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주말을 이용해 도깨비 여행으로 캄보디아를 다녀왔더랬습니다. 대학 때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육로로 이동하는 배낭여행을 떠났었는데요. 이때 캄보디아를 가지 못해 언젠가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캄보디아를 가고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앙코르와트(Angkor Wat)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목적지는 씨엠립(Siem Reap). 씨암(siam)은 태국이라는 의미인데요. 씨엠립은 태국에 의해 점령당했던 곳이라는 뜻으로, 태국과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앙숙의 관계라고 합니다.
※참고 : 씨엠립 국제공항은 우리나라의 여느 버스터미널처럼 작고 한적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입국 심사대로 총총총 걸어가면 됩니다. 참고로 비행기에서 입국 신고서류를 작성하는데, 이때 3X4cm 사진이 필요합니다. 공항에서 바로 입국비자를 받는데, 거기 제출하는 용도예요. 전 깜빡 잊고 사진을 못 챙겨가서 직원에게 "사진 없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이 참 허무합니다. "1불만 더 내면 된다"네요. 캄보디아에서는 공항 직원들조차 끊임없이 '팁'을 요구합니다. 입국 심사 도장을 찍어주는 직원도 "팁"을 요구하면서 돈을 안 주면 도장 안 찍어줄 기세더라고요. 1불짜리가 없다고 버티니까 "꼬레"를 외치며 한국돈을 요구합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지만, 여행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천원짜리 한장을 주고 입국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총 약 22불의 입국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참고로 귀국할 때 내던 25불의 공항 이용료는 이제 사라졌다고 합니다.
여튼, 앙코르와트 여행은 이튿날 새벽 6시 반부터 시작됐습니다. 보통 앙코르와트 투어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오전 중으로 마치는 일정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날이 너무 습하고 더워 정오 이후에 투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요. 혹은 해가 뜨지 않은 새벽부터 찾아가 일출을 보는 것도 인기 코스라고 합니다.
by my i-phone.
앙코르와트가 시작되는 다리입니다! 꽤 폭이 넓은 해자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데요. 과거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호수에 악어를 풀어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들어가는 입구는 사원의 서쪽. 이미 해가 떠오른 뒤입니다. 역광이라 사원의 모습이 잘 안 보이죠.
by my i-phone.
다리를 건너와 반대편으로 바라봤습니다. 잔잔한 호수가 평화롭습니다. 색감이 이국적이죠?
by my i-phone.
앙코르와트는 '사암'으로 지어진 사원입니다. 때문에 세월의 풍파에 많이 깎이고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곳곳에 형체가 무뎌진 돌조각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문에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사원 내부로 들어가서 본 모습입니다. 앙코르와트는 자연계, 인간계, 천상계 등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 여기는 자연계입니다. 연못에 사원의 모습이 비쳐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장소라는데, 안타깝게도 사원이 공사중인 관계로... ㅠㅠ 그닥 멋진 모습은 못 건졌습니다.
사진은 함께 투어하신 김혜숙님 제공. 감사해요! ^^
(별도 바이라인이 없는 사진은 이분께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서로 '챙겼겠지'라 생각하고 둘다 카메라를 안 챙겨온 우리 부부.ㅠㅠ)
인간계에 해당하는 사원 내부에는 태국의 침략 당시의 전쟁 모습들이 벽화와 부조의 형태로 기록돼 있습니다. 현재 캄보디아 대다수의 국민들이 소승불교 신자지만, 원래 앙코르와트는 12세기 초 힌두교를 숭상할 때 건립됐습니다. 그러나 열렬한 불교 신자인 자야바르만 7세가 집권한 뒤 힌두교가 쇠락했던 기록이 사원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천상계로 통하는 계단의 모습입니다. 무척 가파릅니다. 신들이 드나드는 계단이라 인간이 쉽게 오를 수 없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너무 가팔라서, 과거에 이 계단을 오르던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은 한쪽 계단은 출입을 통제하고 다른 한쪽 계단에만 안전장치를 두어 오르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by my i-phone.
다음으로 찾은 사원은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였던 타프롬 사원입니다. 돌 위에서 유독 잘 자라는 나무 뿌리의 모습이 웅장하면서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합니다. 오랫동안 밀림 속에 뭍혀있던 유적지의 포스가 뿜어져나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나무들이 사원을 점점 파괴하고 있어 철거하려던 계획도 있었지만 여행자들이 이 신비로운 나무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기 때문에 무리가 가더라도 그냥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다음은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로 온통 뒤덮여있는 바이욘 사원입니다. 자야바르만 7세는 자신을 부처와 동일시했다고 하는데, 그런 절대군주의 '오만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건물 꼭대기의 4면에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 새겨져있네요. by my i-phone.
배우 소지섭이 출연한 카메라 광고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그러나 여기쯤 둘러보니 땀이 온 몸에 범벅...;;;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해서 멀리서만 멋진 전경을 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사원 구경은 오전 일정으로 이제 그만...
덧붙여, 씨엠립을 여행하시는 분들을 위해 추천하고픈 곳이 한 곳 있습니다.
바로,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는 북한식당. '평양랭명관'입니다. 두둥~!!!
평양식 냉면과 한식 정식 사진을 10불에 맛볼 수 있습니다. (제 입맛엔 그닥...^^;)
이곳에서는 평양의 아리따운 여성분들의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식사 서빙을 하던 이들은 어느새 돌변(!)하여 멋진 무대를 꾸밉니다. <찔레꽃>, <반갑습니다>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들도 들을 수 있고, 멋진 밴드 공연과 유럽식 탭댄스도 선사합니다.
북한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식당은 '북한 김태희'로 유명했던 미모의 여성으로도 잘 알려진 곳인데요. 제가 갔을 때 그 여성은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하던데, 한국에서는 월남했다는 소문도 있었네요. 짖궂은 남편이 예전에(남편은 이번이 두번째 씨엠립행) "한국으로 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가 레이저빔을 쏘는 듯한 눈빛으로 "저기 군인들 있슴다~"라고 한 싸늘한 한마디에 깨갱~했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짧았던 캄보디아 여행기는 여기에서 갈무리합니다. 아, 또 떠나고 싶은 이 마음!!! -_-:::
'Life > Travel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비의 사원, 앙코르와트 (0) | 2012.09.11 |
---|---|
뉴욕 맨해튼 전광판에 내 얼굴이? (0) | 2012.07.24 |
훌라훌라 하와이 (0) | 2012.03.18 |
쓰나미 공포와 싸이판 (2) | 2011.03.17 |
독일과 체코의 크리스마스를 느껴보세요. (3) | 2010.12.16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