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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혼할 때 풀빵이라도 팔자고 마음 먹어… 긍정의 힘으로 극복”

 

코미디언은 세상을 웃기는 사람이지, 우스운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세상은 종종 촌철살인의 풍자를 쏟아내는 코미디언을 우스운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그래 봤자 정작 우스운 것은 그를 그렇게 만든 세상일 텐데 말이다.

 

김미화는 죽는 날까지 ‘웃다가 자빠지고 싶을’ 정도로 뼛속까지 코미디언인 사람이었다. 죽을 때까지 즐거움을 남기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 미리 정해둔 묘비명도 ‘웃기고 자빠졌네’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세상은 그를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우스운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 진행하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낙마시키고, 방송사 ‘블랙리스트’에도 그의 이름을 올렸다.


 

 

2012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북토크’의 마지막 강연을 맡은 방송인 김미화씨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인생개척자’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_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그는 결코 우스운 사람은 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싸우고, 공부하고, 세상과 소통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오히려 우스운 것은 세상임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 5년의 삶을 묶어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책을 출간했다.

 

여전히 뼛속까지 코미디언인 김미화, 그가 지난 12일 2012년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북토크의 마지막 강연을 맡았다. 갖은 인생의 역경을 딛고 살아온 그의 강연 제목은 ‘인생개척자’였다. 김미화의 인생 얘기는 담담하고도 유쾌했다. 그의 ‘입담’에 쉴새없이 터진 웃음으로 서울 중구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는 화기애애한 연말파티장이 됐다.

 

“제 19년간의 첫 결혼이 그리 행복하진 못했어요. 코미디언으로 성공했는데, ‘이혼하면 사회적 편견 때문에 매장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제 감정을 감추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누워 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내 인생이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왜 인생을 허비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가진 것을 다 버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설사 다 잃는다고 해도 명동에서 일자눈썹 붙이고 ‘순악질표 풀빵’이라도 팔면 된다고 마음먹었어요. 나를 다 놓으면 저 밑바닥에서부터 무슨 일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는 겁니다.”

 

2005년 이혼 후 그의 인생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로서 승승장구했고, 2007년 현재의 남편 윤승호 성균관대 교수(스포츠과학부)와의 재혼에도 성공했다. 죽을 만큼 힘든 이혼의 상처를 이겨낸 뒤에 온 달콤한 보상과도 같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명박 정부 들어 KBS 블랙리스트 사건에 휘말리는 등 정치적 탄압에 시달리기도 했다. 방송사 사이에 벌어진 고소 사건 때문에 넉 달 동안 경찰서를 네 번이나 들락날락했다.

 

“그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게요? 사실 속으론 즐기고 있었어요. 카메라 기자들이 플래시를 ‘파바박’하고 터뜨릴 때 ‘요렇게 찍어볼까?’ ‘옷은 어떻게 입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인간에게 죽음 다음으로 큰 스트레스가 이혼입니다. 이런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겨낸 여인들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거든요. 사람을 잘못 본 거죠.”

 

김미화는 최고 인기 개그 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내 인생을 실험한다”고 말하는 그는 “마구 도전하고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것, 그런 기상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경쟁력은 ‘성실함’이다. 라디오 방송 시간이 오후 6시인데 2시에 미리 출근한 적도 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그를 성공시킨 것도 바로 그런 성실함이다. 몇 시간 동안 종류별로 신문을 비교해보고, 실시간 뉴스를 인터넷으로 체크하면서 내공을 쌓아왔다.

 

끊임없이 공부하며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여는 데도 거침이 없다.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코미디언의 길로 들어섰지만, 사회복지학·언론정보학 등을 거쳐 현재는 성균관대 동양철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예술철학을 공부하는데, 코미디와 풍자문화의 저항정신과 발전 과정에 대해 논문을 써보고 싶다”는 그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인생개척자’답다.

 

무엇보다도 김미화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긍정의 힘’이다. “저는 부모도, 자식도, 남편도 첫 번째가 아니에요. 제가 첫 번째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난 오늘도 행복할 거야’ 하고 선언을 해요. 저를 방송국에서 쫓아낸 편성국장을 만나도 등짝을 때려가며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어요. 진짜 반가웠거든요. 제가 미움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누구 때문에 내가 불행해질 이유가 없는 겁니다.”

 

김미화의 ‘인생개척’은 계속된다. ‘웃음의 철학’을 공부하는 것도 “정치코미디를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꿈이 동력이다. 그는 시사 프로그램을 10년 가까이 맡으면서 “이젠 좀 다리에 힘이 생겼다”고 자부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죠. 강호동, 유재석 모두 제 경쟁자예요.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코미디언이 나와서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고 그런 비판을 존중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게 남은 제 길입니다.”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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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우리가 정부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시민임을 기억해야”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이렇게 연설을 시작한다면 어떨까. ‘국민’이 아닌 ‘시민’이라니, 무언가 어색하고 낯설다. 국민이란 “국가 체제에 의해 지배를 받는 국가의 구성원”이라는 뜻이다. 온순하고 안전하다. 시민은 다르다. 그 속에서 체제저항적이고 불온한 세력이라는 상징을 읽어내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는 ‘좌파’나 ‘빨갱이’ 운운하며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2012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그렇다.

 

왜 우리는 ‘시민’과 멀어진 것일까. 행정구역상 도시에 사는 ‘서울시민’ ‘부산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가 되어버린 것일까.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는 “대한민국을 만든 주체가 우리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시민들은 혁명을 통해 스스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했지만, 우리는 독립 후 미군정에 의해 시민의 권리를 ‘공짜’로 부여받았기에 그 개념이 제대로 정착될 기회가 없었다.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북토크 11번째 강의는 최근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를 펴낸 우석훈 교수가 맡았다. 18대 대선은 이명박 정부 들어 무너진 시민과 민주주의의 개념을 다잡을 계기라고들 한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민되기’라는 강연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강연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11번째 알파레이디 북토크에서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가 ‘깨어있는 시민되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우 교수는 “우리가 헌법을 만들고 정부를 바꾸고 사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시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_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시민이 새로운 체제
만들자고 하면 새로운 시대 열려

 

▲ 우리가 만들고 싶은 꿈 위한
대통령 뽑아야 ‘시민의 정부’ 탄생

 

“국민은 헌법이 규정하는 것이고, 시민은 자연법의 개념이에요. 하늘이 준 권리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하죠. 국민은 법을 위반하면 문제가 되지만, 시민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국민은 대통령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시민은 대통령에게 명령할 수 있습니다. 헌법도 시민이 만든 거고, 그 헌법을 없애거나 움직일 수 있는 권한도 시민에게 있는 겁니다. 시민이 새로운 체제를 만들자고 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우 교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롭게 탄생할 정부가 ‘시민의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책에도 “당신을 ‘시민의 파티’에 초대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우리가) 행정구역상의 시민이 아니라 헌법을 만들고 정부를 바꾸고 사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보편적 존재로서의 시민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우리가 겪은 ‘시민체험’으로 두 가지 사례를 꼽았다. 첫 번째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다. “광주시민들이 자신들을 ‘시민군’이라고 표현했잖아요. 누가 대신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시민이라고 불러야만 총을 들 권리가 생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 것이죠.”

 

두 번째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위해 거리를 뒤덮은 촛불의 물결이다. 당시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누구나 자신을 ‘촛불 시민’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단상에 올라가서 자신을 시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도시에서 왔건, 지방에서 왔건 모두 시민이라고 했거든요. 촛불집회 때야말로 시민이 집단적으로 등장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불법집회가 열리면 경찰이 국민을 잡아갈 순 있지만, 시민은 경찰이 함부로 잡아갈 수 없는 겁니다. 그때 우리의 마음속에 ‘나는 시민이다’라는 흐름이 생긴 것 같아요.”

 

우 교수는 시민의 시대에서 여성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보았다. 한국 여성들은 서구처럼 투쟁을 통해 참정권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의식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에겐 특유의 본능적 시민성이 숨겨져 있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이 바로 촛불집회였다.

 

우 교수는 촛불집회 당시를 “한국 사회의 남성 엘리트들이 해체되는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소울드레서’ ‘화장발’ ‘쌍코’ 등 소위 여성 3국 카페의 젊은 여성들과 ‘82쿡’의 주부 회원들이 촛불을 드는 행위야말로 직관과 통찰에서 나온 시민의 몸짓이었다고 해석한 것이다.

 

“남성 엘리트 경제학자들이 어렵게 꼬아놓은 언어의 장벽과 돈의 장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를 직관적으로 무너뜨립니다. 생존과 삶에 관한 문제는 어떻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아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당시에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허망한 지배프레임을 깨부순 1차적인 주체가 바로 여성들이었죠. 저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시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생각해요.”

 

우 교수는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시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현재 새누리당의 가치는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든, 문재인 후보든 야권 후보들은 시민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공포 경제학자’로 부르는 그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내년에는 정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무척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대선의 화두인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우 교수가 ‘100점짜리’라고 극찬한 공약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다.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최대 100만원으로 상한선을 정해두고, 그 이상을 넘어설 경우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 대선에서 그 공약 하나만 지켜져도 정권을 바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100만원이다, 1000만원이다 하는 금액보다도 개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의 상한선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회의 복지 수준을 말해줍니다. 그동안 우리가 매월 몇 십 만원씩 민간 보험사에 맡겨왔던 것만큼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는 겁니다. 개인에게는 완벽한 공약이고 보험사들은 힘들어지겠죠. 보험으로 떼돈을 벌던 재벌들의 이득이 줄어들 겁니다. 저는 경제학자로서 돈에 직접 끼치는 영향력을 보고 판단하는데, 이건 모두에게 공평하고 도움이 되는 공약입니다. 특히 의료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죠.”

 

고용 정책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1원 1표’인 주식회사라는 경제 조직 형태가 보편적인데 유럽은 ‘1인 1표’의 협동조합 등 다른 방식의 경제 조직이 활성화되어 있다”면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에 정부의 지원을 늘림으로써 그 안에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인건비’를 지원함으로써 이를 시민교육의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우 교수의 책에서 관통하는 메시지는 바로 ‘증오’의 힘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의 동력이 바로 “이것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증오심이다. 그러나 그는 증오의 반대말이 ‘용서’가 아니라 ‘꿈’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바꾸고자 하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죠. 증오만 하다 보면 지칩니다. 훗날 2012년을 돌아봤을 때 우리에게 ‘그 한 해 무슨 꿈을 꾸었나’라는 질문에 ‘의료민영화를 저지했다’ ‘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열었다’ ‘생협에 가입했다’ ‘텃밭에서 처음으로 상추를 길렀다’처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집단적 기억이 필요해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거죠. 그것이 결국 시민의 정부를 만드는 길입니다.”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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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성숙한 사랑 원한다면, 지나치게 분석 말고 긍정적 착각을 해라”


사랑, 어렵다. 사랑에 아파하고 상처를 받아도 우리는 불나방처럼 또다시 사랑에 뛰어든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사랑이 언제 화두이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가. 이미 오래전부터 숱한 문학작품과 노래로 꾸준히 다뤄졌음에도 사랑은 영원불멸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인류 공통의 숙제인 셈이다.


더구나 한국의 20~30대 젊은이들에게 사랑은 때론 사치로 여겨질 정도로 어려운 일이 되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탄생한 용어 ‘삼포세대’는 이런 세태를 잘 보여준다. 감정에 충실하고 사랑에 목매는 절절한 연애를 하기에도 사회구조적 장애물이 많다. 돈, 직업, 미모 등 각종 ‘조건’이 사랑을 앞서는 냉정한 사회다.


이렇게 어려운 사랑, 정답이 있을까? 혹은 사랑을 잘하기 위한 해법이 있을까?



지난달 26일 서울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6번째 알파레이디 북토크에서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가 사랑의 심리학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_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부부나 오랜 연인은 억지로라도 심장 박동수 높이는 활동 함께하면 열정 이어갈 수 있어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북토크의 6월 강연 주제는 바로 사랑이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이번 강연은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가 맡았다. 곽 교수는 최근 사랑을 둘러싼 인간의 심리를 잔잔하게 풀어낸 책 <도대체, 사랑>을 펴냈다. 이날 강연 주제도 책 제목과 같은 ‘도대체 사랑-사랑의 심리학’이었다.


사랑은 타인과의 교류에서 비롯하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치기 어린 첫사랑이 대부분 엉망진창 상처투성이로 끝나는 것은 상대 탓만이 아니다. 바로 사랑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나 자신에게도 이유가 있었음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곤 한다. 곽 교수는 사랑을 심리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봤다. 


곽 교수는 강연 첫머리에 각종 심리 게임을 소개하며 인간의 숨겨진 심리를 설명했다. 그냥 보면 꽃 그림이지만 사실은 곳곳에 사람의 얼굴이 숨겨져 있고, 남녀의 모습인 것처럼 보이는 그림 사이사이에는 돌고래가 여러 마리 그려져 있다. 이러한 착시 현상은 사실을 인지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처음에는 꽃만 보이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사람 얼굴도 함께 보입니다. 망막에 상이 맺혀도 뇌가 모든 상을 처리하지는 않아요. 나에게 의미있고 자극적인 것만 처리합니다. 내가 인지하는 것은 사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것, 내게 의미 있는 것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사람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르니 인지하는 것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회적 경험이나 역할이 다른 남녀가 다른 시각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생래적인 요인도 있다. 곽 교수는 남녀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공감 능력’을 예로 들었다. 곽 교수의 연구 가운데 엄마가 아이와 놀다가 다친 척하고 아파하는 표정을 지을 때 생후 24개월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한 사례가 있다. 이때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울지만, 남자아이들은 신경 쓰지 않거나 모른 척하며 놀던 장난감에 열중한다. 이렇듯 여성에 비해 남성의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은 사회화 이전부터 발견된다.


재미있는 것은 공감 능력이 가장 높을 때가 바로 “열정적 사랑에 빠졌을 때”라는 사실이다. 곽 교수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를 사진으로 찍어보면 타인에 대해 공감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똑같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녀의 차이를 십분 인정해도, 다르다는 것은 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곽 교수는 연애할 때 소위 ‘밀당(밀고 당기기)’이 생기는 이유를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시사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고, 둘째가 아이를 낳아 종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남자는 아이를 낳지 않으니 부인이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많이 낳다 보면 내 아이가 맞겠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자기 아이를 100% 확신할 수 있죠. 그러니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혹시 남자가 다른 여성에게 재화를 나눠주지 않았나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부터 ‘밀당’과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남녀의 이런 차이는 이성의 유혹에 대응하는 방식에도 차이를 낳는다. 여자는 남자의 ‘거짓 헌신’에 속을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남자가 아무리 여자에게 헌신적으로 대해도 여자는 그의 진심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한다. 하지만 남자는 그 반대다. 곽 교수가 소개한 한 연구에서는 남성이 얼마나 여성의 유혹에 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아름다운 여성이 특별한 말 없이 남성을 여러 번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남성 중 100%가 5분 만에 ‘저 여성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고 답했다.




곽 교수는 요즘 대세인 ‘나쁜 남자’가 인기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생쥐 실험에서도 그 이유가 설명됩니다. 암컷과 함께 있던 수컷 쥐와 수컷끼리만 있던 수컷 쥐 가운데 암컷에게 더 인기있는 경우는 전자예요. 본능적으로 다른 암컷으로부터 검증받은 수컷을 더 선호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똑같은 남자의 얼굴에 한쪽엔 남자를 보고 웃는 여자가 함께 있고, 한쪽엔 무표정한 표정의 여자가 함께 있어요. 어느 경우가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될까요? 바로 옆의 여자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남자입니다.”


이렇듯 사랑에 관한 인간의 심리를 추측할 수 있는 연구와 실험은 아주 많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로, 글로 배우는 사랑이 온전할 리가 없다. 알면 알수록 알쏭달쏭한 것이 사랑이다.


곽 교수는 “낭만적 사랑을 넘어 성숙한 사랑”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책을 통해 “처음부터 맹렬하게 대시하는 남자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이런 세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본래 연애의 시작은 크고 온전한 사랑일 수 없으니 말이다. 크고 온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함께 노력하며 오랜 시간을 지내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마주친, 자신들의 가슴을 불시에 두드리는 여인에게 다가가 차 한 잔 할 수 있냐고 청하는 남자들의 부재”를 비판한 <야성의 사랑학>의 저자 목수정과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곽 교수는 성숙한 사랑을 위한 몇 가지 노하우를 제시했다. 우선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은 남성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A4 종이 네 장으로, 한쪽은 두세 줄로 써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두세 줄로 쓴 집단이 더 만족도가 높았어요. 지나치게 분석하고 따지는 것이 행복한 사랑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은 부부나 오랜 연인을 위한 조언이다. “억지로라도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활동을 함께하라”는 것이다. 열정이 있을 때 심장박동수가 높아지지만, 심장박동수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경우에도 열정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곽 교수는 “긍정적 착각을 가지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환상대로 변화합니다. 그 사람을 멋지다고 생각하면 정말 멋져지는 거예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착각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말하는 ‘콩깍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랑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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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러 우물 왜 팠냐고요? 그냥 심심하니까, 재미있으니까”

가수 조영남씨(67)는 애초부터 이 강연에 어울리지 않았다. 세상의 잣대,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데 정답이 있을 리가 없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강연 주제는 그와 잘 어울렸다. 지난 22일 경향신문 2층 갤러리 ‘효재처럼’에서 열린 알파레이디 북토크 5월 강연은 한 편의 전위예술과 같은 조영남의 ‘쇼’를 보는 듯했다. 그는 강연 직전 “의자를 모두 당겨 제 쪽으로 방향을 틀라”고 제안했다. 청중과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졌다. 토크쇼 진행은 그와 오랜 친구이기도 한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가 맡았다.

▲ 삶은 불안·안정이 반반
인생의 답 가져야 한다는 강박과 눈치 버려야…
낚싯대 그냥 던지다 보면 무엇인가 걸리는 법이죠


 


유인경 선임기자(이하 유) = 책을 굉장히 많이 쓰셨어요. <예수의 샅바를 잡다>라는 신학 책도 쓰고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란 미술 책, 또 얼마 전엔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라는 시인 이상에 대한 책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분야를 섭렵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한 우물을 파라’고 하는데 본업인 가수활동까지 여러 우물을 팠어요. 실제로 ‘청년이여, 여러 우물을 파라’고도 했는데, 정말 여러 우물을 파야 하는 건가요.

조영남(이하 조) = 어려서부터 여러 우물을 파면 밥을 굶는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슬슬 오기 같은 것도 생겼고요. 당시에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해서 더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그런데 파다 보니 다 물이 나오더라고요.

유 =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있나요.

조 = 글쎄, 낚시꾼이 낚싯바늘을 던지면서 ‘이번엔 잉어를 잡아야겠다’ ‘이번엔 피라미를 잡아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고 던지나요? 그냥 던진다고 봐요. 애초부터 무언가 답을 갖고 있지는 않았어요. 계획하는 것이 아니고 던지다 보면 걸리는 것이죠.

유 = 낚싯대조차도 잘 못 던지는 사람이 많거든요. 난 못할 거야, 재능이 없을 거야 이런 마음 때문이죠. 낚싯대를 던질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조 =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건데…. 왜 그림을 그렸는지, 왜 노래를 잘했는지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조씨와 유 선임기자의 대화는 마치 쌈질하듯 이어졌다. 유 선임기자는 조씨의 ‘인생 비법’을 구했지만, 그는 ‘처세’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조씨가 ‘다종다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심심하니까”였다. 어떤 물고기를 잡을지 정해놓고 낚싯대를 던지지 않듯, 인생도 답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에 비친 조씨는 말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실제로는 먼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늘어놓는 편은 아니다. 그는 이것이 67세의 나이에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조 = 저는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과 대화하는 게 즐겁지 않다는 것을 일찍 알았습니다. 왜냐. 묻지도 않은 말을 자꾸 하고, 또 반복하고, 한 말 또 하고…. 그게 나이 든 사람들의 증상이죠. 저는 일찍이 혀를 깨물고서라도 누가 묻지 않으면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젊은 사람과 이야기하려면 생각의 수준을 젊은 수준으로 맞춰야 대화가 가능하죠.

유 = 눈높이를 맞추는 건 정말 힘들죠. 어떻게 맞춥니까.



[알파레이디 북토크]조영남 "젊게 살아라" 영상 바로가기

조 = 세상에 그것처럼 어려운 것이 어딨나요. 제가 20대 여자친구와도 만날 수 있는 것도 다 노력의 결과입니다.(웃음)

사실 강연 절반은 조씨의 ‘여친’ 이야기였다. “60대 남자가 20대 여자와 만나 데이트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고 욕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남의 잣대, 타인의 시선과는 무관해보이는 인생이다.

유 = 가장 큰 특징이자 오해받는 것 중 하나가 남의 눈치를 안 보고 산다는 거예요. 자유롭게 사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조 = 우리는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살아요. 그게 우리 인간의 모습이에요. 하지만 제가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는 건,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영화 보면서 눈치보며 사는 것은 손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눈치를 안 보고 살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죠.

조씨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200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레미제라블>을 공연할 때 그의 지인인 각계 유명인사 250여명이 참석해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이날 강연에도 정운찬 전 총리,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부부, 서혜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 특별게스트 20여명이 참석했다.

유 = 인맥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지요.

조 = 어느 날 언론에서 조영남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맥을 두텁게 쌓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이 나라에 인물이 참 없구나’라고 생각했죠. 신기하게 친한 사람들이 모두 잘되고,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 어느 날에는 불안해지기까지 하더라고요. 사실 주변에 별 볼일 없는 애들도 많습니다.

유 = 친한 사람들이 잘된다는 게 중요해요. 행운의 법칙 제1조가 ‘운이 좋은 사람과 사귀라’는 거예요. ‘재수교’를 만들 정도로 재수가 좋아야 한다고 말씀하기도 했는데, 성실한 것보다 재수가 좋아야 하는 걸까요.

조 = 무릇 인간 만사, 오묘함은 아무도 몰라요. 단지 제가 눈치를 채는 것은 내 옆의 사람, 내 뒤의 사람, 나 자신 모두가 서로 생각하고 배운 것들을 섞고 교묘하게 통합해가면서 움직이는 거거든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어요. 선량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선량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재수가 많이 붙는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재수 좋은 놈한테는 못 당하더라고요.

조씨가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은 ‘재미’다. 심심하니까 재미있는 것을 찾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도통 재미를 못 찾는다. 불안과 혼돈의 길을 오랜 시간 걷는다. 한 참석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알파레이디 북토크]조영남 "방황을 즐겨라" 영상 바로가기

“방황하는 24살 젊은이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자퇴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현실적인 시선으로 ‘앞으로 살아갈 때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늘 재미를 추구하며 사셨는데, 순간순간의 불안함은 없으셨나요?”

조 = 방황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왜 자기 삶을 방황이라고 표현하죠? 대개 젊은이들이 표현하는 삶의 방황이란 말에는 부정적인 뜻이 담겨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느끼는 것 자체가 너무 웃기고 건방지다고 생각합니다. 24살이면 당연히 여러 생각이 들고,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신은 우리에게 행복과 불행을 반반씩 줬고 불안과 안정을 반반씩 줬습니다. 그건 당신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 그 자체이자 당신이 가진 재료예요. 당신은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닙니다. 누가 뭐라 그래도 그냥 그런가보다, 뭐가 재밌나, 재밌는 것 찾아서 끝까지 하는 거죠. 남자친구 만나 쏘다니고 밤새 수다떨고 재미있게 사세요. 왜 청춘만 아프다고 생각해요. 중년도 아프고 노인네도 비오면 쑤십니다.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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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성의 몸 아닌 몸매에만 관심… 사회가 재단하는 미적 기준은 폭력”

여성의 몸은 우주와 같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은 하나의 우주가 열리고 닫히는 것이다. 고전 <동의보감>에서는 출산의 통증을 아예 병으로 다루지 않았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을 자연과 교감하는 신성한 체험으로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출산을 고통스러운 질병처럼 취급한다. 갖은 약물과 수술로 대응하고, 고통을 줄이거나 없애버리기 위해 자본과 기술을 총동원한다. 그 과정에서 여성은 이미 몸의 주체가 아니다. 몸은 자신에게 고통만을 주는 객체로 전락한다.

지난 21일 경향신문사 2층 갤러리 ‘효재처럼’에서 열린 2012년 두 번째 알파레이디 북토크에서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가 ‘몸과 삶의 소외를 극복하는 지혜’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저서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에서 이처럼 소외된 현대인의 몸과 삶에 대해 조언해왔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씨가 지난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갤러리 ‘효재처럼’에서 열린 알파레이디 북토크에서 ‘몸과 삶의 소외를 극복하는 지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동의보감>이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몸이 곧 우주라는 것이죠. 우주를 구성하는 힘이 오장육부를 구성하고, 별을 만드는 모든 요소가 몸을 만듭니다. 우리가 몸을 사유하는 순간, 우주를 사유하는 것도 동시에 시작됩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동의보감>이 이야기하는 진리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현대철학과 한국의 고전을 섭렵해온 고씨가 ‘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산부인과에서의 체험 때문이었다. 그는 “몸이 안 좋아져서 산부인과에 갔다가 그곳에서 여성의 몸이 다뤄지는 방식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여성을 상대로 하는 산부인과는 오히려 여성의 몸을 폭압적으로 대한다. 의료자본은 끊임없이 새로운 질병을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예방’이란 이름으로 소비하길 권유한다. 병원의 정기검진은 몸을 보호하는 시스템의 하나일 뿐인데, 현대인은 이로써 건강을 위한 완전한 방어 체계를 갖춘다고 착각한다. 고씨는 “옛날에 무당을 찾아가는 것과 오늘날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다”면서 의학에 대한 현대인의 맹목적 신뢰를 비판했다.

성형과 다이어트를 권유하는 사회는 여성의 몸을 더욱 객체로 만들어버린다. ‘알파걸’ ‘골드미스’ 등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여성들이 많아졌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가장 소외되고 차별받는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 여성들은 자기 몸이 가진 잠재력이나 생명력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어른이 됩니다. 학교에서나 엄마로부터 듣는 것은 오로지 ‘몸매’일 뿐이죠. 운동도 살을 빼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돼버렸습니다. 누구도 ‘너의 삶을 위해 몸의 순환을 건강히 하라’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의 미(美)는 철저하게 자연과 괴리돼 있습니다.”

고씨는 사회가 강요하는 미적 기준을 ‘폭력’이라 규정했다. 그는 “미적 기준이 이렇게 한 가지로 통일돼 있었던 시기는 없었다”며 “하나의 기준을 토대로 전신을 깎고 조이기를 요구하는 현대사회는 인간의 몸에 대해 폭력을 저지르는 격”이라고 말했다.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사회가 요구하는 미적 기준을 수용하는 것 역시 위험한 일이다.

“이런 (아름다운) 몸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은 그런 몸을 갖지 못한 사람을 차별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이렇게 하나의 척도로만 재단하게 되면 위계와 서열이 생깁니다. 아무리 예뻐진다고 해도 끝없이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회가 민주화되기 바라는 것은 여성의 무지이자 자가당착이죠.”

자본주의에 의해 강요된 잣대에 따라, 여성들은 스스로의 몸을 사랑하고 움직이는 법을 잊어버렸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볼륨을 낮춰라’ 말만 하면 볼륨이 낮아지는 전자기기가 나오고 있죠. 뇌과학이 더 발달하면, 뇌파를 전자기기에 연결해서 ‘청소해라’ 생각하는 것만으로 로봇에 청소를 시키는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저는 그걸 왜 개발하는지 모르겠어요. 생각만 하면 운전도 해주고, 검색도 해주고…. 그럼 이제 몸은 어디에 쓰나요? 몸은 정기검진만 합니다. 매일 혈당체크만 하는 거예요. 이럴 거라면 몸이 필요 없죠.”

정보의 시대가 온다고 해서 삶이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고씨의 지적에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술이 발달하는데도 갈수록 ‘난장판’이 돼가는 현실을 다들 알기 때문이었다. “뇌도 쓸 일 없고 하체는 쓸 일 없어진 지 오래이고, 손가락마저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뭔가요. 이런 질문 없이 기술을 너무 빨리 발전시켜, 초스피드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여성이 사회활동에 엄청 많이 참여하는데 여성의 마음은 외롭고 쓸쓸하고 상처투성이에요.”

▲ “아무리 예뻐진다해도 결핍은 끝없이 생겨…
돈 많고 잘생긴 순정남? 그릇된 꿈에서 깨어나라”

고씨는 여성이 가진 욕망과 인식 사이의 모순을 꼬집었다. 그는 “여성들이 사회적, 지적으로는 엄청나게 무장했으면서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누군가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것만을 삶의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랑받는 것, 누군가로부터 위안받는 것, 배려받는 것만을 갈구하는 것은 곧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라며 “이것을 모른다면 여성은 절대 해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설정하고, 현실적 성욕은 배제한 채 멜로만 추구하는 것이 오늘날 현대 여성의 로망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아지길 바라고, 남자가 자신을 사랑해줄 뿐만 아니라 경제력까지 갖추길 바라죠. 여성이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일입니다.”

마음은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을 고민하면서, 몸은 자본과 쾌락을 좇는 세태도 우리를 오염시킨다. 한 강연 참석자는 “남자들은 여성들이 명품에 열광한다고 비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고씨는 “자본은 상품을 욕망하게 해서 기쁨과 쾌락을 중독시킨다”며 “명품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별 볼일 없게 여기고, 인생을 권태롭게 느끼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잘살게 된다는 것은 웬만한 물건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고 어떤 물건과도 교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며 “자본주의에 잠식된 심리 구조로는 중독을 넘어 죽음을 향한 충동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복은 ‘개념’이 아니라 ‘몸의 능력’이다. 몸에서 세포들이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내겐 이러저러한 물건이나 재산이 있어’라고 위안해본들 내 몸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고씨는 “일반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중산층에 편입되는 것을 행복의 기준이라 믿지만, 이런 기준에 도달한다고 해도 많은 여성들이 40대쯤 되면 우울증을 앓는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조건’을 잘 갖춘 많은 중·상류층 여성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 이유는 “한의학적으로 봤을 때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고 홀로 단절되면 몸과 마음에서 ‘우주적 순환’이 이뤄지지 못한다.

병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까지 번진다. 당당하고 씩씩한 여성들도 많아졌지만, 언제부턴가 우울한 여성들이 자꾸 늘고 있다. “몸은 병원 리스트 안에 갇히고 마음은 심리상담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서 꼼짝 못하는 형국”이다. TV에는 의료·건강프로그램이 넘쳐나지만 대부분 ‘신종 질병’을 소개하며 병원행을 권할 뿐이다. 더욱이, 아름답고 젊은 여성의 몸만을 소비하는 사회에서 폐경기가 지난 여성의 몸은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현대사회에서 폐경기는 여성이 자기 몸을 폐기처분하는 시기처럼 돼버렸다. 고씨는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인생에서 수십년 동안 자신을 ‘퇴물’ 취급하며 고통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으로부터 ‘지혜’를 얻으라고 조언했다.

“지혜는 여성의 몸을 생성시킨 자연으로부터 옵니다. 자연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거나 오지를 탐험하는 것이 아니고, 문명의 표상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돈 많고 잘생기고 순정을 바치는 남자를 바라거나, 이를 위해 나를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으로 내놓는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 몸이 원하는 존재의 심연을 보는 거예요. 그러면 내 안에서 모든 소통이 이뤄지고, 폐경기가 온다고 해도 몸이 자연과 결합할 수 있는 지혜의 산실이 될 것입니다.”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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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제 소설이 좀 슬픈가요? 찬란한 순간의 슬픔은 살아있다는 증거”

‘소설가 신경숙’을 떠올리면 아련하고 슬퍼진다. 숨가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모진 현실 속에서, 그는 우리에게 잔인하리만치 투명한 거울을 들이민다. 거울은 우리의 가장 깊숙한 곳을 비춘다. 거울에는 저마다의 처연하고 쓸쓸한 모습들이 비친다. 그런 우리는 서로 많이 닮아있다. 닮은 슬픔을 갖고 있다는 것은 때론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폭설이 쏟아진 지난달 31일, 지난해 ‘알파레이디 리더십포럼’의 뒤를 잇는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북토크’의 첫 문을 신경숙이 열었다. 알파레이디라는 도전적인 단어가 그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 사회에 나선 여성들에게 더욱 강한 에너지를 전해줄 것 같았다. 그의 강연 주제는 ‘홀로, 또 함께인 우리’였고, 그는 여성의 연대, 동시대인 사이의 위로와 공감을 강조했다. 강연은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의 진행 아래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경향신문사 2층 갤러리 ‘효재처럼’에서 열린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북토크’에서 소설가 신경숙씨가 유인경 선임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내가 사는 오늘은 타인과 더불어 사는 것…
엄마는 나의 시작, 서로에게 엄마가 되길”

유인경(이하 유) : 가장 최근작인 <모르는 여인들>은 단편집인데, 작품마다 슬픔과 위로, 치유의 메시지가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신경숙(이하 신) : 제 소설이 좀 슬픈가요? 슬픔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이런 생각은 있어요. 사람은 슬픔을 느낄 줄 알아야 변하는 것 같거든요. 슬픔으로부터 무감각해지면 자기 마음이 물이 스며들 자리도 없이 견고하다는 뜻이겠죠. 기쁜 일보다 슬픈 일에 마음이 반응하는 시간이 많아야 우리가 정직하게 감정에 의해 변화할 기회가 온다고 봐요.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합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것, 살아있기에 아름다움을 느낄 때엔 뭔지 모르게 마음이 짠한 순간이 올 거예요. 그것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유장한 시간과 함께 지나갈 것이라는 것,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무의식이 짐작하는 것이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짠한 감성에 사로잡히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가장 찬란하게 예쁠 때 우리 자신도 모르게 느끼는 슬픈 감정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유 : 작품 속에는 가족에게 전혀 받지 못한 위안과 소통을 ‘모르는 여인들’을 통해 얻는 장면이 나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습니까.

신 : 사실 눈에 보이는 관계가 전부는 아니지요. 우리도 서로 모르지만 이 자리에서 만났잖아요. 동시대를 산다는 것은 그런 것 같아요. 꼭 서로 약속해서 만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면서 내가 살아내는 시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죠.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는 존재라는 이야기가 작품 안에서 미세하게 흐르고 있을 거예요. 모르는 사이에 연결돼 있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만남을 최상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요.

신 작가는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의 삶은 타인의 시간을 더불어 살고 있는 것”이라며 그로부터 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글을 쓰는 일이란 이렇듯 깊은 사유들을 조합해 말과 글로 빚어내는 일일 터다.

유 : 많은 작가들이 글 쓰는 일을 ‘형벌’이라고도 표현하던데요. 글을 쓴다는 것, 작가라는 직업이 힘들게 느껴지시나요?

신 : 보통의 일들은 하고 나면 쉬워지고, 또 조금 더 하고 나면 더 쉬워지죠. 그런데 글 쓰는 일이란 그런 것이 없어요. 항상 새로 시작해야 해요. 벌써 28년간 작가 생활을 했지만 새 작품을 쓸 때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됐다면, 그로 인해 힘들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고통스럽지만 글을 쓰게 하는 힘은 내 무의식이 진정 원하는 것이 거기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유 : 알파레이디 북토크는 주로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오늘 참석한 분들의 연령대가 참 다양합니다. 어머니뻘인 분들도 오셨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작가로서 성숙도도 높아지겠죠?

신 :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을까 싶은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을 때, 내가 좀 나이가 어렸다면 절망만 들여다보느라고 그 반대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균형감각 같은 것이 나이가 가져다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참하게 기울어진 끝이 있죠. 20~30대 같았으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럴 때 나이에 대한 긍정이 생깁니다. 가끔 나이 ‘서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도 쓰고 싶어요. 30대를 앞두고 마음이 어지럽다면 정말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1년쯤 충분히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실패하든 성공하든 미래의 일은 생각지 말고 정말 자신에게 그런 시간을 한번 줘보고 서른을 맞으면 어떻겠냐는 생각도 들어요.



참가자들은 인생의 선배로서 신 작가에게 여성의 결혼, 사회생활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 참가자는 “결혼이 한국 여성들에게 여러 제약을 준다”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결혼하면 해서 보이는 것이 있고, 안 하면 안 해서 보이는 것이 있다. 지금은 결혼이 꼭 필수는 아니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대”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 :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갖죠. 신 작가에게는 여성이라는 것이 근원적으로 행복인가요, 혹은 걸림돌이 되었나요?

신 : 글을 쓸 때 나는 여성도 남성도 아닙니다. 작가 신경숙이지요. 하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기에 작품에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받게 되면 (작가로서) 장악을 하고 답변할 수 있어야겠죠. 문학 안에서 여성을 가려내는 것은 뭔가 좀 수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요. 작품을 읽을 때는 인간의 이야기로 읽어줬으면 합니다. 한국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남성들과 구별되는 삶을 살아왔기에 저절로 생긴 경쟁력이 있지요. 지금은 그런 것들이 펼쳐지고 있는 시대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여성들이 정말 많은 분야에서 우월하고 능력을 평가받는 때잖아요. 그런 현실을 물리치고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촌스러운 시대가 아닐까요.

엄마를 이해하는 일은 삶을 통찰하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특히 여성에게 엄마란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점이 된다. 신 작가는 “엄마는 나라는 사람의 시작”이라며 “처음의 나를 보기 위해서는 엄마 안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내내 ‘너’ ‘그’ ‘당신’이라는 시점으로 서술된다. 그 이유는 “엄마에게만 ‘나’라고 말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신 작가는 “소설을 읽고 난 뒤에는 가까이 있는 엄마를 보며 ‘엄마의 꿈은 뭐였을까, 엄마도 배냇저고리를 입었겠지, 이런 신발을 신었겠지’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길 바랐다. 엄마를 인간적으로 되돌아보길 바랐다”고 했다. 강연을 듣던 이순이씨(63)는 “엄마가 묵묵히 헌신하고 불행을 감내하며 그 자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아픔과 희망, 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을 감사드린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신 작가는 참가자들에게 “서로 엄마가 되어주자”고 제안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냉정한 이 시대에 ‘엄마’는 어쩌면 인간성의 회복을 상징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엄마에게만 엄마의 역할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가 되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봐요.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스승은 학생에게, 학생은 스승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로 상징되는 온화함과 친밀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작고 여린 것을 성장시켜 세계로 내보내 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 아닌가요. 마음 안에 있는 엄마의 역할을 서로에게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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