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의 패션 감각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큼직한 프린트 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원피스나, 눈에 띄고 화려하지만 천박해보이지 않는 원색의 원피스를 선택하는 감각은 가히 탁월하다. 미셸 오바마와 후진타오 주석. 경향신문DB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당시. 경향신문DB
이번 미·중 회담 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도 미셸의 붉은 드레스는 그의 탁월한 감각과 센스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미셸은 이 자리에서 공단 소재로 된 붉은 색 꽃잎 무늬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었다. 비대칭 어깨선에 자연스레 주름이 잡힌 이 드레스는 미셸의 건강하고 섹시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 그의 패셔니스타 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그의 드레스는 향후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의 드레스를 보고 있노라면, 그는 단순히 영부인에 그치지 않고, 미셸 자신이 독립된 정치가이자 오바마의 동반자라고 느끼게 된다. 미셸은 패션을 똑똑하게 이용할 줄 아는 전략가다.
그의 패션이 정치·사회적으로 회자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때 미셸이 선택한 노란색 드레스는 경제 위기에 놓인 미국에 ‘희망’의 상징으로 거론됐다. 또 대선 기간 중에도 중요한 매 순간마다 강렬한 색감의 의상을 입어 화제에 올랐다. 패션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 패셔니스타로서의 자리매김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공화당의 페일린이 15만 달러 쇼핑 스캔들에 시달리자 그는 영리하게도 캐주얼 브랜드 제이크루를 입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큰 키와 탄탄한 몸매를 강조하는 과감한 의상을 자주 선택하는 미셸의 스타일은 굉장히 미국적이다. ‘핫’ 하고 ‘힙’ 하다. 미셸이 선택하는 브랜드도 알렉산더 맥퀸, 마크 제이콥스 등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디자이너들의 옷이 대부분이다.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가 자국의 고전적 브랜드 디올과 샤넬을 입는 것이 당연한 것과 마찬가지다.
미셸 오바마의 아름다운 붉은 드레스를 보고 있노라니, 지난해 G20 정상회의 때가 다시금 떠오른다. 각국 여성 지도자와 지도자의 부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였던만큼 이들의 패션도 당시 큰 이슈였다.
G20 당시 김윤옥 여사. 경향신문DB
하지만 패션의 기초는 T.P.O다. 이 옷을 선보인 곳은 창덕궁(Place)이었고, 한복패션쇼를 관람하는 자리(Occasion)였다. G20 국가의 손님들을 초대한, 말 그대로 ‘국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때(Time)이기도 했다. 이 같은 여건에서 여사는 T.P.O의 원칙을 무시한 셈이 됐다. ‘모피’의 상징성과 퍼스트레이디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한 동물 보호 단체는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옷”이라며 여사를 맹비난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퍼스트레이디라고 해서 마냥 한복만 입고 국제 무대에 등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을 맞아 미셸이 고른 붉은 드레스와 각종 로비 의혹에 휩싸여온 여사가 두른 모피 숄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패션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많은 것을 함축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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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식을 좋아하는사람 2011.01.22 0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어제 낮에 정동영의원 부인을 봤는데
순간적으로 저분이 영부인 였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는데
이 아침 우연히 이런 글을 보게되니 묘한 생각이 듭니다.
우아하거나 기품있기만 한 퍼스트레이디를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진정성이 느껴지길 기대할 뿐입니다. 민혜경씨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요...
누빔.. 2011.01.22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빔으로 대표되는 겨울한복도 멋스러웠을텐데....하긴 발가락다이아라는 별명이 괜히 생겼을리가..
듣고 보니 그러네요.
2007년 겨울, 대선 바로 전날 MB 유세장에서 김윤옥 여사를 바로 앞에서 뵌 적이 있는데 인상도 좋고 참 밝으시더군요.
하지만 개인의 그것과 퍼스트레이디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은 별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