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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었는데요. 이번 여행에서 런던만 3일 넘게 돌아다녔는데 아직도 못 본 게 많아 아쉽습니다. (여행하며 담은 좋은 풍경 사진들은 조만간 소개해드릴게요)

런던에는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더라고요. 갖고 갔던 짧은 팔 T셔츠는 입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갖고 왔답니다.

입을 옷은 없고, 쇼핑도 띄엄띄엄 하게 돼서 런던의 패션에 대해서도 눈여겨 봤는데요. 런더너~들은 대부분 점잖으면서도 실용적인 의상을 즐겨 입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젊은 여성들 가운데는 타이즈같이 쫘~악 달라붙는 팬츠를 입고 엉덩이 라인을 과감히 강조하고, 남성 중엔 거의 바지를 엉덩이에 걸친 수준으로 입고 팬티를 노출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생각난 김에, 올해 2월에 열린 2011 F/W 런던 패션위크를 통해 올 가을 패션 트렌드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런던 패션위크는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등 4대 세계 패션위크 가운데 하나죠. 파리, 밀라노, 뉴욕에도 유명한 디자이너가 많지만, 최근에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국 출신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습니다. 난해하지 않고 일상에서도 응용 가능한 패션 포인트를 살펴보죠.
(사진 출처 : http://fashionweek.hellomagazine.com/london-2011-autumn-winter/index.html)

우선 영국 하면 버버리가 먼저 떠오르죠. 버버리 프로섬 콜렉션입니다.



전통적인 버버리하면 떠오르는 점잖고 차분한 '바바리'와는 조금 다르죠? 컬러풀한 코트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자칫 칙칙해질 수 있는 가을·겨울 패션에 포인트 컬러로 상큼함을 더합니다.

버버리스러운 점잖은 코트와 타탄 체크 무늬의 코트도 예쁩니다. 가을 분위기 물씬 나네요.



자, 다음은 멀버리입니다. 우리에겐 알렉사 청이 든 멀버리 가방, 일명 '알렉사 백'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죠.



드레시하면서도 멋스러운 분위기가 풍깁니다. 풍성한 맥시 스커트가 대세로군요. 쌀쌀해지는 가을이지만, 두꺼운 치마보다 살랑살랑거리는 시폰 스커트가 여심을 흔들지요.

단, 맥시 스커트를 입을 땐 상의까지 함께 샬랄라~하면 촌스러워보이는 것 같아요. 상의는 대조적으로 미니멀하게, 혹은 강한 밀리터리풍도 오히려 멋스러운 것 같습니다.

폴 스미스도 한번 볼까요.



완전 시크합니다. 배기 팬츠와 시크한 셔츠 하나 만으로도 멋스러움은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폴 스미스는 어쩌면 영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장 영국스러운 느낌의 패션을 선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폴스미스 특유의 컬러풀한 색감을 강조한 원피스가 동양적이면서 아름답군요. 올 가을엔 화려한 프린트를 강조한 원피스를 선택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오른쪽 사진은 디자이너 폴 스미스입니다. 중후한 멋진 중년 남성의 매력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살펴보죠.



영국 풍이면서도 펑키한 재미가 요소요소에 묻어납니다. 소녀적인 감성도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콜렉션은 더욱 펑키하죠? 맨 오른쪽 사진을 보면, 디자이너 스스로도 마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차림으로 등장했군요.

올 가을, 여러분은 어떤 분위기로 나를 변신시켜보고 싶으신가요?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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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1층’은 상징적인 공간이다. 명품 가운데에서도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특히 비싸고 자존심 센 브랜드만이 입점할 수 있다.

백화점 1층에 자리한 명품들은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 모두에게 노출되어 있지만, 아무나 살 수는 없는 물건이다. 매장에서는 우아한 음악이 흐르고 깔끔한 정장에 흰 장갑을 낀 점원들이 손님을 점잖게 맞는다. 이들 명품 브랜드들은 소비 계층의 구분을 명확히 함으로써 오히려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마치 자신들이 소비의 궁극이라 여기는 듯하다.

중국 푸저우의 루이비통 매장. 줄을 서야만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 백화점 1층에 ‘저가’ 브랜드가 당당히 자리를 꿰찼다. 바로 지난해 2월 국내에 첫 상륙한 세계적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다. H&M은 최근 인천 신세계백화점 1층에 루이비통과 나란히 둥지를 틀었다. 백화점 1층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면 엄청난 파격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자존심이 꽤나 상했을 것이다.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패스트패션 매장에 가보면 꼭 도떼기 시장같다. 쿵쾅거리는 최신 유행 음악과 클럽을 연상케 하는 조명, ‘신상’이 진열된 곳에서부터 지난 시즌의 제품의 파격 세일 존까지…. 모든 것이 빨리 빨리 돌아가고 모든 이들이 빨리 빨리 움직인다. 명품 브랜드의 매장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패스트패션이란 별칭은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 명칭은 제작과 유통, 판매 시스템까지 일원화했다는 뜻의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다.

손익을 충분히 따지는 백화점 입장에서 명품 브랜드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서까지 패스트패션을 1층에 모신 데는 이유가 있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통해 유입되는 소비자들이 다른 구매로까지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의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패스트패션 시장이 ‘통큰 치킨’ 역할을 할 정도로 충분히 성장했다는 말이다.

일본 도쿄 긴자거리의 H&M 매장. 가격은 저렴하지만 트렌드를 가장 빨리 반영한 브랜드로 인식된다.

이런 일은 미디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명품이나 패스트패션 모두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상품들은 아니다. 브랜드를 등에 업고 과도하게 비싼 가격을 매겨 소비자를 현혹하는 명품이나, 트렌드를 이유로 시즌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신상’ 구매를 강요하다시피하는 패스트패션 모두 그렇다.
 
그러나 미디어는 ‘필요(need)’한 것보다 ‘원하는(want)’ 것을 구매하려는 현대인의 소비성향을 부추긴다. 사람들은 신문과 잡지, 방송, 인터넷 등에 등장한 트렌드 뉴스와 광고를 통해 명품과 패스트패션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게 됐다.

3초마다, 5초마다 한번 볼 수 있다고 해서 ‘3초백’ ‘5초백’이라는 별칭의 명품 가방들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 정도 값을 충분히 치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레이블처럼 인식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명품 구매욕을 자극했다. 사람들은 지갑을 열기 위해 명품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다. 명품은 이제 더이상 명품이 아니라, ‘조금 더 비싼 물건’ 정도로 치부된다.

H&M을 입은 나탈리 포트만. 패스트패션은 사치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소비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좋은 도구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TV며 잡지며 얼굴을 내밀어 “진정한 스타일은 합리적 가격의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을 조화롭게 스타일링하는 것”이라는 말들을 종교적으로 설파하듯 쏟아낸다. 미디어를 통해 근사하게 스타일링된 패스트패션을 본 사람들은 ‘저렴한 옷도 잘 입으면 간지난다’는 믿음을 갖고 패스트패션을 트렌디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단순히 ‘싼 옷’이라는 메시지만 줬다면 패스트패션은 실패했을지 모른다.
베블런이 말한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는 명품 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좇는 과정 속에 패스트패션을 통해서도 실현되고 있다.

이처럼 ‘목적’이 뚜렷이 다른 브랜드들이 백화점 1층에서 나란히 판매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몇미터 간격을 두고 몇백만원짜리 가방과 몇천원짜리 티셔츠가 함께 팔린다는 것은 우리 소비문화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고급 브랜드로 포장된 명품으로 치장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유행에 맞는 저렴한 제품이라도 무차별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자아를 확인하는 길이다. 질이든 양이든 소비하는 것 자체가 궁극의 미덕이라는 사실을 백화점 1층의 풍경이 다시 한번 말해주고 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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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랑새 2011.04.19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품도 패스트도 아닌 소비(알뜰)를
    해야한다고 큰소리 치는 나는 ... 왠지 허해!!

    • 이고은 2011.04.25 15:47  댓글주소  수정/삭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왜 허하신가요!^^ 소비해야만 우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소비를 권장하는 사회 속에서 소비에 대한 자신만의 고집과 눈을 갖는 것이 중요하리라 봅니다. 자부심을 가지세요!

  2. 딸기 2011.04.21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찾아보니... H&M은 스웨덴 브랜드로군 ㅎㅎ

    • 이고은 2011.04.25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H&M에서 옷 사본 적 있는데, 오래 못 입고 결국 후회하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이내 싼값에 유행하는 디자인의 옷을 살 수 있다는 마음에 혹해, '이번만...'을 외치며 또 지갑을 여는 나! 정녕 금붕어 수준이라니까요.ㅠㅠ

미셸 오바마의 패션 감각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큼직한 프린트 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원피스나, 눈에 띄고 화려하지만 천박해보이지 않는 원색의 원피스를 선택하는 감각은 가히 탁월하다.

이번 미·중 회담 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도 미셸의 붉은 드레스는 그의 탁월한 감각과 센스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미셸은 이 자리에서 공단 소재로 된 붉은 색 꽃잎 무늬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었다. 비대칭 어깨선에 자연스레 주름이 잡힌 이 드레스는 미셸의 건강하고 섹시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 그의 패셔니스타 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미셸 오바마와 후진타오 주석. 경향신문DB

그의 감각이 더욱 돋보인 것은 이 만찬에 초대된 국빈이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라는 점이다. 중국인들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는 색인 붉은 색 드레스를 일부러 골랐다는 이야기인데, 그의 세심한 감각과 배려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퍼스트레이디로서, ‘T.P.O(Time(시간)·Place(장소)·Occasion(상황))’ 패션의 아주 적절한 예다. 시쳇말로 ‘센스 돋는’ 선택이다.

그의 드레스는 향후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의 드레스를 보고 있노라면, 그는 단순히 영부인에 그치지 않고, 미셸 자신이 독립된 정치가이자 오바마의 동반자라고 느끼게 된다. 미셸은 패션을 똑똑하게 이용할 줄 아는 전략가다.

그의 패션이 정치·사회적으로 회자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때 미셸이 선택한 노란색 드레스는 경제 위기에 놓인 미국에 ‘희망’의 상징으로 거론됐다. 또 대선 기간 중에도 중요한 매 순간마다 강렬한 색감의 의상을 입어 화제에 올랐다. 패션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 패셔니스타로서의 자리매김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공화당의 페일린이 15만 달러 쇼핑 스캔들에 시달리자 그는 영리하게도 캐주얼 브랜드 제이크루를 입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당시. 경향신문DB

퍼스트 레이디의 의상은 한 국가의 브랜드와도 맞먹는다. 때문에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들은 대중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오랫동안 패션을 활용해왔다. 미셸은 ‘블랙 재클린’이라 불릴 정도로 패션에 있어 대중의 인정을 받고 있다.

큰 키와 탄탄한 몸매를 강조하는 과감한 의상을 자주 선택하는 미셸의 스타일은 굉장히 미국적이다. ‘핫’ 하고 ‘힙’ 하다. 미셸이 선택하는 브랜드도 알렉산더 맥퀸, 마크 제이콥스 등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디자이너들의 옷이 대부분이다.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가 자국의 고전적 브랜드 디올과 샤넬을 입는 것이 당연한 것과 마찬가지다.

미셸 오바마의 아름다운 붉은 드레스를 보고 있노라니, 지난해 G20 정상회의 때가 다시금 떠오른다. 각국 여성 지도자와 지도자의 부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였던만큼 이들의 패션도 당시 큰 이슈였다.

G20 당시 김윤옥 여사. 경향신문DB

그때 김윤옥 여사는 정장 투피스에 모피 숄을 두른 모습을 선보인 적이 있다. 나는 동물 애호가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모피를 적절히 활용한 의상이 상당히 멋스럽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패션의 기초는 T.P.O다. 이 옷을 선보인 곳은 창덕궁(Place)이었고, 한복패션쇼를 관람하는 자리(Occasion)였다. G20 국가의 손님들을 초대한, 말 그대로 ‘국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때(Time)이기도 했다. 이 같은 여건에서 여사는 T.P.O의 원칙을 무시한 셈이 됐다. ‘모피’의 상징성과 퍼스트레이디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한 동물 보호 단체는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옷”이라며 여사를 맹비난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퍼스트레이디라고 해서 마냥 한복만 입고 국제 무대에 등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을 맞아 미셸이 고른 붉은 드레스와 각종 로비 의혹에 휩싸여온 여사가 두른 모피 숄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패션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많은 것을 함축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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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긴식을 좋아하는사람 2011.01.22 0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어제 낮에 정동영의원 부인을 봤는데
    순간적으로 저분이 영부인 였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는데
    이 아침 우연히 이런 글을 보게되니 묘한 생각이 듭니다.

    • 이고은 2011.01.24 1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아하거나 기품있기만 한 퍼스트레이디를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진정성이 느껴지길 기대할 뿐입니다. 민혜경씨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요...

  2. 누빔.. 2011.01.22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빔으로 대표되는 겨울한복도 멋스러웠을텐데....하긴 발가락다이아라는 별명이 괜히 생겼을리가..

    • 이고은 2011.01.24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듣고 보니 그러네요.
      2007년 겨울, 대선 바로 전날 MB 유세장에서 김윤옥 여사를 바로 앞에서 뵌 적이 있는데 인상도 좋고 참 밝으시더군요.
      하지만 개인의 그것과 퍼스트레이디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은 별개인 것 같습니다.

2010-9-1일자 경향신문 22면 스타일 칼럼[트렌드 비틀기]

흔히 ‘효도화’라고 불리는 신발은 편안하지만 뭉툭하고 촌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른바 ‘컴포트 슈즈’인 이 편안한 신발들은 그동안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최근의 컴포트 슈즈는 패셔너블해지고 있다. 운동화처럼 보이는 일관된 디자인에서 벗어나 고급 가죽피를 입힌 우아한 비즈니스 슈즈, 편안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라인을 살려주는 하이힐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남성 구두다. 점차 정장을 입을 때 포멀한 드레스 슈즈를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깨지고 있다. 각종 구두 브랜드마다 잇달아 ‘비즈니스 워킹화’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두들은 언뜻 보면 드레스 슈즈인지 컴포트 슈즈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날렵한 라인은 물론, 천연 소가죽을 입혀 일반 드레스 슈즈와 겉보기엔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겉보기에도 ‘정석’의 구두인 데다 신기에 편안하기까지 하니 컴포트 슈즈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하이힐 역시 컴포트 슈즈로 변모하고 있다. 킬힐까지는 아니더라도 3~7㎝의 비교적 높은 굽에 여성스럽고 날씬한 디자인을 입혔다. 겉보기엔 일반 하이힐과 비슷하지만 바닥에 스프링 완충장치를 내장했거나, 쿠션감 있는 바닥과 가벼운 소재로 편안함을 우선시했다.

이번 시즌 유행인 글래디에이터 슈즈, 웨지힐 등만 봐도 ‘편안함’은 하나의 패션코드가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있다. 여러 겹의 스트랩으로 발목을 잡아줄 수 있는 글래디에이터 슈즈는 독특한 디자인만큼 편안한 착화감이 특징이고, 이른바 ‘통굽’ 슈즈인 웨지힐은 높이는 높되 편안하고 유려한 곡선을 지녀 여성미를 표현하기에 좋다.

이제 ‘멋쟁이가 되려면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패션 공식은 옛말이 됐다. 겉보기엔 아름답지만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옷과 신발은 이제 오히려 촌스럽고 억지스러운 멋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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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18일자 경향신문 22면 스타일 칼럼[트렌드 비틀기]

최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는 쇼윈도에 진열된 두툼한 패딩 조끼가 동났다고 한다. 푹푹 찌는 8월 한여름에 웬 겨울 점퍼일까.

보통 쇼핑을 ‘싸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여름에 모피를, 한겨울에는 비키니를 산다고 한다. 찾는 사람이 적을 테니 값도 쌀 것이고, 한 시즌 정도 늦은 이월 상품이긴 하지만 그런 대로 유행에도 뒤처지지 않으리란 위안이 있다.

8월에 패딩조끼를 입은 스타일리스트 리밍씨. 경향신문 DB


하지만 동난 이 패딩 조끼는 이월 상품이 아니었다. 다가올 2010 F/W(가을·겨울)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미리 디스플레이를 해둔 ‘신상’이었던 것이다. 아직 입기엔 이른 옷인데도 왜 이렇게 인기리에 판매됐던 것일까.

패션업계는 한 계절 이르게 제품을 판매하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의 입소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워낙 인터넷 등 매체가 발달해 소비자들이 뉴욕, 파리 등 유명 패션 컬렉션을 실시간으로 소비하는 만큼 계절이 오기도 전에 유행경향을 읽고 미리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소비자 반응을 사전에 분석할 수 있어 제철 판매에서도 유용한 자료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패션계의 ‘시즌리스(seasonless·계절과 무관한)’ 트렌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여름이지만 반바지에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거나, 한겨울에 민소매 터틀넥을 입는 것이 멋진 연출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한여름에 겨울 옷을 입는 것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실제로 반팔 티셔츠에 패딩 조끼를 입는 힙합 가수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추울 정도로 ‘빵빵하게’ 틀어대는 에어컨과 땀이 날 정도로 과도한 난방, 한여름 혹은 한겨울이 사라져가는 지구의 이상 기온 현상도 이런 유행을 만들어 주는 배경일지 모르겠다. 계절이 사라질 정도로 정신없는 세상, 한여름에 겨울 옷을 골라야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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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11일자 경향신문 22면 스타일 칼럼[트렌드 비틀기]

서울 양재동 사거리에는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근교에 있는 청계산에 산행을 하러 나서는 등산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인 나는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이 일대를 어슬렁댈 때마다 엄청난 인파에 입이 벌어진다. 하지만 내 입을 더 벌어지게 하는 것은 날로 ‘업그레이드’ 되는 등산객들의 패션 감각이다.

패셔니스타 공효진을 모델로 세운 아웃도어웨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산복 하면 아저씨, 아줌마가 입는 칙칙하고 촌스러운 옷들만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요즘은 다르다.
블랙, 그레이, 네이비 등 우중충한 색상이나 과도하게 튀는 원색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등산복은 파스텔톤이나 세련된 패턴이 가미된 디자인이 많다. 여성의 허리선을 살려주는 점퍼는 물론 다리 길이가 길어 보이도록 밑위 길이까지 고려한 바지도 있다. 산에 가보면 서로 경쟁하듯 고급 브랜드의 세련된 등산복을 뽐내는데 바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기성복 브랜드의 패션 관계자들은 아웃도어 웨어 시장을 패션계의 ‘마지막 블루오션’쯤으로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패션이나 스타일에는 관심이 없던 40~50대 중년들이 등산복의 주 구매층이다.

‘꽃중년’ ‘미중년’ 등 외모를 가꿔야만 각광받는 지금, 레저 생활의 중심인 등산복에도 그 바람이 불지 않을 리 없다.

더군다나 이들은 구매력이 높고, 그간 자기자신을 위한 구매는 거의 하지 않아왔기에 아예 시장이 새로 생성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큰마음 먹고 고어텍스 점퍼 하나를 사고 만족하던 과거의 구매 패턴과 달리 이젠 색색별, 기능별로 다양하게 옷을 사모으는 과감한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아웃도어 웨어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20~30대가 스키복, 보드복에 투자하듯이 40~50대는 등산복에 투자한다”고 말한다. 날로 화려해지는 중년층의 등산 패션을 보노라면 괜스레 뭉클하다. 가족이나 직장을 위해 달려오기만 한 중년의 열정을 뒤늦게 꽃피우는 것 같아서다. 이제 더 이상 아줌마 패션이나 아저씨 패션이라는 말을 촌스러운 패션의 대명사로 쓰면 안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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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4일자 경향신문 22면 스타일 칼럼[트렌드 비틀기]

매해 여름이면 수영복 입기가 고심된다. 당장 바다로, 수영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붙잡는 것은 바로 지난 계절 불어난 군살들. 연예인같이 매끈하지 못한 몸매는 뜨거운 여름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싹 가시게 한다. 각종 방송과 매체, 패션쇼 런웨이에서 활약한 깡마른 모델들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요즘 대세는 깡마른 몸매가 아니다. 깡마르지 못한 여성들의 소망이 대세를 바꿀 정도로 강렬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요즘은 오히려 적당히 살집이 있는 몸매가 ‘섹시함’으로 포장되는 고마운 시대가 됐다.

모노키니. 코데즈컴바인.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문제는 ‘적당’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다. 적당한 살집이란 특정 신체 부위에만 용인된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또다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깡마르지 못해 서러웠던 것도 모자라 이제 균형 있게 살이 쪄야 인정받는, 한층 더 복잡한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남성들의 고민도 여성 못지않다. 매끈한 복근과 탄탄한 근육이 손쉽게 소비되는 요즘, 남성들도 멋진 몸매로부터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평소 내놓고 다니지도 않는 배에까지 근육을 강요하니, 남성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닐 듯싶다.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각종 매체들이다. 대중매체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자극적으로, 더욱 강렬한 수식어를 끌어들이면서 외모의 절대 기준을 상정한다. 한때 국립국어원이 나서 ‘S라인’ ‘초콜릿 복근’ 등 대중매체에서 빈번히 쓰이는 단어들을 성차별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지만, 자제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화려한 몸매의 스타들도 정작 포토샵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는 그 완벽한 몸매를 구현할 수 없다고 한다. 넷파라치(네티즌과 파파라치의 합성어)들이 스타들의 ‘불가능한 몸매’를 증명하기 위해 혈안이 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생긴다. 수영복 입기의 두려움은 결국 불가능한 허상을 좇고, 또 그 허상에 쫓기는 우리의 모순에서 온다.

올여름 주목을 받고 있는 수영복은 바로 ‘모노키니’다. 비키니와 원피스를 섞어놓은 모노키니는 비키니보다는 더 많이 가리지만 오히려 더욱 섹시해 보인다. 몇년 전부터 국내에서 선보이면서 올여름엔 더욱 각광받고 있다. 허리 라인만 C자로 드러낸 디자인에서부터 과감하게 변형·커팅된 디자인 등 스타일도 다양해지고 있다.남아공월드컵의 영향으로 인기인 아프리카룩은 수영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변, 수영장에서는 레오퍼드, 지브라 무늬 등 과감한 동물 무늬가 활용된 디자인을 접하기 어렵지 않다.

남성 수영복 역시 야생 느낌의 프린트와 화려한 컬러의 트렁크 수영복이 인기다. 과거엔 몸매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 핫팬츠를 덧입었다면, 이젠 핫팬츠가 오히려 패션의 일환이다. 특히 워터파크에서는 이런 핫팬츠를 덧입은 스포티한 수영복이 오히려 세련돼 보인다. 부담스러운 비키니는 활동성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보기 좋게 태운 구릿빛 피부와 어울리는 골드, 베이지 등 누드톤의 수영복도 인기다. 고급스러움과 섹시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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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8일자 경향신문 22면 스타일 칼럼[트렌드 비틀기]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는 요즘은 패션업계에서 가장 바쁜 시기다. 이 시기에는 각 패션 브랜드마다 새로운 라인을 출시하거나 새 시즌 상품들에 대한 언론 공개회, 패션쇼 등 행사를 열기에 바쁘다. 이미 두터운 가을 상품들이 ‘뉴 콜렉션’이란 이름 아래 깔끔하게 진열돼 있는 백화점이나 의류 매장만 가보아도 그 분위기를 금세 알 수 있다.

패션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계절은 가을이다.

패션 잡지도 ‘9월호’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을에 선보이는 F/W(가을·겨울) 시즌 상품의 매출은 한해 매출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고 말한다. 여름 의상보다 고급스러운 소재가 쓰이는 물리적인 요인도 있지만, 패션 브랜드나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의상에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디자인들을 구현함으로써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란 점도 중요하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망고의 모델, 섹시함의 대명사인 배우 스칼렛 요한슨.

최근 잇달아 열린 여러 브랜드의 언론 공개 행사에서 F/W 시즌 의상과 잡화류를 보면, 지난해에도 꾸준한 인기를 모았던 가죽과 모피 등 한층 더 고급스러운 소재감이 돋보인다. 올 봄 추세였던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흐름)’도 여전히 강세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을·겨울 의상의 두꺼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보디라인이 점점 더 강조되는 디자인들이 눈길을 끈다. 해가 갈수록, 미묘하더라도 그 차이는 분명히 있다. 패션계가 야심차게 내놓는 F/W 콜렉션은 그 미묘한 진보의 결과다.

남성의 가죽 재킷에는 한층 더 풍성한 모피를 달아 더욱 강한 남자의 어깨를 표현하고, 겨울철의 넓은 스웨이드 벨트로 여성의 잘록한 허리를 더욱 죄고 풍만한 엉덩이를 강조한다. 모두 신체적 약점을 보완하고 남성성, 여성성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한 장치들이다.

매해 유행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패션이 진보하고 있는 방향은 결국 ‘섹시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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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1일자 경향신문 22면 스타일 칼럼[트렌드 비틀기]

저기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는 아리따운 여성이 걸어온다. 시폰 소재의 꽃무늬 원피스도 머리칼과 함께 찰랑인다. 청순한 메이크업에 흰 피부의 조신한 자태가 뭇 남성들의 로망인 듯싶다.

그런데? 시선을 아래로 돌려보니,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웬 로마 군인이 걸어오는 듯하다. 요즘 유행한다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슈즈’다.

섹시한 원피스에 매치한 글래디에이터 슈즈. 경향신문 DB

글래디에이터 슈즈는 말 그대로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이 신던 신발에서 유래한 것으로, 영화 <글래디에이터>와 <300> 등에서 고대 유럽의 전사들이 선보이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가죽 스트랩을 발목과 종아리까지 겹겹이 싼 샌들로, 여기에 스터드(stud·장식용 금속 징, 단추 등)를 박아 강한 남성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 글래디에이터 슈즈는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런웨이 무대에 오를 정도로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투박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킬힐과 매치되면서 섹시한 디자인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올 여름에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영향으로 그 인기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고대 로마시대의 고전적이고 원시적인 이미지가 자연주의적이고 보헤미안풍인 아프리카룩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로맨틱한 선 드레스, 활력 있어 보이는 점프 슈트와도 궁합이 잘 맞아 여름 휴가철 글래디에이터 슈즈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몇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글래디에이터 슈즈는 ‘너무 트렌디하다’는 이유로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지난 F/W 시즌 파워 숄더 재킷, 스터드가 박힌 가죽 재킷이 유행하는 등 줄이어 ‘센’ 아이템들이 히트를 치면서 그 부담감은 줄어들었다.

‘강한 여성성’을 표방한 아이템의 인기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이 대세인 시대적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남성들은 아쉽겠지만, ‘청순가련’은 이제 촌스러움의 상징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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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4일자 경향신문 22면 스타일 칼럼[트렌드 비틀기]

흔히 향수를 ‘패션의 완성’이라고 한다.

외출 전, 마지막으로 바르는 향수 한 방울은 자신의 스타일에 명료한 색을 더한다. 짙고 풍부한 플로럴 향은 성숙한 여성미를, 청량하고 시원한 시트러스 향은 생동감 있는 젊음을 표현한다. 프로페셔널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사람에게서 베이비 로션의 풋내가 난다면, 겉보기엔 그럴싸해도 어쭙잖은 촌뜨기로 보일 것이다.

아름다운 향수들. 경향신문 DB


샤넬, 페라가모, 캘빈 클라인….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딴 향수를 세상에 선보였다. 제니퍼 로페즈, 사라 제시카 파커, 패리스 힐튼 등 패셔니스타들도 앞다퉈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를 론칭했다. 이는 그들이 선보이는 드레스 실루엣에 보이지 않는 완성미를 더하고자 하는 것과도 같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 등 다른 감각들보다 은밀하고 본능적이다. 향기는 오랜 잔상을 남긴다. 이 때문에 향수는 상대가 나를 본능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사람들이 특별한 향수를 만들고, 그것을 사는 행위는 남들이 ‘나를 이렇게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욕망에 근거한다.

백화점마다 향수 브랜드가 차고 넘치지만, 스테디셀러는 명품 브랜드의 향수다.

향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명품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그 향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평범한 직장인 여성에게 샤넬 드레스란 그림의 떡이지만, 샤넬 No.5 한 병을 사는 사치 정도는 어렵지 않다. 사람들은 샤넬 No.5를 뿌림으로써 패션을 ‘완성’한 듯한 기분에 젖는다. 값비싼 명품 옷을 두른 듯, 특별한 존재가 된 느낌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 샤넬 No.5는 전 세계에서 55초마다 1개씩 팔린다고 한다. 지하철에서도, 식당에서도 명품의 향기를 맡기란 어렵지 않은 셈이다. 특별한 존재가 되고픈 우리는 결국 같은 향기를 소비하고, 같은 욕망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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