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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주말을 이용해 도깨비 여행으로 캄보디아를 다녀왔더랬습니다. 대학 때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육로로 이동하는 배낭여행을 떠났었는데요. 이때 캄보디아를 가지 못해 언젠가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캄보디아를 가고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앙코르와트(Angkor Wat)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목적지는 씨엠립(Siem Reap). 씨암(siam)은 태국이라는 의미인데요. 씨엠립은 태국에 의해 점령당했던 곳이라는 뜻으로, 태국과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앙숙의 관계라고 합니다.

 

※참고 : 씨엠립 국제공항은 우리나라의 여느 버스터미널처럼 작고 한적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입국 심사대로 총총총 걸어가면 됩니다. 참고로 비행기에서 입국 신고서류를 작성하는데, 이때 3X4cm 사진이 필요합니다. 공항에서 바로 입국비자를 받는데, 거기 제출하는 용도예요. 전 깜빡 잊고 사진을 못 챙겨가서 직원에게 "사진 없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이 참 허무합니다. "1불만 더 내면 된다"네요. 캄보디아에서는 공항 직원들조차 끊임없이 '팁'을 요구합니다. 입국 심사 도장을 찍어주는 직원도 "팁"을 요구하면서 돈을 안 주면 도장 안 찍어줄 기세더라고요. 1불짜리가 없다고 버티니까 "꼬레"를 외치며 한국돈을 요구합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지만, 여행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천원짜리 한장을 주고 입국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총 22불의 입국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참고로 귀국할 때 내던 25불의 공항 이용료는 이제 사라졌다고 합니다.

 

 

 

여튼, 앙코르와트 여행은 이튿날 새벽 6시 반부터 시작됐습니다. 보통 앙코르와트 투어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오전 중으로 마치는 일정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날이 너무 습하고 더워 정오 이후에 투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요. 혹은 해가 뜨지 않은 새벽부터 찾아가 일출을 보는 것도 인기 코스라고 합니다.

 

 

by my i-phone.

 

앙코르와트가 시작되는 다리입니다! 꽤 폭이 넓은 해자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데요. 과거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호수에 악어를 풀어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들어가는 입구는 사원의 서쪽. 이미 해가 떠오른 뒤입니다. 역광이라 사원의 모습이 잘 안 보이죠.

 

 

by my i-phone.

 

다리를 건너와 반대편으로 바라봤습니다. 잔잔한 호수가 평화롭습니다. 색감이 이국적이죠?

 

 

by my i-phone.

 

앙코르와트는 '사암'으로 지어진 사원입니다. 때문에 세월의 풍파에 많이 깎이고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곳곳에 형체가 무뎌진 돌조각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문에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사원 내부로 들어가서 본 모습입니다. 앙코르와트는 자연계, 인간계, 천상계 등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 여기는 자연계입니다. 연못에 사원의 모습이 비쳐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장소라는데, 안타깝게도 사원이 공사중인 관계로... ㅠㅠ 그닥 멋진 모습은 못 건졌습니다.

 

사진은 함께 투어하신 김혜숙님 제공. 감사해요! ^^ (별도 바이라인이 없는 사진은 이분께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서로 '챙겼겠지'라 생각하고 둘다 카메라를 안 챙겨온 우리 부부.ㅠㅠ)

 

 


 

 

인간계에 해당하는 사원 내부에는 태국의 침략 당시의 전쟁 모습들이 벽화와 부조의 형태로 기록돼 있습니다. 현재 캄보디아 대다수의 국민들이 소승불교 신자지만, 원래 앙코르와트는 12세기 초 힌두교를 숭상할 때 건립됐습니다. 그러나 열렬한 불교 신자인 자야바르만 7세가 집권한 뒤 힌두교가 쇠락했던 기록이 사원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천상계로 통하는 계단의 모습입니다. 무척 가파릅니다. 신들이 드나드는 계단이라 인간이 쉽게 오를 수 없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너무 가팔라서, 과거에 이 계단을 오르던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은 한쪽 계단은 출입을 통제하고 다른 한쪽 계단에만 안전장치를 두어 오르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by my i-phone.

 

 

 

 

다음으로 찾은 사원은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였던 타프롬 사원입니다. 돌 위에서 유독 잘 자라는 나무 뿌리의 모습이 웅장하면서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합니다. 오랫동안 밀림 속에 뭍혀있던 유적지의 포스가 뿜어져나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나무들이 사원을 점점 파괴하고 있어 철거하려던 계획도 있었지만 여행자들이 이 신비로운 나무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기 때문에 무리가 가더라도 그냥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다음은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로 온통 뒤덮여있는 바이욘 사원입니다. 자야바르만 7세는 자신을 부처와 동일시했다고 하는데, 그런 절대군주의 '오만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건물 꼭대기의 4면에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 새겨져있네요. by my i-phone.

 

배우 소지섭이 출연한 카메라 광고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그러나 여기쯤 둘러보니 땀이 온 몸에 범벅...;;;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해서 멀리서만 멋진 전경을 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사원 구경은 오전 일정으로 이제 그만...
덧붙여, 씨엠립을 여행하시는 분들을 위해 추천하고픈 곳이 한 곳 있습니다.

 

바로,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는 북한식당. '평양랭명관'입니다. 두둥~!!!

평양식 냉면과 한식 정식 사진을 10불에 맛볼 수 있습니다. (제 입맛엔 그닥...^^;)

 

 

이곳에서는 평양의 아리따운 여성분들의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식사 서빙을 하던 이들은 어느새 돌변(!)하여 멋진 무대를 꾸밉니다. <찔레꽃>, <반갑습니다>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들도 들을 수 있고, 멋진 밴드 공연과 유럽식 탭댄스도 선사합니다.

 

북한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식당은 '북한 김태희'로 유명했던 미모의 여성으로도 잘 알려진 곳인데요. 제가 갔을 때 그 여성은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하던데, 한국에서는 월남했다는 소문도 있었네요. 짖궂은 남편이 예전에(남편은 이번이 두번째 씨엠립행) "한국으로 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가 레이저빔을 쏘는 듯한 눈빛으로 "저기 군인들 있슴다~"라고 한 싸늘한 한마디에 깨갱~했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짧았던 캄보디아 여행기는 여기에서 갈무리합니다. 아, 또 떠나고 싶은 이 마음!!! -_-:::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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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둘째주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지 중 한 곳은 뉴욕이었습니다.


뉴욕은 최신 유행 트렌드가 넘쳐나는 곳이죠. 패션은 물론 음식 문화까지도 트렌드로 넘쳐나지요. 특히 그중에서도 광고와 마케팅 트렌드의 진수를 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42번가 타임스퀘어는 화려하고 재기발랄한 전광판으로 유명하죠.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광고는 물론, 각종 뮤지컬과 공연 광고 등으로 24시간 화려한 모습을 뽐냅니다.



뉴욕 맨해튼 42번가 타임스퀘어



전광판이란 게 원래 홍보하고자 하는 것을 노출시키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느 화려한 디자인의 전광판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소비자들이 직접 광고 속에 등장할 수 있도록 '참여' 요소를 가미한 전광판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위 사진은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Forever21의 전광판입니다.



빨간 별표 친 동그라미 안에서 손 흔들고 있는 사람이 저, 옆의 사람이 남편입니다.^^



이 전광판을 통해서 타임스퀘어를 지나는 사람들이 전광판 속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리인 타임스퀘어 한복판의 전광판에 자기 모습이 비치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경험일테죠.


사람들은 저마다 전광판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전광판은 이중 누군가를 선택해 작은 프레임 안에 담아줍니다. 별 것 아닌 이벤트이지만, 마치 굉장한 경험을 하는 것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요. 여행객들은 이런 작은 경험들을 얼마나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까요.


그 외에도 흥미로운 전광판들도 아주 많았습니다. 담아온 사진 몇개를 소개합니다.


각종 뮤지컬 간판과 방송사의 입체적인 전광판이 눈에 띕니다.


지난주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거대하고 화려한 간판도 눈에 띕니다. 실제 크기는 어마어마합니다



또 하나 기억 나는 것은 미국 캐주얼 브랜드들의 재미있는 마케팅 법입니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중에는 미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패션 브랜드 아베크롬비(abecrombie), 홀리스터(holister),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등이 있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국내에도 수입돼 아주 인기가 있는데요.


제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이 브랜드 매장에서 일하는 판매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거의 모델 뺨치는 외모 수준을 자랑하는데요. 남성 직원들은 거의 웃통을 벗고 있습니다. 여성 직원들은 수영복을 입고 있고요. 야하다기보다는 '건강하고 유전적으로 우월한' 젊은 남녀들입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이기도 하겠지요.


사진을 못 찍어왔네요. 다른 블로그 http://shopmikuk.egloos.com/ 에서 퍼왔습니다.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이 매장직원들에게 열광합니다. 매장 직원들과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렸다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거의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더군요.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봐도 직원들 모두 외모가 빼어납니다.


매너는 또 얼마나 좋은지, 살인 미소를 날려가며 서비스를 합니다. 끊임없이 "Everything's O.K?"라고 묻고, 매장에서 나오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즉석에서 댄스를 추기도 합니다. 보는 재미도 있고 클럽에 온 듯한 느낌도 들어요.


돌아와서 보니 이들 의류매장 직원들에 대한 월 스트릿 저널의 기사도 있네요. 참고해보세요.




첨단 유행의 도시 뉴욕을 거닐다보니, 정말 촌사람이 된 기분이 드네요.ㅋ 어쨌건 오프라인에서의 마케팅 기법도 점차 일방적 '홍보'에서 쌍방향적인 참여와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서울 강남이나 명동에서도 이런 비슷한 마케팅 전략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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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늦은 겨울 휴가를 '지상 낙원'이라고 불리우는 하와이로 다녀왔습니다. 하와이 섬들 중에서도 오아후 섬에서 일주일간 묵었어요.

야자수와 해변, 훌라춤으로 뒤덮였을 것만 같던 하와이는 우리나라의 늦여름이나 초가을처럼 다소 쌀쌀한 날씨였습니다. 기대만큼 '지상 낙원'은 아니더군요.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동남아나 남태평양 등 다양한 섬들이 휴양지로 급부상한 탓인지, 하와이만의 특별함은 그다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 두분을 함께 모시고 간 여행이었습니다. 친정아버지가 안 계시니, 시아버님께서 "내가 가면 불편할테니 두 어머님을 모시고 다녀오는 게 더 낫겠다"고 배려해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뜻깊었던 여행이었습니다.


호놀룰루 해변입니다. 도로가와 바다가 바로 붙어있습니다.



시내를 이동할 때는 이런 트롤리를 타고 이동합니다. 오픈된 차라서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여행객 기분이 납니다. (이중 JCB 신용카드가 있으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트롤리가 있으니, 준비해 가면 좋습니다.)


트롤리를 타고, 해변가 끝에 자리한 호놀룰루 동물원에도 놀러갔습니다. 룰루랄라~!


동물원 앞에 이런 거대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 줄기가 자라 바닥으로 파고들어서 이런 모양이 만들어지던데, 여행객들이 나무에 사랑의 맹세나 각종 메시지를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나무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접니다.ㅋ) 


동물원에 들어가니 바로 가까이에서 여러 동물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철조망이 쳐진 곳은 날아가버릴 가능성이 있는 새들의 우리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오아후에 가면 한번쯤 들르는 곳이 바로 '폴리네시안 문화센터(Polynesian Cultural Center)'입니다. 하와이를 비롯한 6개 섬의 폴리네시안인들이 살아온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한국의 민속촌같은 곳입니다. (옆에 꼬불꼬불한 머리가 저.ㅋ)

하와이(HAWAII), 타히티(TAHITI), 사모아(SAMOA), 피지(FIJI), 통가(TONGA), 아오테아로아(AOTEAROA) 등의 여러 섬의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분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난 뒤에는 한 중간의 호수에서 각 섬의 전통춤과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게 그거 같기도 하다가, 각 섬이 상징하는 각기 다른 컬러와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하와이에는 1941년 제2차 세계전쟁의 서막으로 일본이 공습한 진주만(Pearl Harbor)도 있죠. 잠수함, 군함, 전투기 등등 전쟁의 기록들도 엿볼 수 있습니다. (역시 촌스럽게 간판 앞에 앉은 사람이 저.ㅋ)


미국산 파인애플 많이 먹죠. 마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돌 파인애플(Dole pineapple)' 플랜테이션에도 놀러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주렁주렁 매달린 파인애플을 보고 싶으시다면 별로 기대 않는 것이 좋으십니다.

정작 농장은 이런 모습이거든요. ㅠㅠ


대신 농장 곳곳에 설익은 파인애플들을 구경할 수 있으니, 굳이 비싼 열차를 타고 농장 투어를 안 하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와이 오아후 동남부 해변가입니다. 마카푸우(Makapuu) 포인트에서 본 해안가입니다.

차를 타고 또 조금 더 달려가니 용암석들 사이로 파도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는 신기한 광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참 신비롭고 아름다웠지요.


하와이도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용암이 굳어져 만든 화산섬입니다. 구럼비 바위도 '지상 낙원' 하와이 못지 않게 아름다울텐데,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고은 기자의 여행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참,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디센던트>입니다. '지상 낙원'으로 여겨지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현실적'인 인생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그 속에 의외의 유머가 담긴 영화입니다. 괜츈합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영화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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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으로 전세계가 혼돈에 휩싸였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 엄청난 재앙이 일어나는 순간에 먼 바다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었더랬다. 지구 한 쪽에선 바닷물이 지진해일이 되어 땅과 사람들을 집어 삼켰는데, 나는 바닷물을 타고 배도 타고 수영도 했다고 생각하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깊이 반성해야 할 것만 같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싸이판에 있었다. 늦은 휴가인 셈이다. 일본에서 지진해일이 몰아치던 순간, 나는 아마도 해변가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을 것이다.

단잠에서 깨 비몽사몽간에 있는데 리조트 경비원 아저씨가 황급히 나타나더니, 우리더러 “얼른 짐을 싸서 로비로 모여라. 쓰나미가 올 지도 모른다”고 외쳤다. TV도 신문도 안 보고 문명과 단절돼 있던 우리가 일본 지진 소식을 알 턱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황당했지만, 남편은 “이런 섬 리조트에선 서프라이즈를 많이 한다더라”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리는 대충 짐을 싸서 로비로 나갔다.

쓰나미 주의보에 리조트 로비로 모인 여행객들

로비로 나가서야 일본의 지진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 모두 우리처럼 쉬고 있었던 터라 정확한 소식을 알고 있지 못했다. 처음엔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가능성’에 대해 유별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싸이판의 모든 상점은 문을 닫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없었다. 아직까지 ‘주의보’ 수준이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대피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때부터 나는 엄청나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영화 <해운대>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가기도 했고, 쓰나미가 몰아치면 어디가 안전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이 막막하기만 했다. 정말 쓰나미가 몰아닥치면 영락없이 죽겠구나 싶었고, 죽을 거면 남편 손을 꼭 잡아 놓치지 않아서 외롭지 않게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이름도 없는 시체가 되고 싶진 않다는 생각만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한국에 돌아와선 “자칫하면 현장에서 기사를 쓸 뻔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겁이 났다.)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영화


그런저런 불안감 속에 1시간여가 흘렀고, 다행히 리조트 측은 밝은 표정으로 “All clear”를 외쳤다. 방으로 돌아간 우리는 TV를 켠 뒤, 그제서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일본 센다이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시커먼 물길을 보고 우리는 멍하니 1시간 넘게 TV만 바라봤다.

그날 밤에는 잠을 설쳤던 것 같다. 쓰나미 가능성만으로도 이렇게 두렵고 공포스러운데, 정작 일본인들은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물과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섬찟한데, 그 물길을 맞아야 했던 심정은 오죽했을까. 물론 간밤에 쓰나미가 들이닥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뒤숭숭한 마음으로 잠이 든 그 다음 날, 섬 날씨는 궂은 편이었다. 비도 내리고 하늘도 시커먼 것이 어쩌면 지독히 슬픈 이국의 소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같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일본 대지진, 쓰나미, 원전 폭발과 피폭 가능성까지 그 피해와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천재지변을 만들어 내는 자연이란 존재의 두려움, 그 앞에 미약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더 큰 재해를 불러오고 있는 끔찍한 현실을 무기력하게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내 카메라 메모리 속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남아있다. 자연이란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데 인간의 무지와 오만이 오늘날의 자연을 두 얼굴의 존재로 둔갑시킨 듯하다. 무거운 마음들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기를 바라며, 그 짙푸른 풍경들을 소개한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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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1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이고은 2011.04.12 1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충격적이었죠. 자연의 거대한 힘앞에 지극히 무력한 인간의 존재를 다시 한번 깨달으며 이 땅의 모든 인간들이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았을까요.

겨울 휴가를 다녀왔다.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여행지는 독일과 체코. 유럽은 처음이다.

12월 초지만 이곳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게다가 연이어 눈도 펑펑 내렸다. 세인트 니콜라우스가 선물 주러 오는 건 사실 12월 6일이라고 하니까, 나는 유럽에서 제때 산타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선물은 없다! ㅠㅠ)

여튼간에 유럽식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어보고 돌아왔다. 사진으로나마 여행의 여흥을 잠시 느껴볼까?


반짝반짝 작은 오두막같은 노점상들이 늘어져 있다.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소품이 많다. 이런 게 바로 유럽의 크리스마스인가! 괜한 감동이 몰려온다.


슈투드가르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쿠키 굽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훈남 언니 오빠들이 참 자상하게도 아이들을 가르쳐준다.


여기는 하이델베르그 성. 눈이 많이 왔었다. 고풍스러운 성이 한껏 더 멋지다.
 

성 앞 광장에선 독일식 수제 소시지를 넣은 핫도그도 팔고, 바비큐도 판다. 맛난다.


하이라이트는 와인을 뜨겁게 데운 ‘글뤼바인(Gluhwein)’. 와인에 계피, 레몬 등을 넣고 끓인 일종의 차다.

차가운 날씨에 이 글뤼바인 한잔이면 얼어붙었던 몸이 녹는다. 와인이 원래 고기와 잘 어울리니 소시지와 잘 맞다. 알코올이 싫으신 분은 아이들을 위해 알코올을 뺀 ‘킨더푼치(Kinder Punch)’ 한잔도 맛있다.


여기는 체코다. 프라하의 크리스마스도 느껴보자. 바츨라프 광장.


눈에 뒤덮인 프라하. 오후 4시만 되면 어둑어둑 어둠이 내려온다. 1989년 벨벳혁명 이후 민주화가 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은근히 사회주의 국가의 스산함도 느껴진다.


까를 교에서 바라본 프라하성. 아름다운 빛이 배어나 사람을 살짝 홀려놓는다.

모두모두,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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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 2010.12.24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 좋았겠다...

    5년 전 겨울에 독일에 갔었는데...
    프랑크푸르트, 라이프치히의 겨울 분위기가 생각나네.

    글뤼바인도 먹고 싶다!

    • 하하하 2010.12.24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웅 부럽다 체코맥주가 세계에서 제일 맛나다고 하던데...

    • 이고은 2010.12.24 1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날이 추워지니 글뤼바인 생각이 솔솔 나네요. 만들어먹을 생각도 해봤지만 한국에선 와인이 너무 비싸서;;; 네 체코맥주, 맛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