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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7.22 알파걸이 알파레이디가 되려면... (1)
  2. 2014.03.20 악몽에 시달려야 하는 엄마들

육아휴직 직전까지 담당했던 알파레이디 포럼알파걸(Alpha-girl)들은 왜 사회에 나와 성공한 여성이 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알파걸로 불리는 수많은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반장·부반장을 도맡아 하고 사회 각 영역으로 뛰어난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가보면 CEO나 관리자 등 여성 리더를 찾기는 쉽지 않다. 능력 있는 여성들이 점점 더 많이 배출되는데 반해, 정작 사회에서 그 재능을 발휘하고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포럼의 관점은 여성의 사회 활동을 가로막는 복잡한 사회구조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여성 스스로의 자세와 태도를 점검해보자는 것이었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장벽인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무형의 것이므로 여성 스스로 자신을 유리천장 아래에 가두는 무형의 문제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포럼은 성공적이었다. 처음엔 멘토들의 강연으로 이뤄진 알파레이디 리더십포럼으로 시작해 알파레이디 북토크’, ‘알파레이디 문화톡톡등 시리즈로 3년간 계속되었고, 천여 명에 달하는 여성 참석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멘토들은 여성성을 업무에 긍정적으로 발휘하라”, “남성적 조직문화를 거부하지 말고 녹아들라등의 실용적인 조언을 했다. 특히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초년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나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몰랐거나 소홀히 했던 점이 무엇인지 점검해볼 수 있었다.

 

2011년 6월에 열린 국내 최초 전투병과 여성 장군인 송명순 준장의 강연.

 

그런데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 하나 있었다. 강연대에 올라선 수많은 여성 멘토들의 성공 뒤에는 출산, 육아 등으로 발생되는 문제들을 누군가에게 위탁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있었다. 만약 안정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부모님이나 남편, 혹은 재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그들이 있었을까? 이런 질문에 그들은 스스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어머니 혹은 아내의 역할을 잊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주변의 희생과 도움이 있었다.

 

물론 주로 40~50대에 해당하는 멘토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의 환경과 지금은 다르다. 당시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 지금보다 적었고,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여성의 진출이 활발한 만큼 출산과 육아 등 가정사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도 부쩍 늘었다. 사회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태부족이고 대부분 개인적으로 해법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삶의 중심이 모계 중심으로 옮겨가는 신 모계사회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은 평범한 여성이라면 성공의 꿈을 접어야 할까?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친정 혹은 시댁과 가까이 사는 것이 가장 부럽다.”, “육아휴직을 3년씩 할 수 있는 공립학교 교사가 최고다.” ‘알파걸이었던 친구들이 결혼 후 자신의 꿈이나 미래와는 무관하게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씁쓸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특히 맞벌이 육아독립군의 최대 고민은 자신의 미래나 자기계발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사진출처 : 경향신문 DB

 

이래서야 알파걸들이 알파레이디로 성장할 수 있을까. 30, 한창 일터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역량을 뽐내야 할 때지만, 워킹맘들에게는 죄책감과 불안함이 늘 뒤따라 다닌다. 올해 워킹맘 고통지수를 보면 워킹맘의 90%가 일과 가정,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평가했다. 정부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이나 전문성의 문제를 놓고 보면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는 제2의 도전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어쩌면 여성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유리천장은 여성을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갑갑한 현실일는지 모른다.

 

지금의 알파걸들이 자라 40~50대가 되었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질까? 그때에도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 없이는 성공 못한다.”, “아이들을 방목했는데 알아서 잘 커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다만, 슬픈 것은 20년 전 알파걸이었던 지금의 30대들은 어렵사리 성공한 훗날, 이런 이야기를 그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알파걸이 알파레이디가 되는 길은 너무도 험난하다.

 

 

*이 글은 2014년 7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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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크하우스 2014.07.22 2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상쾌한 하루 되세요. ^^

지난해 첫 아이를 임신한 후로 꿈을 꾸는 일이 잦아졌다.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로 콩알만 한 아기집을 본 후 신비함에 들떴던 날에는 만화처럼 완두콩을 아기로 낳아 경악하는 꿈을 꿨다. 입체 초음파로 아기 얼굴을 보고 온 뒤에는 나와 남편을 전혀 닮지 않은 아기가 태어나 아기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완두콩' 사이트 캡처

임신 중에는 잠을 깊게 이루지 못하기에 평소보다 꿈을 더욱 또렷이 기억한다고 한다. 특히 산모에게는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한 두려움이 잠재해 있으므로, 이것이 무의식중에 꿈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단다. 다행히도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는 이런 꿈을 꾸는 일이 줄어들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산 후 망가진 몸을 추스르고 모유 수유에 전념하느라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만 8개월을 넘긴 최근, 나는 또다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젖먹이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회사에 출근하는 꿈을 꾼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집에서 혼자 울고 있을 아이 생각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만원 지하철 속에서 회사에 지각할까봐 종종거리고 있었다. , 그 괴로운 심정이란. 살면서 이제껏 꾼 악몽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런 꿈을 꾼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6월에 출산을 한 나는 올해 9월이면 직장에 복귀해야 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복직일이 두렵기만 하다. 그동안 쉬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아니다. 바로 시댁이나 친정 모두 지방이라 아이를 맡아줄 믿을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생면부지의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길에 나서야 하는 데 대한 걱정이 무의식 속에 단단히 자리잡았나보다.

 

나는 출산휴가 3개월과 법정 육아휴직 12개월, 거기다 남아있던 연차까지 모두 탈탈 털어 꽉 채운 육아휴직 기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이 시간도 너무나 짧게만 여겨진다. 이런 걱정을 늘어놓으면 대다수의 직장 여성들이 한숨을 쉴 것이다.

 

그래도 13개월이나 휴직을 할 수 있지 않느냐. 우리 회사는 3개월 출산휴가를 다 쓰기조차 쉽지 않다.”, “아이와 씨름하고 있는데 직장 상사에게 전화가 온다. 그만 쉬고 회사 나올 수 없냐고.”,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귀하면 내 자리가 온전히 있을지 걱정이다. 인사고과 잘 받는 건 꿈도 못 꿀 일이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법정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기조차 어렵다. 출산 전, 많은 여자 선배와 동기들로부터 경험담과 조언을 들었다. A선배는 십여 년 전 출산예정일 전날까지 근무를 하다 부장, 내일이 출산예정일인데 이제 퇴근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복직은 몸조리가 채 끝나지 않은 2개월 후였다고 한다. 여기자가 별로 없는 타 언론사에서 일하는 B후배는 아직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한 여기자의 전례가 없기에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가 모두 고민이란다.

 

소위 알파 걸(Alpha girl)’로 자라온 요즘 20~30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맞닥뜨리는 가장 큰 장벽은 출산과 육아다.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채 10년이 되지 않아 결혼, 출산, 육아 문제로 경력을 단절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좌절을 맛보게 되는 첫 경험인 셈이다. 나의 경우에도 학창시절이나 직장생활 중에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차별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가진 뒤에야 비로소 여성으로서 사회생활하기가 녹록치 않음을 느끼게 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생후 3. 인간의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성인의 80%에 이를 정도로 평생을 살아갈 인생의 자양분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 시기에 엄마와 아이 사이에 정서적으로 올바른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엄마들에게 이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고민에 휩싸인다. 아이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할까, 버티고 일을 계속해야 할까. 우리는 어쩔 수없이 자신의 인생과 아이의 인생을 저울질하는 비극을 경험해야 한다.

 

C선배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 문제의 대부분이 개인과 가족에게 맡겨진 우리 사회에서는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일과 육아 모두를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니, 적어도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성장한 뒤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육아휴직을 반년이나 남겨둔 지금부터 악몽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텐데.

 

 

*이 글은 2014년 3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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