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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1.17 [책 출간] 알파레이디 리더십
  2. 2011.03.01 ‘배고픈’ 수습기자의 추억 (10)
지난해 경향신문 편집국 인터랙티브팀이 진행했던 '2011 경향신문 연중기획 - 알파레이디리더십 포럼'이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11명의 멘토들이 해준 깨알같고 알토란같은 인생 이야기가 담뿍 담겨져 있는 책입니다. 알파레이디를 꿈꾸는 여성분들 뿐만 아니라,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은 사회초년병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알파레이디 리더십 - 실수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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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수습 기자 후배들과 기수 회식을 했다. 이번 수습 기수는 48기. 내가 44기이니까 벌써 내 밑으로 4개 기수의 후배들이 생겼다. 우리 회사가 수습 기자를 뽑지 않은 해도 있었는데, 어쨌건 나도 벌써 입사 6년차 기자가 됐다. 꽃같은 20대를 기자로 살다가 정신차려보니 이미 30대가 되어 있다. 시간 참 빠르다.

경향신문 수습기자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


48기 후배 중에 눈에 띄는 후배가 있었는데, 가장 나이 어린 여기자 후배였다. 기수 가운데 술을 가장 못 마신다는, 발가락 양말을 신은 이 예쁘장한 후배는 술자리 내내 ‘안주빨’을 세우며 꾸준히, 끝도 없이, 주구장창 안주를 먹어댔다. 동기들은 뭐든 잘 먹는 그 후배 앞에다 계속 먹을 것을 놓아주며 “많이 먹어라” “수습 때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다”며 다독였다. 후배 먹는 것만 봐도 뿌듯한, ‘엄마 미소’를 뿜어내고 있는 동기들을 보니 ‘아, 우리도 늙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괜히 서글퍼지기도 했다.



그 후배를 보니 나의 수습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체질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다. 술이 한잔만 들어가도 얼굴이 빠알갛게 달아오르고, 조금 더 들어가면 온 몸이 빨간 고무다라이처럼 붉어진다. 그런 내게 입사 후 내리 먹어야 하는 폭탄주는 정말 고역이었다.

때문에 내가 택한 방법도 ‘안주빨’을 세우는 것이었다. 술이 들어가는만큼 안주로 배를 채워줘야 그 술을 조금이라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폭탄주를 먹고난 뒤면 아무리 배가 부른대도 하얀 쌀밥에 된장찌개를 꼭꼭 챙겨먹었다. 그러다 용량 초과로 ‘토하고 또 먹고’를 무한 반복하는 동물적인 생활을 이어가야 했지만.

폭탄주 '제조' 장면


때론 반찬부터 한 가득 나오고 밥은 나중에 나오는 한정식 집에서 회식이 잡힐 때면 속이 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눈치를 살짝 살짝 보다가 서빙하는 종업원에게 ‘밥 한 공기만…’이라고 속삭이다 선배들에게 걸려서 눈총을 받은 적도 있다.

하루는 우리 사건팀이 잘 가는 삼겹살 집이 있었는데 그집 이름이 ‘서울 곰탕’이었다. 하지만 우린 회식 때마다 삼겹살을 시켜먹었기 때문에, 이름만 곰탕이지 사실상 그곳이 곰탕집이라고 인식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창 회식이 이어지고, 밀어닥치는 삼겹살과 폭탄주에 헤롱헤롱해진 나는 ‘밥을 먹어야 할 때’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고, 다들 밥을 시키는 타이밍에 나는 자신있게 “곰탕주세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모든 시선이 내게로 모아졌다. “서울곰탕에서 곰탕 먹는 애는 너밖에 못 봤다”는 야유와 함께.



물론 나의 식탐을 ‘위장 보호를 위한 안주빨’이라고만 주장하기에 사뭇 양심에 찔리는 수습 시절의 일화도 있다. 지금은 당시를 되돌아보면 지성인으로서 품위를 저버린 그 행동을 어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다. 모두 남들이 뭐라건 물불 안가리는 수습 기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리라.

때는 2005년 12월 31일. 유일하게 수습 ‘사스마와리’(경찰서 돌며 취재하기)가 없던 토요일이었는데, 하필이면 전날 1진 선배가 호출해 새벽까지 잠을 못자고 마와리를 돌아야 했다. 밤을 꼴딱 샌 나는 토요일 하루 온종일 자다가 오후 5시쯤 일어나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밥을 먹으러 나갔다.

머릿속에 오로지 ‘아, 고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던 난 과년한 처자의 몸으로 홀로 갈비집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씩씩하게 “돼지갈비 2인분 주세요”라고 외치고 열심히 돼지갈비를 구워먹었다.

혼자 먹어도 맛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걸 어색해하는 우리 사회가 좀 이상하다고 보고 지금도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 당당히 식당 문을 두드리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혼자 갈비를 구워먹은 것은 좀 심했다고 반성한다. “쏘주 한병이요”라고 외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지만…. (그래도 시집은 갔으니 다행이다.)



수습 기자 시절은 모든 기자들에게 추억의 한 때지만, 결코 돌아가라면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추억은 난무하나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애증’의 시간이라고나 할까.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비인간적인 생활 등등으로 인해 나처럼 ‘동물’적인 식탐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있듯이 말이다.

오랫만에 또다시 밥을 꾸역꾸역 챙겨먹은 채 폭탄주를 과도하게 마셨더니, 헤롱헤롱 취했다. 들큰하니 취한 상태로 후배 수습기자를 택시에 태워 경찰서로 실어다주는 기분이 왠지 모르게 뭉클하기만 하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걷겠다고 나선 후배가 이뻐보이기도 한다. 거의 ‘생활인’이 되어, 묻어뒀던 꿈을 다시 살짝 들춰보게 된 데서 오는 흐뭇함인가. 아, 나도 꼰대가 되어가나보다.

그런데 추억이랍시고 쓰고보니 나의 인간적 품위가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 없어보여도 너무 없어보인다. 혹시 기자를 꿈꾸는 미래의 후배님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재고하시기 바란다. 남자분들은 군대 한번 더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히히.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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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이씀아 2011.03.01 1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자 식당은 잘 가는데 아직 고기집엔 안가본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냅니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글들과 댓글들을
    보면서 님의 개념이 참으로 좋습니다~^^

    • 이고은 2011.03.02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혼자서 갈비 구워먹기 언제 한번 시도해보세요. 왠지 앞으로 무슨 일이든지 할수 있을 것 같으실 거예요. ㅎㅎ

  2. 매실짱아찌 2011.03.01 17: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아보이시던 이기자님에게도 이런 과거가 있으셨군요.^^

    • 이고은 2011.03.02 1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호. 저 이런 여자였답니다.
      그나저나 매실장아찌님 요새도 쇼핑카트 잘 뒤집고 계신가요? 전 요즘 많이 무너지고 있어요. ㅠㅠ 이러면 안 되는데!!!

  3. 명일 2011.03.02 1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파란색 문장에서 10초간 눈을 못 떼고 있었습니다.
    서초경찰서에 있던 그 겹겹이 때묻은 이불은 이제 바뀌었다던데…

    • 이고은 2011.03.02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군대 운운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명일씨도 수습 시절의 추억을 한번 되새겨봐. 다만 나에 대한 기억은 잊어줘...ㅋ

  4. 신데레사 2011.03.02 1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자서 돼지갈비집, 좋아요!!!
    왜우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걸로 가끔씩 얘기하는지
    전 이해가 조금 안된답니다
    휴일이나 평일에나 가까운 산행에도 둘씩셋씩 짝지어서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으며 걷고 시장은 물론이고 운동등
    무리무리 몰려다니는 것이 꼭 인간성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요

    저는 아마도 이기자님 어머님연배쯤 될것같습니다마는
    씩씩하게 혼자서 못하는것이없습니다
    식사는 말할것도없고 쇼핑은 필히 혼자합니다
    친구랑같이가면 공연이 미안할때도 있고,
    한번은 삼계탕이 먹고싶어 혼자가서 시켜먹고 나오고
    별식죽집도 혼자가고
    그렇다고 친구없는거절대 아닙니다
    친구들이랑 함께 할때가 훨많지만 혼자서도 당당하게
    무엇이든 할수있는 습관도 때론 필요하다는걸 말씀드렸어요

    이름이 차암 이쁘고 미음 결이 실크처럼 고울것같은 선입감이듭니다
    혹시 부모님께서 그런의미에서 지으신것이 아닌지요,
    좋은글 잘읽습니다~~

    • 이고은 2011.03.02 2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의 부모님께서는 제 이름을 지으실 때, 태어나고 보니 너무 못생겨서 좀 '고와'지라고 이렇게 지었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감사합니다.ㅋ
      신데레사님도 씩씩하시군요! 파이팅입니다. 블로그 자주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