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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12.30 가난한 연인들이 더욱 뜨거웠던 그 시절
  2. 2010.11.09 "시력은 1.0,1.0 이빨도 튼튼해요." (12)
  3. 2010.10.20 연애, 하고 있나요? (11)

이따금 네이버 검색을 하다보면 엉뚱하게 70~80년대의 뉴스가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http://dna.naver.com)’를 통해 걸릴 때가 있는데 종종 읽어보면 재미난 게 많다. ‘뉴스(news)’라는 게 원래 새로운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니 당시만 해도 가장 최신의 소식들을 다룬 것일텐데, 수십년이 지나 다시 보니 그렇게 촌스럽고 격세지감이 느껴질 수가 없다.

특히 사랑이나 연애와 관련해서는 180도 변화한 사회 풍조를 느낄 수 있다.


예컨대 1985년 9월 30일자 경향신문의 기사 ‘미혼남녀 사랑의 유형’을 보자.

기사의 리드는 “우리나라 미혼남녀의 결혼관과 이성을 보는 눈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며 비현실적인 면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로 시작한다. 서울대 의대 김중술 박사(임상심리학)가 남녀 236명을 대상으로 우정·희생·논리·쾌락·낭만·소유적인 사랑 등 6가지 유형 가운데 사랑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를 다룬 기사다.

조사 결과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미혼 남녀는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 ‘낭만형’으로 분류된 예가 가장 많았다. 남성 26%, 여성 29%를 기록했으니 3명 중 1명이 낭만을 추구한다는 말이 되겠다. 여기서 설명하는 낭만형의 의미를 보면 “순간적으로 사랑의 불꽃이 타기 시작하는 형으로 한순간도 헤어져서는 살 수 없다고 느낀다. 상대방을 주관적인 눈으로만 보고 서로 완전히 드러내 보이기를 원한다”이다.


반대 유형인 ‘논리형’을 보면 “남편 혹은 아내로서의 조건을 신중히 따지며 용모, 교육정도, 가정환경 등에서 자기 분수에 맞는 배우자를 고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유형은 남성 15%, 여성 17% 정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결혼은 물론 연애에 있어서도 ‘스펙’을 따지는 지금의 세태와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대조적인 결과라 흥미롭다.



기원전 24세기의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이란 탄식이 적혀있다고 하긴 하더라만, 50년 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의 연애’에 대해 한탄했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1962년 7월 11일자 경향신문 기사 ‘연애, 웨트 러브(wet love)에서 드라이 러브(dry love)’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어떤 스타일의 연애를 하고 있을까? ‘손짓만 하면 끝나는 연애’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여석기 교수는 이런 형의 연애를 일러 ‘드라이 러브’라고 이름지었다. 말하자면 눈물이 없는 건조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김붕구 교수는 오늘의 젊은이들은 이성끼리 서로 만나는 절차도 간단하고 또 헤어지는 것도 얼른이라고 말했다. 여하간 훌쩍거리는 ‘웨트 러브’(눈물 연애)의 시대는 이미 19세기의 고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첫번째 기사보다 20년전의 이야기인데 세태가 거꾸로 가는가 싶지만, 거꾸로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드라이 러브’가 기사로 쓰여질만큼 당시 식자층들에게 연애 세태의 변화는 대단한 사회문화적 변화로 여겨졌다는 말도 될 테다.

영화 '연애의 목적'. 경향신문 DB




제목만 보고 솔깃했다가 읽어보고 실망하게 된 ‘낚시성’ 기사도 1976년 4월 28일자에 등장한다.

‘가난한 애인은 연애 못하나’란 제목의 기사는 과거에도 돈과 계급에 의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요즘과 같은 세태가 존재했었구나, 하는 진지한 유추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막상 읽어본 기사 내용은 싱거운 웃음을 자아냈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28일 경범 처벌법 위반 혐의(풍기 문란)로 경찰에 연행된 이모씨와 강모양 등 2명을 훈방했다. 이들은 27일 하오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뒤 윤중제에서 부둥켜안고 사랑을 속삭이다 순찰 중이던 당산파출소 소속 방범대원 2명에 의해 경찰서로 연행되어 하룻밤을 보호실에서 보냈다. 이들은 28일 상오 즉심서류 심사 기간에 ‘가난한 애인들은 연애도 못하느냐’고 항의, 보안과장 이상우 경정이 이들의 딱한 사정을 받아들여 훈방했다”

‘풍기 문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난한 연인들이 더욱 뜨겁게 연애할 수 있었던 수십년 전의 풍경은 2010년에 보기에는 이토록 생경할 수가 없다.

Posted by 이고은
TAG 사랑,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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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쓴 ‘연애, 하고 있나요?’를 읽은 K 선배는 “그래 너는 했다 이거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고?

나는 1년 9개월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그것도 지난 9월 말에. 그러니까 나는 결혼한지 이제 갓 한달을 넘긴, 완전 초짜 유부녀가 되겠다.
나 역시 결혼하지 않았던 시절, 앞서 나열했던 미혼의 두 가지 케이스를 얼추 비슷하게 경험한 바 있다. 이러다 혼자 외롭게 늙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가열차게 소개팅을 연이어 해대거나, 그러다 지쳐 ‘남자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소개팅을 끊고 건어물녀가 되었던 적도 있다. 그게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다. 첫눈에 하트가 뿅뿅 터질 정도로 순수하기만 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난 이 사람과 금세 사랑에 빠졌다.

지금도 무척 현실적인 남편은 만난지 일주일만에 고백을 하면서 꽃다발 대신 독일제 정수기 주전자를 내밀었다. 언젠가 중요한 사람을 만나면 주고 싶어서 독일 여행에서 2개를 사두었다나. 마트에서 물을 사먹는다는 내 말에 그는 정수기 주전자가 떠올랐다고 한다.
지금은 폐차한 97년식 세피아(우리에게는 사랑을 이어준 애마였다)의 고장난 뒷 트렁크 문을 낑낑거리며 열고 정수기를 꺼낸 그의 순박한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정치부에서 일하며 노회한 정치인들을 많아 보아오던터라 ‘꾼’처럼 보이지 않은 그의 모습이 그리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문제의 정수기 주전자. 상표는 모자이크 처리했어요.



정확히 3일을 튕긴 후, 만난지 열흘만에 교제를 결심하고 두달 만에 엄마에게 그를 소개시켰다.

나는 사랑에 빠진 이유에 대해 지인들에게 정수기 주전자 스토리와 함께 “시력이 양쪽 다 1.0, 1.0이고 이빨도 하나도 안 썩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소나 말 고르냐”며 야유했지만, 왠지 모르게 내겐 무척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당시 내눈엔 뭐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으리라.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감격스러웠는지 우습기도 하다.

결혼 한 달, 보다 이성적인 상태로 돌아와 당시를 되돌아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남편은 내게 실용적인 정수기 주전자를 선물함으로써 자신의 유머감각과 경제적 현실감을 과시했다. 실제로도 그는 나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똑부러지고 현실적이다. 경제적 능력은 이 부분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신문 기자의 배우자로서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어쩌면 나는 그의 순수함 대신 이런 현실적 면모를 본능적으로 캐치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신체 조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우성학에 관한 서평기사(기사보기)를 쓰면서 나는 내가 왜 그의 시력과 치아상태에 ‘꽂혔’는지 깨달았다. 심도있는 분석 끝에 “유전적 우성인자를 찾는 본능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모성본능이 매우 충만한 여성이라는 결론도 얻게 됐다.


"햄볶아요" 경향신문 DB



아무리 순수한 사랑이라고 포장지를 덧대도, 결국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랑에서도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스님의 주례사>를 쓰신 법륜스님은 “배우자 덕 보려고 하지 마라”고 하셨지만(기사보기) 어디 그게 그리 쉬운 말일까.
그러니, 상대의 조건을 따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너무 죄책감에 빠지지 말자. 사랑은 약간의 가식과 약간의 본능이 어우러진 감정의 총체다.

다만 대형서점에서 연애 관련 서적은 ‘자기계발’ 코너에 비치돼 있던데 이 부분은 좀 시정됐으면 좋겠다. 너무 직설적이어서 낯간지럽다. 그래도 명색이 사랑인데, 조금의 낭만은 남겨뒀으면 한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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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상나무 2010.11.09 1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빨'이라는 말은 사람에게 쓰지 않고 동물의 경우에만 쓰는 걸로 알고 있어요.
    사람은 그냥 '이'라고 하거나 '치아'라고 하는게 맞다고 들었거든요.
    한번 확인해 보시길^^;;

    • 이고은 2010.11.10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머 세심하기도 하셔라. 감사합니다. 제 동물적 감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단어선택이었다고 생각해주세용.ㅎㅎ

  2. K선배 2010.11.10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는 염장길로 나아가고 있구나... ㅋㅋㅋ
    근데 글이 넘 재밌다.
    정수기에 모자이크 처리까지 하느라... 니가 고생이 많다

  3. 날나리 2010.11.10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글이 넘 재밌네요. 저도 얼마전에 결혼해서 공감도 많이 되고요.ㅎㅎㅎㅎㅎ
    전 변기청소 잘 하는 남자를 선택했지만요.ㅎㅎㅎ

    • 이고은 2010.11.11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날나리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변기청소라... 결혼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한몫을 했으리라 생각되네요!ㅋ

    • 갈매 2010.11.12 2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두 분 대화 무지 웃기지만 매우 현실적인 기준이라 생각됩니다. 화장실청소, 변기청소는 정말 힘이 좋아야 하죠. 연약한 아녀자의 힘으로는.. 화장실 청소 한번 하고 나면 힘이 쫘악 빠지기 때문에..

      저 정수기는 나도 애용하는.. 이제 쓴지 한참되서 새로 바꿀 때가 된 듯.. 아무튼 고은씨..저런 정수기를 사 주는 남자라면, 정말 잘 만난듯. 염장질에 속이 쓰리긴 하지만, 이런 사람 어디 또 없을까? 보이면 나한테 바로 연락 좀. ㅎㅎ

  4. 박건웅 2010.11.10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고은기자님..글 재미있게 잘읽엇습니다..^^
    늦엇지만 결혼축하드리구요,,ㅎㅎ 저는 올4월에 늦장가를 갔습니다..
    결혼같은기수군요

  5. 이정은 2010.11.15 1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연애와 결혼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중이라 글이 아주 쏙쏙 들어오고,
    내가 둘의 연애를 보며 부러워했기 때문에, ^_^;
    그리고 시장에서 소를 고르는 언니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참 므훗한 웃음이 납니다,

  6. 지나가던 사람.. 2010.12.02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이 참 재미있게 읽힌다. 나에게 재미있다는 것은 쉽게 와 닿고 무언가 가슴에 남는 글이라는 뜻이다. 젊은 사람들이면서 젊은 애들과 다른 무엇이 있다. 그러다 "두달 만에 엄마에게 그를 소개시켰다."라는 대목에서 잠깐 갸우뚱... 기자도 가끔 문법 오류가 있구나...그래서 더 글이 좋다. 나같은 서민 늙은이 들에겐 많이 똑똑한 사람 너무 많이 예쁜 사람 너무 잘난 사람 너무 돈많은 사람..하여튼 너무가 들어가는 너무 완벽한 사람이나 이야기들은 숨이 막히니까...

서른, 본격적인 30대에 접어드니 연애를 둘러싼 또래 지인들의 양상이 흥미롭다. 물론 이미 결혼한 이들은 연애에 관한 한 이미 졸업생의 신분이니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들은 일찌감치 엄마·아빠가 돼 혹독한 육아전을 치르고 있거나, 부모가 되기 위해 ‘몸 만들기’에 돌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30대 초반이란 나이는 아직 ‘불륜’이 화두가 되기엔 아직 이른 시기다.)

결혼하지 않은 30대의 연애 유형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장동건·고소영의 결혼. 경향신문 DB 자료사진

우선 연애에 목숨을 거는 유형이다. 

이들은 평생의 반려자를 찾아 눈을 번뜩이며 하루에 두 세번의 소개팅까지 해내는 기염을 토한다. “내가 이런 데까지 가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결혼정보업체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경위를 듣게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험용 애인을 쟁여놓은 채 수시로 더 나은 후보자가 없는지 꾸준히 검색도 한다. 때론 잦은 낮선 만남에 따른 ‘소개팅 피로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피로가 걷히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소개팅 전선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 대체로 이 유형은 연애보다는 결혼에 대한 의지가 충만한 경우다.

이들의 연애담을 듣고 있노라면 좀 슬퍼지는 때가 있다. 무릇 연애의 메인 키워드란 ‘사랑’일진대, 이들의 연애담에서 ‘사랑’이란 워딩은 한참을 돌고 돌아 “물론 사랑해. 사랑하긴 하는데…”라는 대사에서나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로 대화의 초점은 대체로 ‘사랑하지만 우리 사랑을 막는 십수가지 요인들’에 맞춰져있다. 그 요인들이란 외모, 성격, 학벌, 집안 등 여러 조건들을 말한다.

다음은 연애에 아예 무관심한 유형이다. 

이들은 공부나 일에 매진하느라 애당초 연애에 에너지를 쏟지 못했거나, 아니면 무수한 노력을 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상처만 안은 경우, 혹은 연애 자체에 흥미를 못 느끼는(못 느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물론 이 유형은 결혼에 대해서도 무척 심드렁한 자세를 유지한다. “우리 세대엔 결혼이 꼭 필수는 아닌 것 같아” “애 낳고 기르고 한다고 내 인생을 포기해야 할까” 등의 멘트도 곧잘 따라나온다.

이 경우엔 연애 자체를 ‘끊’었으니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할 여지가 없다. 대신 이들은 영화, 음악, 스포츠, 독서 등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면서 영혼을 다독인다. 여행을 떠나고플 때는 엄마나 동생, 직장 선·후배와 유럽여행을 떠난다. 때론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며 애정을 나눠주기도 한다.

건어물녀를 다룬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

나이 서른에 목격한 이 광경들은 작가 목수정의 <야성의 사랑학>에 무릎을 치게 만든다. 

목수정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자신들의 가슴을 불시에 두드리는 여인에게 다가가 차 한 잔 할 수 있냐고 청하는 남자들의 부재”를 문제 삼는다. 더 이상 연애다운 연애가, 몸과 가슴이 먼저 가닿는 사랑이 실종된 이 냉랭한 사회의 속살을 들춘다.

거기에는 신자유주의의 그늘과 그로 인한 시대의 건조함이 고발돼있다. 적자생존의 경쟁시대에 진정한 사랑과 연애는 사치에 불과하고, 때로는 자신의 스펙을 높여주는 주요 수단으로 작용한다. 성적 긴장감, 본능적 야성을 잃어버린 슬픈 사회를 사회구조적으로 풀어낸 목수정의 솜씨에 나는 감탄했다.

연애가 실종된 황폐한 사회이지만 들꽃이 피어난듯 목하열애중인 경우도 이따금 목격할 수 있다. 사랑에 빠져 무작정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무조건 행복하기만 해서, 누구에게든 자신의 기쁜 마음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풋풋한 ‘연애인’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서는 일종의 ‘우월감’이 읽힌다. “이렇게 사랑이 메마른 시대에 나는 아직 풍부한 감성과 성적 매력으로 사랑을 영위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 혹은 “결혼 제도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휩쓸리기 이전에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유지했다”는 자부심을 말한다. 

물론 이 냉랭한 사회에서 사랑을 성취했다면 이 정도의 자부심은 가져도 좋을 법하다. 고가의 비용이 드는 연애·결혼 에이전시가 성황인 이 세상에 자력으로 사랑에 빠지는 데 성공했는데 칭찬받아 마땅한 일 아니겠는가.

다만, 십수 년 전만 해도 모든 인간의 유희였던 연애와 사랑이 이제는 자부심을 가질 일이 될 정도로 일부의 인간들에게만 허락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정규직 일자리나 좋은 학벌, 평균 이상의 외모 등이 연애에 빠져드는 데 중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은 그 씁쓸함을 더욱 배가시킨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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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 2010.10.21 18: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잼나당.

  2. ㅇㅇ 2010.11.22 1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 공감 순수하게 사랑하는 연인들을 찾기가 힘들어요 그렇게 오래오래 사랑하고 있는 커플들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 마저 들 정도..

    • 이고은 2010.11.22 14: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 됐죠? 하지만 희망을 잃으면 그 가능성마저 사라질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랑하며 삽시다!^^

  3. 구운김 2011.03.29 1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ㅎㅎ

  4. 신성호 2011.08.19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쓰셨네요. 무슨 일 하시는 분인지 스마트폰엔 프로필이 안나오네요.

  5. 하이하이 2011.08.20 0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만
    꼭 연애의 모든건 남자한테서야 출발해야되는듯한 느낌이 약간 있군여
    남자로서 조금 서글퍼지네여 ㅠㅠ
    제 능력은 있지만, 당찬여자분을 데리고 사는게 부담스러운건 구시대적인 발상일까요?

    • 이고은 2011.08.22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연애가 반드시 남자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야생성'이 사라지고 계산에만 몰두하는 연애가 넘쳐나는 시대적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답글 감사합니다.^^

  6. 신성호 2011.08.24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 제가 공학을 전공해서 인문학 사람들이나 머니투데이에서 일하는 사촌형이랑도 말을 잘 안하는데 “연애, 하고 있나요?“ 이 글은 잘쓰셨네요. 감성적인 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 재주가 있으신듯. 어디가서 말싸움 하면 안지겠네요. ㅋㅋㅋ 칭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