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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3.23 두 번째 육아휴직을 앞두고 (3)
  2. 2014.11.11 우리 아이 맡아줄 어린이집, 어디 없나요?
  3. 2014.05.22 엄마하기 불안한 나라

회사에 복직한지 6개월째다. 그런데 곧 다시 휴직을 하게 됐다. 둘째 아이 출산 때문이다. 4월이면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지난해 9월 복직을 앞두고 나를 당혹케 한 것은 둘째 아이의 임신 사실이었다. 1년 3개월간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끝에 돌아가는 직장에 "저 또 임신했어요"라고 말하기는 여간 면구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복직과 재휴직에 들어가는 사이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만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더군다나 우리 회사의 경우 여기자가 둘째 아이까지 육아휴직 1년을 꽉 채워 쓴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첫 번째 사례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친한 회사 여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선배는 나의 경력단절 문제를 가장 우려하셨다. 모성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차츰 개선되고 있기에 공개적으로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선배의 말씀을 듣고 처음에는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출산휴가만 쓰는 것도 고려를 해보았다. 때문에 복직 후 임신 사실이 알려진 뒤엔 "이번에도 1년 쉴 거냐"라는 질문에 한동안 "생각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6개월간 '워킹맘'으로 짧게나마 살아본 지금은 입장이 확고해졌다. 1년의 육아휴직을 꽉 채워 쓰기로 결심했다. 아니, 그것은 불가피한 결정이다.

 

나처럼 친정과 시댁이 모두 지방이면서 양가로부터 육아를 지원받을 수 없는 '나홀로' 워킹맘은 어쩔 수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사설 기관으로부터 이모님을 고용해야 한다. 복직하며 말도 못하는 16개월짜리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도 가슴이 무척 아팠는데, 돌도 안 된 둘째 아이를 남에게 맡긴다는 상상을 하니 결코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건 도무지 엄마로서 용납이 안 됐다.

 


아동 학대 사건이 있었던 인천의 어린이집. 출처 : 경향신문 DB


마침 지난해 말 전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했던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더욱 그런 결심을 굳히게 했다. 물론 지금 첫째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 믿고 있지만(그저 믿을 수밖에 없다), 사건을 접한 뒤로는 한동안 '혹시 지금 내 아이도 고통받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꾸 일어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아이를 맡기고 찾아올 때마다 선생님께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겠어요. 선생님처럼 좋으신 분도 많은데..."라고 아부 겸 안부를 물었지만, 속으로는 '우리 아이한테 잘 대해주세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이제 만 20개월이 된 아이는 4개월간의 어린이집 생활 때문인지, 아니면 그 월령 때에 나타나는 특징인지 여러 변화를 보이고 있다. 말이 늘고 고집을 피우기도 하며 자기주장과 표현이 확실해졌다. 나는 그러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는 매 순간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종종 슬퍼지거나 우울해지곤 했다. 아이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 괴로운 일은 없었다.

 

한번은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게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주저앉아 펑펑 울어버린 적도 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비슷한 이름의 또래 아이가 있는데 10분 전쯤에 그 아이 엄마가 다녀갔다는 것이다. 그 아이를 부르는 소리를 자신을 부르는 소리로 착각하며 뛰어갔다가 엄마가 아니어서 실망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아마도 '엄마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라는 생각으로 엄마를 목 빠지게 기다렸을 것이고, 문소리가 날 때마다 그쪽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날은 가슴이 아파 아이를 많이 안아주었다.


하루는 남편이 평일에 쉬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하루 종일 아이를 본 적도 있었다. 남편은 하루 종일 지내다 함께 낮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아이가 잠에서 깼는데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 가만히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한다. 어린이집에서의 습관 때문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낮잠시간에 함께 잠들다 먼저 깨면 불이 꺼져있기에 다른 아이들이 깰때까지 누워서 뒤척뒤척한다"고 하시더니, 이게 그런 것이었다. 낮잠을 자다 깨도 칭얼거릴 사람이 없으니 20개월짜리 아기가 그냥 혼자 그 시간을 버티는 것이었다.

 


어린이집 하원길.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둘째 아이도 최대한 오랫동안 엄마의 숨결을 느끼며 자라게 하고 싶었다. 첫째 아이에게도 엄마가 늘 곁에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느 설문 조사에서 '그나마' 육아휴직 1년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첫째 아이까지라는 결과에 공감하며 부담을 가득 안고서, 그래도 눈 질끈 감고 둘째 아이도 1년을 휴직하려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엄마가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육도, 먹을거리도, 아이들의 안전도... 안심하고 사회를 믿고 기댈 수가 없다. 늘 감시하고 걱정해야 한다. 때문에 일하는 엄마들은 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 버젓이 있는 육아휴직 제도를 포기하고 아이를 사회에, 다른 사람에게 맡기라는 사회의 시선은 가혹하다.

 

최근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도 성취를 이룬 여성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주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1960~1970년대에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사회 진출의 길을 열었지만, 막상 직장과 사회로 나간 여성들에게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삶은 고통이었다. 여성주의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남성의 업무를 모델로 하는 근무 환경과 업무 리듬을 여성의 특성에 맞게 바꾸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현대 사회의 일하는 여성은 어느 한 쪽을 포기하거나 누군가의 조력을 받지 않고서는 둘을 전혀 병행할 수 없는 구조 속에 있다.


페미니스트 이미지 사진


저널리스트 출신의 에밀리 맷차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고 <하우스 와이프 2.0>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여성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관찰하며 이것이 그들이 일을 포기하거나 직장에서 실패해서라기보다, 좀 더 다른 삶을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정으로 돌아가면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도 모른 채 아이에게 먹이는 간편 음식 대신, 직접 텃밭을 가꿔 신선한 채소를 밥상에 차려내거나 하루 종일 느긋하게 끓여낸 진짜 닭 육수로 국수를 끓여 먹는 일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유기농 텃밭을 키우는 이효리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자연적인 삶을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가정으로의 복귀가 여성들에게 권유 혹은 강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안타깝고 화가 나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에밀리 맷차는 "새로운 가정의 시대가 상당히 여성 중심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이 현상에는 여성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더 많은 남성들과 사회 전체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고 대안을 함께 찾아나가야 한다.

 

어린 아이를 내 손으로 직접 양육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법이 정한 틀을 활용하는 일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을 앞둔 일하는 여성이라면 지레 마음이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는 사실을 공감할 것이다. 가정으로 돌아가는 여성에 대한 세상의 잣대는 아무래도 '성취'나 '사회적 공헌'과는 거리가 멀며, 개인의 사회적 성취 욕구와도 상충되어 여성 스스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하는 엄마들은 대체 어떤 욕망에 더 귀 기울여야 하는 걸까. 둘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둘 중 무언가를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육아휴직을 앞두고 돌아보니, 처음이나 지금이나 고민의 종류는 매한가지인데 그 '정도'만 더 심해진 것 같다.

 


*이 글은 2015년 3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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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은하 2015.03.24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찡하네요 ㅠ.ㅠ 선배 잘 다녀오세요. 첫 사례가 되어 주시니 그저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육아휴직 쓰고 아이와 빛나는 순간 함께 하더라도 선배는 또 언제라도 현장에서 활약할 거 같은 느낌!!!! 그나저나 사촌오빠 얘기 들으니까 어린이집 보내도 동생과 함께 가면 좀 더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하더라구요.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가 어떤 고민을 하고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되면 틀림없이 자랑스러워할거에요.

  2. 딸기21 2015.03.24 2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은이 힘내! 언제나 응원할께!

  3. 000 2015.03.25 0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사자야 물론 그런 사례의 첫걸음이니, 애가 어쩌니 하면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겠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군요. 임신과 출산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개인적인 스스로 선택한 일인데, 그걸 빌미로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폐를 끼치고, 다른 누군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한 자리를 일은 하지 않으며 그냥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1년 이상의 육아휴직과 그에 바로 연이은 또다른 1년간의 휴직..에 대해서 당사자께서도 전적으로 당당하다는 입장은 아니신 듯합니다. 그렇기에 육아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들을 장황하게.늘어놓는 등 무언가 정당화할 것을 강조하시는 듯하고요. 물론 기자분씩이나 되시니 이런 말을 하면 여성주의나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 등등을 언급하며 논리적으로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논리나 정당성과는 다른 차원에서...실제로 일하며 이런 구성원들을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9월 회사 복직과 동시에 아파트 이사, 그리고 아이의 어린이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인생에서 겪는 수많은 숙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온 셈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웠던 문제는 단연코 아이의 보육 문제였다. 잠시 서울로 올라와 아이를 돌봐주신 시어머님께서 내려가시기 전까지,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을 구하고 그곳에 적응시켜야 하는 문제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과제가 되었다.

 

이사온 아파트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회사와 가깝다는 점(아이로 인한 특수 상황에 처할 때 바로 달려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파트 단지마다 '구립 어린이집'이 개원한다는 점이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1~2년은 거뜬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보육의 질에서나 안전 차원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그런 구립어린이집이 아파트 단지 내에 생긴다고 하니, '나는 참 행운아'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까지 절로 들었다.

 

출처 : 경향신문 DB.

 

그런데 막상 입주를 하고 구청의 어린이집 개원 공고가 나자, 나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2013년생인 우리 아이의 연령에 해당하는 '만 0세반' 정원은 4개 단지를 모두 합쳐 고작 12명. 1단지당 3명꼴이었다. 어린 영유아일수록 담임 교사 1명이 맡는 인원이 적기 때문이었다. 반면 입소 신청자는 정원의 5배는 족히 넘는 수였다. 구립 어린이집만 믿고 있었는데, 아이를 보낼 수 없을 가능성이 커져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 입소는 해당 가정 상황을 고려해 점수를 매기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맞벌이 부부,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장애부모의 자녀, 다자녀 가구 등 1순위 항목을 갖춘 가정의 아이를 우선선발한다. 2순위자는 아무리 먼저 신청을 해도 1순위자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단 1순위자 중에서도 여러 항목에 해당될수록 점수가 높아져 우선 순위가 앞당겨진다. 동점자는 추첨으로 선발하게 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맞벌이 부부라 1순위자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추첨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1순위 항목이 2개 이상인 200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정원을 훨씬 웃돌아 고득점자들만으로 추첨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합격자(?) 및 추첨대상자 발표날에는 마치 수험생 부모의 마음으로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지만, 밤 10시가 넘어 도착한 '탈락' 문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이날 밤 허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폭식(!)을 하기도 했다.

 

 

 

 

이후 입주자 카페는 어린이집 바늘구멍 뚫기에 실패한 부모들의 항의와 원망의 글로 넘쳐났다. 오갈 데 없어진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당장의 출근 문제를, 잠시 일을 쉬고 있던 엄마들은 재취업의 어려움을, 후순위라 입소 기회가 없는 부모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고보면 주변에도 좋은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은 많은데, 갈 수 있는 곳이 너무 없다는 불만이 많다. 수급이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 아이만 해도 태어나자마자 보육포털 사이트에 대기 신청을 걸어놓은 어린이집이 20곳 정도는 되지만 대기 순서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전국 4만2000여곳의 어린이집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인원이 46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려면 2년은 기다리는 게 통상적이라고 하니, 보육 정책이 현실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엄마 아빠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를 맡아줄 보육 시설을 찾아 헤메는데, 지난 10월에는 정부와 지자체 간에 ‘복지 비용 떠넘기기’ 갈등이 불거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국교육감협의회가 3~5세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을 거부하더니, 정부는 예산 편성의 의무를 준수하라고 교육감들을 압박했다. 보육 문제가 출산율 제고와 여성의 사회참여 등 국민의 삶의 질, 국가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라더니, 고작 돈 문제로 아웅다웅하는 게 우리사회의 현주소다.

 

 

 

요즘 TV를 보면 "아이에게 형제, 자매를 만들어주라"는 캠페인성 광고가 심심찮게 나온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광고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키워본 부모들이라면 이 광고를 보고 콧방귀를 꼈을 것이다. 내 아이에게 형제, 자매를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어디 우리 사회가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곳이던가.

 

우리 아이는 아파트 단지 내 구립 어린이집에는 갈 수 없게 됐지만, 다행히 1년 전쯤 입소 대기 신청을 해둔 집 근처 가정 어린이집에서 "자리가 있다"는 연락이 와 그곳에서 적응 중이다.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곳에 어린이집을 두고 먼 길을 돌아 아이를 등원시켜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그나마도 아이를 맡아줄 곳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돌이 조금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다. 그러나 더욱 발걸음이 무거울 때는 회사의 눈치를 보며 칼퇴근을 해 종종걸음으로 아이를 보러 달려갈 때다. 조급만 마음에 택시를 타고 1분 1초라도 빨리 귀가하려는 나 자신을 볼 때면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던 삶이었나. 이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나에게 반갑게 달려오는 아이를 부둥켜안으며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에서, 행복할 권리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까.

 

*이 글은 2014년 11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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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으로 아이에게 신발을 신겨 아파트 놀이터에 데리고 나갔다. 첫걸음을 떼고 조금씩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낯선 신발을 신고 놀이터를 둘러보는 아이의 눈빛이 조심스러우면서도 호기심에 가득 찼다. 덜컥 앉아 들풀을 만져보기도 하고, 마침 제 앞을 쪼르르 지나는 벌레 한 마리도 유심히 바라보았다. 햇살이 맑은 늦봄, 어딘지 모르게 뭉클했다. 놓치기 싫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재우고 컴퓨터 앞에 앉은 지금은 매우 불안하고 괴로운 순간이다. 오는 9월 회사 복직을 앞두고 아이를 맡길 곳이 신통치 않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어린이집 입소를 위해 대기 신청을 해두었지만, 아직도 대기 순서 100번 대인 곳도 있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신청해야 할 정도라더니, 그러지 못한 것에 후회막심이다.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직업 특성상, 아이돌보미 서비스도 알아보고 있는데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이러다 우리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을까봐 종종거리는 것이 요즘 나의 일상이다.

 

 

 

 

그러나 불안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어렵사리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겼다고 치더라도 끝이 아니다. 어린이집 위생 불량 문제, 아동학대 문제, 보육 교사나 육아도우미의 자질 문제, ·하원 교통안전 문제 등. 뉴스에서 흔히 보아오던 각종 보육관련 사건 사고에 대한 우려가 당장 눈앞의 현실이 될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가 자폐 증세를 보여 엄마가 당장 일을 그만 뒀다는 지인의 이야기도 뇌리를 스친다.

 

그뿐일까. 일과 육아 사이의 줄다리기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한다. 요즘 아이들은 뭘 그리 많이 배우는지, 팔방미인이 아닌 아이들이 없는 것 같다. 학원 버스에서 내려 또 다른 학원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어찌나 짠한지 모르겠다. 소위 학원 뺑뺑이는 일하는 엄마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자,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기 위한 유일한 방편이라고도 하니 더욱 슬퍼진다.

 

어쨌든 사교육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엄마들은 전쟁터에 나서는 마음으로 정보전에 돌입해야 한다. 엄마가 뒤처지면 아이마저 뒤처진다는 불안한 생각으로 엄마들은 자신의 학창시절보다 갑절은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이 엄청난 교육열은 강남불패라는 부동산 시장의 공식까지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아이를 거의 다 키웠다 싶더라도 불안은 계속된다. 이번 달에는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디찬 바닷물 속에 아이를 묻은 엄마의 심정을 어찌 감히 공감한다 말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다. 아직도 아이를 찾지 못한 부모의 마음은 사건 발생 후 내내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찼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결코 안전한 사회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이를 감시해야 할 정부와 기관 모두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지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구조적 문제가 줄줄이 터져 나와 더욱 실망을 안겨줬다. 사회안전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결코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 배를 타면 배를 탔기에,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을 탔기에 불안해해야 하는 이 사회. 엄마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불안함을 끌어안고 아이를 키워야 할까.

 

 

요즘 들어 아이는 부쩍 말을 잘 알아듣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생글생글 웃는다. 그 순간마다 인생에 또 이렇게 행복할 때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감격스럽다. 내 몸에서 한 생명을 키워내 세상에 내어놓는 일이란 일생에 가장 신비롭고 경이로운 경험이건만, 그 아이를 세상 속에서 키워가는 과정은 왜 점점 더 힘겹고 슬픈 일이 되어야 할까. 이렇게 엄마하기 불안한 나라에서, 나는 그 불안함의 첫 경험을 고작어린이집 입소 문제로 겪고 있다그런데도 난 왜 이렇게 험난해만 보일까.

 

 

*이 글은 2014년 5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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