만 겪는 일도 아닌데 힘을 내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하지 않던가. 세상 모든 위로와 응원의 말들을 모두 내 것으로 안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겠다. 준아, 엄마는 안 울 거야! 준이도 씩씩하게, 알지? ...쿨쩍...아...근데 왜 엄마 눈에서 물이 나오지...

 

 

 

*이 글은 2014년 9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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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첫 아이를 임신한 후로 꿈을 꾸는 일이 잦아졌다.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로 콩알만 한 아기집을 본 후 신비함에 들떴던 날에는 만화처럼 완두콩을 아기로 낳아 경악하는 꿈을 꿨다. 입체 초음파로 아기 얼굴을 보고 온 뒤에는 나와 남편을 전혀 닮지 않은 아기가 태어나 아기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완두콩' 사이트 캡처

임신 중에는 잠을 깊게 이루지 못하기에 평소보다 꿈을 더욱 또렷이 기억한다고 한다. 특히 산모에게는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한 두려움이 잠재해 있으므로, 이것이 무의식중에 꿈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단다. 다행히도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는 이런 꿈을 꾸는 일이 줄어들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산 후 망가진 몸을 추스르고 모유 수유에 전념하느라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만 8개월을 넘긴 최근, 나는 또다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젖먹이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회사에 출근하는 꿈을 꾼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집에서 혼자 울고 있을 아이 생각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만원 지하철 속에서 회사에 지각할까봐 종종거리고 있었다. , 그 괴로운 심정이란. 살면서 이제껏 꾼 악몽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런 꿈을 꾼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6월에 출산을 한 나는 올해 9월이면 직장에 복귀해야 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복직일이 두렵기만 하다. 그동안 쉬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아니다. 바로 시댁이나 친정 모두 지방이라 아이를 맡아줄 믿을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생면부지의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길에 나서야 하는 데 대한 걱정이 무의식 속에 단단히 자리잡았나보다.

 

나는 출산휴가 3개월과 법정 육아휴직 12개월, 거기다 남아있던 연차까지 모두 탈탈 털어 꽉 채운 육아휴직 기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이 시간도 너무나 짧게만 여겨진다. 이런 걱정을 늘어놓으면 대다수의 직장 여성들이 한숨을 쉴 것이다.

 

그래도 13개월이나 휴직을 할 수 있지 않느냐. 우리 회사는 3개월 출산휴가를 다 쓰기조차 쉽지 않다.”, “아이와 씨름하고 있는데 직장 상사에게 전화가 온다. 그만 쉬고 회사 나올 수 없냐고.”,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귀하면 내 자리가 온전히 있을지 걱정이다. 인사고과 잘 받는 건 꿈도 못 꿀 일이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법정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기조차 어렵다. 출산 전, 많은 여자 선배와 동기들로부터 경험담과 조언을 들었다. A선배는 십여 년 전 출산예정일 전날까지 근무를 하다 부장, 내일이 출산예정일인데 이제 퇴근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복직은 몸조리가 채 끝나지 않은 2개월 후였다고 한다. 여기자가 별로 없는 타 언론사에서 일하는 B후배는 아직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한 여기자의 전례가 없기에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가 모두 고민이란다.

 

소위 알파 걸(Alpha girl)’로 자라온 요즘 20~30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맞닥뜨리는 가장 큰 장벽은 출산과 육아다.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채 10년이 되지 않아 결혼, 출산, 육아 문제로 경력을 단절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좌절을 맛보게 되는 첫 경험인 셈이다. 나의 경우에도 학창시절이나 직장생활 중에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차별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가진 뒤에야 비로소 여성으로서 사회생활하기가 녹록치 않음을 느끼게 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생후 3. 인간의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성인의 80%에 이를 정도로 평생을 살아갈 인생의 자양분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 시기에 엄마와 아이 사이에 정서적으로 올바른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엄마들에게 이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고민에 휩싸인다. 아이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할까, 버티고 일을 계속해야 할까. 우리는 어쩔 수없이 자신의 인생과 아이의 인생을 저울질하는 비극을 경험해야 한다.

 

C선배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 문제의 대부분이 개인과 가족에게 맡겨진 우리 사회에서는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일과 육아 모두를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니, 적어도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성장한 뒤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육아휴직을 반년이나 남겨둔 지금부터 악몽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텐데.

 

 

*이 글은 2014년 3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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