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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저는 지난해 6월에 첫 아이를 낳아 지금 육아휴직 중이에요. 아이를 낳았던 당시, 출산의 순간을 블로그에 비공개로 기록해두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새롭네요. 처음이라 너무나 힘겨웠던 첫 아이의 탄생을 다시금 되짚어볼까 합니다.

 

 

2013년 6월 26일 : 예정일

 

오전 10시. 예정일이라 잔뜩 긴장한 채 병원에 진료를 받으로 갔어요. 아직 별 기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약하나마 진통수치가 잡히더라고요. "규칙적으로 진통이 오면 다시 병원으로 오라"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예정일에 맞춰 진통이 시작되다니, 약속 하나는 잘 지키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죠.

 

오후 2시.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조금씩 진통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진통주기를 체크했더니 10~20분 간격. 아직 주기가 길긴 했습니다. 차근차근 진통 주기가 일정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5시. 점차 통증이 일정하게 오는 것 같아서, 우선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애 낳으려면 힘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자주 가던 보쌈집에서 뭔가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밥을 먹었습니다.

 

오후 7시. 진통 주기가 5분 간격인 것 같아(분명히 그렇게 느껴졌는데...!) 병원에 전화를 해본 후 입원했습니다. 내진을 해보니 10% 정도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여튼 입원 수속을 하고 링겔 꽂고 태동 진통검사 등등을 시작. 휴, 이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아기를 만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줄을요.

 

 

2013년 6월 27일 : 40+1일

 

오전 2시. 진통이 점점 커지면서 진통지수 100을 찍곤 했으나, 15%밖에 진행이 안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이 더딘 편이라고요. 처음 입원할 때는 이날 새벽이면 아기를 낳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진행 정도가 느리니까 힘이 쪽 빠지더라고요. 잠을 못자 피곤하기도 하고요. 

 

오전 3시. 피곤해 진통이 없을 땐 간간이 눈을 붙이기까지 했습니다. 이거 뭐, 진통 오는 건가 안 오는 건가... 그 뒤로 희한하게도 진통 주기가 오히려 점점 더 길어지기까지 하더라고요.

 

오전 7시. 배고파 밥 먹었습니다. -_-;;; 밤새고 완전 피곤했어요.

 

오전 10시. 담당 선생님이 내진해보곤 20%밖에 진행이 안 되었다면서, 이런 속도로는 오늘 낮 중에는 힘들 것 같다고 "집에 갔다 다시 오실래요?"라고 묻습니다. 하늘이 노래지더라고요. 아프긴 아프고, 언제 다시 진통이 올지, 진행이 갑자기 될지도 모르고... 그래서 일단 입원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오전 12시. 또 배고파 밥 먹었어요.

 

오후 1시. 폭풍 운동으로 진통주기를 줄여보려고 했어요. 짐볼도 하고 그네도 타고...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요. 진통주기나 크기에 변화가 없고 오히려 더 늘어지더라고요. 점점 더 말짱해지는 나... 어쩔꼬.

 

오후 4시. 간호사도 퇴원을 심사숙고하라 합니다. 그러나 담당 선생님의 권유로 일단 대기했습니다.

 

오후 6시. 저녁까지 먹었습니다. 아, 오늘 밤에는 낳을 수 있을까? 그러나 내일 아침은 먹지 말라고 하네요. 밥 먹지 말라는 말이 반가운 이유는 뭘까요.ㅠㅠ

 

오후 7시. 등에 무통관을 삽입했습니다. 진행이 50~60% 되면 무통주사를 놓기 위함인데요. 이것만으로도 진척이 있다는 말이므로, 그 통증조차도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쭉 진통실에서 계속 운동하고 움직였어요. 그런데 이게 웬 일. 점점 더 아프긴 한데, 진행 상태는 그대로라고 합니다. 정말 절망이었죠. 그 상태 그대로, 저는 이틀째 밤을 새게 됩니다.

 

 

2013년 6월 28일 : 40+2일

 

새벽 내내 운동을 하고 진통없을 땐 졸며 대기를 했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도 너무 힘들어해서 병실에 가서 자고 오라 했습니다. 혼자 진통을 견디고, 내진해도 변화가 없고... 그럴 때마다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옆의 산모는 나보다 늦게 왔는데도 빨리 아이를 낳고 평화를 찾더라고요. "아파 아파~~!!"라고 소리치는 그 산모가 어찌나 부럽던지. 눈물이 줄줄 났습니다. 나도 빨리 아파야 낳을 거 아니야...

 

오전 7시. 결국 촉진제(옥시토신)를 투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고 싶어서 버텼는데... 이러다 사흘밤 새겠다 싶더라고요. 주사 바늘을 꽂으면서는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해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프기만 하고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대요.

 

오전 9시. 약발이 받는 것이었을까요. 진통주기도 밭아지고, 세기도 훅훅 커지고... 갑자기 폭풍 진통이 시작됐습니다. 엄청 아프더라고요. 이제 보니 이틀동안 아픈 건 아픈 것도 아니었어요.ㅠㅠ 너무 아프길래 부푼 마음으로 내진을 해봤으나, 겨우 30% 진행... 이때부터 저는 이성을 잃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아픈데도 안 된다고? 그럼 앞으로 얼마나 아파야 한단 말인가!!! 대절망이었어요. 남편한테 "도저히 못할 것 같다"고 죽는 소리를 해댔습니다.

 

그런데 우리 남편, 독한지고. "이틀간 고생해놓고 수술하겠다고? 나중에 후회할 걸!" 합니다. 맞습니다. 나도 안다고요. 하지만, 너무 아픈걸요. 훅훅훅.

 

오전 10시. 잠깐 기절한 것 같습니다. 아파서요. 남편 왈, 제가 "울고불고 난리치더니 갑자기 잠이 들더라"고요. 5분간 눈 감고 쌕쌕 자더니, 갑자기 깨어나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길 반복하더랍니다.

 

네.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라마즈 호흡법. 그동안 제가 했던 호흡법은 그냥 흉내였던 것 같아요. 막상 극한 상황에 닥치니까 저절로 되더군요. 온 몸의 이산화탄소를 죄다 뽑아낸다는 느낌으로 내쉬고, 모든 산소를 빨아들인다는 기분으로 들이쉬라... 이 상태로 1시간 30분을 버텼습니다. 진통수치 100을 찍어도 소리 한번 안 지르고 호흡만으로 버틴 것이지요. 남편은 이때의 나를 보고 완전 다른 사람같았다고 합니다. 엄마는 위대하다고나 할까.

 

오전 11시 30분. 하지만 1시간 30분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였나봐요. "꺄악!" 비명을 지르며 배를 움켜쥐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양수가 벌컥벌컥 쏟아진 뒤 내진해보니 70%나 진행되었다는 거예요. 아, 드디어 말로만 듣던 '무통 천국'을 경험해봅니다. 등 뒤로 무통주사약이 쏴아~ 투입되는 것이 시원하게 느껴지더니... 멀쩡한 인간으로 돌아와 남편과 이야기도 하고, 웃으며 엄마 얼굴도 보고...

 

오후 1시. 다시 진통이 옵니다. 아... 그런데... 진통이 뭔지 아는 상태에서 다시 진통이 오니까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더군다나 아기가 나올 준비를 하느라 다리로 갈비뼈를 차서, 호흡법도 더이상 통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난리난리, 눈뜨고는 못볼 짐승의 모습으로 포효하다 무통주사를 한번 더 맞았습니다. 엉엉.

 

오후 3시. 무통의 효과도 끝나고, 이제 온전히 제 진통을 겪었습니다. 아기는 거의 다 내려왔다고 해요. 그런데, 나 죽겠다 싶은데 "눕지 말고 걸으라"는 거예요! 운동해서 빨리 진행시키자고요. 저는 뭐 거의 졸도 일보 직전...(그래도 졸도는 안 하더라고요)

 

오후 3시 30분. 간호사가 갑자기 "이제 가시죠"라고 합니다. 네? 어디로요? "애 낳으러 가셔야죠!" 네. 네. 가야죠! 가요!!! 흑흑. 분만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고, 힘주란 소리에 몇번 힘 줬더니 뭔가 스르륵 씀풍, 합니다. 정작 아기 낳느라 힘주는 건 몇분 걸리지도 않았어요.

 

오후 3시 54분. 이렇게 콩콩이가 탄생했습니다. 3.62kg의 건강한 모습으로... 전 아기가 나오는 모습을 못봤으니, 뭔가 "뿅"하고 아기가 제 눈 앞에 나타나는 기분이었습니다. 평소 우는 걸 본 적이 없는 남편도 옆에서 훌쩍훌쩍 합니다. 그러나 이게 끝난 게 아니죠. 회음부 후처치, 탯줄 자르기, 태반 제거... 전 이후에도 계속 아프긴 하더라고요. ㅠㅠ

 

그래도 콩콩이를 안고 가족사진도 찍고 처음으로 젖을 물리는 그 기분은 참으로 신비로웠습니다. 꼬물꼬물 따끈한 아기가 내 배 위에서 오물오물 젖을 찾아 빱니다. 양수에 불은 얼굴이 팅팅 불어 누굴 닮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뭔가 너무 귀엽습니다. 작은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아, 내 아가. 반갑다. 고생했어. 너도 힘들었지? 보고싶었단다. 엄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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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고 나니, 그때 생각이 나서 급흥분했네요.ㅋ 제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또달리 고통스럽고 황홀한... 육아를 경험하고 있답니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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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전 꽤 배가 많이 나와서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도 받곤 한답니다. 이달말이면 36주가 되는데, 출산 휴가를 받아 8년간 근무해왔던 신문사를 잠시 떠나 있게 돼요. 학교를 졸업하고 휴식 없이 입사를 해서 일생에서 그렇게 긴 휴가를 가져본 적이 없는지라, 곧 아기를 낳으러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도 주어진 휴가를 어떻게 써볼까 설레고 있는, 아직 뭘 몰라 용감한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다행히 임신 초, 중기의 이런저런 괴로운 증상들은 많이 사라졌답니다. 비로소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겠지요.

 

대신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바람에 행동에 엄청난 제약들이 생기고 있죠.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옷 입는 속도(바지 입기, 양말 신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요 ㅎㅎ)도 느려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다보니 지하철 환승시간도 오래 걸려요. 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 후 정동길이라도 한번 산책할라치면, 저 혼자 뒤에서 헥헥거리며 따라가게 된답니다. 예전에 임신한 후배 여기자가 항상 느리게 걷던 것이 뒤늦게야 떠오르더군요. 100%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괜시리 미안해집니다.

 

그럼 이번엔 임신 중기~후기에 벌어지는 몸의 변화들에 대해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임신 중기>

 

가려움증 극복하기!

 

다행히 지난 22주쯤 발병(!)했던 '소양증'은 2주 후에 사라졌습니다. 임산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를 뒤져보니 배 부위를 중심으로 붉은 반점처럼 솟아오르는 증세가, 시간이 지나면 팔, 다리, 가슴, 목 위까지 올라오는 '무시무시한' 상태로까지 악화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담당 의사 선생님도 나타날 수 있는 증세고, 체질에 따른 것일 수 있으므로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하고요.

 

저는 그 당시 너무 공포스러워졌어요. 자꾸 긁다보면 온 몸에 퍼진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려움을 꾹 참고 되도록이면 손을 대지 않은 채, 식이요법을 이리저리 찾아봤죠. 그래서 제가 금지한 음식은 딱 3가지 종류였습니다.

 

바로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 육류, 밀가루 음식이었죠. 그런데 이 3가지를 빼놓고 음식을 먹으려니 당최 먹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갖은 검색질을 통해 '채식' 레스토랑을 찾아가보기도 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며칠 육류는 입에도 안댔더니 고기가 땡겨서 '콩고기' 스테이크를 먹어보기도 했고요. 스님들이 드시는 '채식라면'이란 것도 있더라고요. 감자 전분가루로 만든 면이라던데 밀가루 함량이 낮아서 그것도 한번 사먹어봤죠.

 

내 사랑 짬뽕, 안녕~! ㅠㅠ

다행히 상태가 차차 나아져서, 밀가루와 육류 순서로 음식을 먹기는 했는데요. 저는 지금도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 특히 고춧가루나 고추장 양념이 강하게 들어간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는답니다. 이건 임신 초기때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몸이 스스로 거부하다는 것은 자극적인 음식이 산모에게도 태아에게도 분명히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배뭉침

 

초기부터 이런 현상은 좀 있어 왔는데요. 배의 어느 부분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단단한 돌처럼 갑자기 굳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치나 크기, 이런 건 그때그때 다르고요. 갑자기 어느 순간 배 한 부분이 불룩~하게 산처럼 솟아올랐다가 또 어느 순간 갑자기 몰랑몰랑하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하더라고요.

 

처음엔 대체 이게 뭔가 싶더군요. 영화 <에어리언>에서 사람 몸속에서 외계인이 불쑥 튀어나오는 장면 같기도 하고, 여튼 내 몸이 내 뜻과 상관없이 변한다는 게 참 희한한 기분이었습니다.

 

배뭉침 현상은 자궁수축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거라고 하는데요. 이런 현상은 사실 출산 직전까지도 지속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출산을 위해 일종의 '리허설'을 하는 가진통 증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산달 전에 너무 주기적으로 자주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조산의 위험이 있으므로, 심한 경우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몸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코피

 

전 임신 초기부터 코피가 자주 나곤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그렇더라고요. 임신 중에는 자연스럽게 혈액량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콧속 점막도 자주 붓고요. 콧속 미세혈관이 쉽게 터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현상은 출산 이후에는 서서히 사라집니다.

 

 

 Anyway, 임신 중기는 가장 편안한 시기! 

 

 

이런 저런 현상이 있다 해도 임신 중기는 임신 기간 중 가장 편안한 시기라고 하죠. 입덧도 사라지고, 몸이 그리 무겁지도 않고.

 

그래서 이 시기에 많은 임산부들이 태교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죠. 엄마가 행복한 마음으로 행복한 여행을 하는 것이 아가에게도 좋은 태교가 되기 때문인데요.(인정~) 사실상 임신 후기에는 몸 상태 때문에, 출산 이후에는 육아 때문에 멀리 여행을 다니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죠. 국내든 국외든, 임신중 태교여행을 떠나는 것은 정말 추천합니다.

 

 

저는 스케줄상 28주를 맞는 시기에 남편과 함께 발리로 태교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사실,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답니다. 그래서...

 

<솔직한 태교여행 팁!>

 

1) 22~25주 사이에 떠나자 : 20주 후반기로 접어들기만 해도 살짝 몸이 무거워지더라고요. 때문에 가장 몸 상태가 좋은 안정기에 딱 맞춰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을 듯해요. 돌아다니기 힘들었어요.ㅠㅠ

2) 너무 더운 나라는 피하자 : 저희는 한번도 못 가본 발리에 가보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었는데요. 너무 덥다보니 좋은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바다에 나갔다가 홀랑 다 태워서 초딩 때 이후로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니까요! 흑흑. 임산부가 다니기에 적당한 기후의 나라로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3) 비행시간이 짧은 곳으로 : 태교여행 안내 책에도 비행시간 4~5시간 이내의 여행지로 떠나는 것이 좋다고 안내되어 있어요.(발리는 7~8시간 ㅠㅠ) 임산부에게 장시간 비행은 꽤 힘든 일이거든요. 혹시 그동안 쌓아둔 마일리지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업그레이드를 해서 누울 수 있는 프레스티지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임신 후기>

 

임신 후기는 본격적으로 몸이 무거워지는 시기입니다. 점차 앉았다 일어서는 것조차 힘겹고, 걷고 움직이는 것도 둔해집니다. 몸무게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음식 조절도 필요한 시기이죠.

 

후기에 임산부를 괴롭히는 증상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숨참 현상

 

한번은 27주쯤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나간 적이 있는데요. 이때 저는 저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수업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숨이 헉헉 거릴 정도로 차오르는 저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얼마나 민망하던지...

 

숨이 찬 현상은 자궁이 커지면서 횡경막을 압박해 높이가 3~4cm 가량 올라가기 때문에, 폐의 팽창이 제한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면서 임신 중 평소보다 더 자주, 더 깊게 숨을 쉬게 하기 때문이라고도 하네요. 혹시, 아기에게 산소가 부족하게 전달되는 건 아닐까 걱정될 수도 있는데요.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갈비뼈 통증

 

자궁이 커지고 횡경막이 들어올려짐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은 또 있는데요. 바로 갈비뼈 통증입니다. 당연히 횡경막이 압박되니까 물리적으로 갈비뼈도 밀려 올라가겠죠? 이게 솔직히 좀 고통스럽습니다. 숨 쉴 때마다 약간의 뼈가 밀려올라가는 기분, 힘들겠죠? ㅎㅎ

 

때문에 평소에 자신이 숨쉬기 좋은 자세를 찾아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근무 중에 책상에 앉아있을 때 의자를 끝까지 제끼고 앉아 '사장님 자세'로 앉아있기도 했는데요. 그게 다 이런 증상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임산부들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다고 해서 구박하지 마세요.ㅋ

 

시야 흐려짐

 

후기로 접어들면서 약간 시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눈이 침침하고 흐릿~한 것이 할머니도 아니고... ^^;;;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싶기도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이것 역시 임신 중 현상이었던 것이에요!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은 몸에 수분이 축적되면서 각막 두께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안구 내부의 압력은 반대로 낮아져서, 이런 변화들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런 증상 역시 출산 후에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손발저림

 

이건 저도 최근에 겪고 있는 증상입니다. 특히 손이 저려요. 손 마디마디가 약간 부은 것 같기도 한데, 굽혔다 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무거운 것을 들기도 어렵고요.

 

지난 주말엔 집에서 남편과 함께 사이좋게 떡볶이를 해먹었는데, 다 먹고 난 접시를 들고 씽크대에 옮겨두려다 고 무게를 못 견뎌서 그만 떡볶이 국물을 쏟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TV 리모컨 위에다가!!! 이후 30분간 리모컨 버튼 사이사이에 낀 떡볶이 국물을 제거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흑흑.

 

발도 붓고 저리기 시작합니다. 평소 신던 신발 사이즈가 작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평소 편안하던 가죽 단화는 이제 곧 터지기 일보직전! 신을 신발이 없습니다. 운동화를 신는 게 가장 좋겠죠. 하지만 운동화에 발을 넣으려고 발등을 구부렸다가 다리에 쥐가 나서 더 죽는 줄 알았습니다. 종종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일도 다반사지요. ㅠㅠ 으아, 힘들어요.

 

 

이밖에도 임신 증상은 갖가지가 더 있습니다. 사람마다, 체질마다 모두 제각기 다르고 발생하는 시기도 들쑥날쑥이겠지만... 어쨌든 한 사람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여 세상에 내놓기까지, 많은 고통과 수고로움이 드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죠?

 

지난 35주간을 되돌아보면, 그래도 별로 큰 탈 없이 무난하고 건강하게 임신 시기를 잘 보냈던 것 같아 아가에게 참 고맙고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은 한 달여 기간도 잘 버텨주어서 뱃속에서 충분히 건강히 자란 상태로 세상에 나와주기만을 바라봅니다.

 

처음엔 정말 '콩'만큼 작은데 심장도 '콩콩'거리며 잘 뛰는 것이 신기해 콩콩이라 이름붙인 아가. 이제 2kg를 훨씬 넘는 상태로 자라 엄마 뱃속에서 쌔끈쌔끈 잠자거나, 때로는 축구를 하는지 권투를 하는지 꿀렁꿀렁 분주하게 움직여댑니다. 콩콩이를 만날 날이 이제 곧입니다.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세상, 즐겁고 행복한 소식들을 블로그를 통해서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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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저도 임신 22주에 접어들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네요. 그동안 제 몸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찾아왔었는데요. 저는 예전에는 전혀 몰랐었답니다. 여성의 몸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요.

 

경향신문 DB

 

 

한 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또 다시 다른 변화가 생기고, 새로운 종류의 고통에 적응해야 하고…. 정말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딱 맞다 싶네요. 그래서 생각난 김에, 임신 중 여성이 겪는 시기별 몸의 변화에 대해 한번쯤 정리해두면 좋을 것 같아 오랜만에 블로그를 열었습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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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초기>

 

 

입덧

 

어릴 때에는 '나중에 임신하면 살찔 걱정 안하고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했었더랬죠. 그런데 웬걸요. 임신 중에는 더욱 체중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여러분들도 알고 계셨나요? 요즘은 영양 상태가 좋아 자칫하면 출산 후까지도 비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런 걱정도 무색하게, 임신 초기 처음으로 저를 찾아온 몸의 변화는 바로 '입덧'이었습니다. 약 6~7주쯤 입덧 증상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전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주는 대로 잘 먹는 식성을 자랑했었는데요.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져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고춧가루가 든 음식은 입에도 못 대겠더니, 평소 느끼지도 못했던 조미료 맛을 알아채지 않나 입맛이 엄청 예민해지더군요. 한때는 고기 종류는 냄새도 싫고, 튀기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다행히 아예 음식을 못 먹는 것은 아니어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를 닦다가 구토를 하기도 했었죠. 정말 괴로웠어요. ㅠㅠ

 

70%에 달하는 대다수의 산모가 입덧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아침 공복 시에 더욱 심해서 영어로도 'morning sick'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처럼 먹을 수 있는 입덧도 있지만, 아예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산모나 먹는 대로 토해버리는 산모들도 있어 심각한 경우는 입덧으로 5kg 이상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서 수액을 맞아 영양을 보충해야 할 정도인 사람도 있다고요.

 

저는 초반엔 뭘 잘 못 먹어서 1~2kg 가량 몸무게가 줄기도 했죠. '마의 14주'라는 말이 있기에 14주차만 기다렸는데요. 전 입덧을 약 16주 때까지는 했던 것 같습니다.

 

빈뇨

 

저는 임신 직후부터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거리게 됐습니다. 소변을 본 뒤에도 왠지 다시 화장실을 가고 싶어져서 지하철 타기 전에 한번 갔다가, 환승하면서 한번 더 가고, 내리면서 또 갔던 적도 있어요. 웬 추태.ㅋㅋ

 

이런 빈뇨 증상은 초기부터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요. 자궁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방광을 압박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주중은 물론, 밤중에도 이 빈뇨 증상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자다가 1회 이상 늘 깨곤 한답니다. 전 원래 머리만 땅에 닿으면 세상 모르고 자는 사람이었거든요. 참 희한하죠.

 

경향신문 DB

 

 

<임신 중기>

 

변비

 

전 입덧이 끝날 때쯤인 15~16주차쯤에 변비가 찾아왔습니다. '드디어 입덧의 고통에서 해방되는구나' 하고 기뻐했던 것도 잠시. 갑자기 매일매일 쾌변으로 상큼한 하루를 시작하던 제 인생에, 변비가 찾아왔던 것이죠. 신호는 오는데, 화장실만 가면 감감무소식.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ㅠㅠ 아기가 걱정돼 무작정 배에 힘을 줄 수도 없고, 참 갑갑했죠. 며칠동안 속이 답답해서 입덧이 재발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임신 중 변비는 왜 생기는 걸까요? 초기에는 자궁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장을 압박하지 않았지만, 중기로 접어들면서 자궁이 장을 누르게 되고 장의 활동을 소극적으로 만들면서 변비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임신 중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위장관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고, 그 과정에 수분이 과도하게 흡수되어 대변이 딱딱해지기 때문이라고도 하는군요. 또 중기에 접어들면서 '철분제'를 섭취하면 변비 증세가 심화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섬유소가 많이 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요. 일반인들도 이런 것만으로는 변비 퇴치가 힘들죠? 임산부는 변비가 심한 경우 건강에 위험할 수도 있어서, 바로바로 해결을 해줘야 합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임산부가 섭취할 수 있는 변비약을 먹을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약이 좀 찜찜하다 싶으면, 마른 자두인 '프룬(prune)'으로 만든 주스를 섭취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프룬 주스로 고민을 해결했습니다.(강추!) ㅋ

 

 

감기

 

임산부 대부분이 한번 이상은 감기를 앓는다고 해요. 워낙 면역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인데요. 저도 1월 초에 한번 심한 감기를 앓았습니다. 여러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대체로 건강체질이거든요. 근래에 한 5년간은 감기와 인사나눈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자랑질~)

 

한창 한파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온도가 살짝 올라가더라고요. 그때 갑자기 아침부터 유난히 몸이 춥다고 느껴지더니, 그날 밤부터 갑작스레 몸에 열이 나고 으슬으슬하면서 콧물 기침 감기가 시작됐습니다. 몸살 감기에 걸린 것이죠. 남편이 사온 체온계로 열을 재어보니 하루 내내 37.9도까지 열이 올라가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더군요. 38도만 넘으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다행히 이틀만에 열은 내렸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약도 못 먹고, 정말 괴롭습니다. 더군다나 문제는 임산부는 고열(38도 이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태아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열감기가 찾아오면 큰 문제거든요. 때문에 평소 예방이 중요하죠. 다행히 유행하는 독감은 아니어서 2주만에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습니다만, 정말 괴로운 기억입니다. 회복된 뒤에는 곧바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임산부는 독감 예방주사 꼭 맞아야 해요~.

 

 

요통

 

임신 중기는 임신 기간 중 가장 몸이 평온한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입덧도 사그러들고, 몸이 임신 상태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웬걸~! 이런 저런 증상이 좀 괜찮아진다 싶더니 19주차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오른쪽 허리가 너무너무 아픈 거예요. 그것도 잠을 자던 중에요.

 

경향신문 DB

 

어떤 느낌이랄까. 치통이 올 때 신경을 건드리면 시큰거리면서 꼼짝도 못하는, 그런 통증 있죠? 그런 통증이 갑자기 허리에서 느껴지는 겁니다. 왼쪽은 괜찮은데, 유독 오른쪽 허리만 아픈 것이 왼쪽으로 누워도 오른쪽으로 누워도 계속 콕콕콕 쑤시는 거예요.

 

허리가 아파본 적은 없는 터라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일상 생활 중에는 크게 통증이 없었지만, 잘 때 통증이 심해져서 여러번 밤에 잠을 깨곤 했었죠. 요통을 완화시켜준다는 '고양이 자세'를 새벽 2~3시에 해야 하는 고통, 상상이 가시나요?

 

임신 중 요통은 골반을 지지하는 관절과 인대가 느슨해지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자궁이 커지면 다른 장기의 위치가 바뀌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몸의 중심점이 이동하면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느라 통증이 유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주부터 임산부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잘 때 여러 쿠션을 활용해 가장 통증이 적은 자세도 찾았고요. 신기하게도 요즘은 이 통증이 다소 완화가 됐습니다.

 

 

가려움증

 

제가 지금 딱 요 증상인데요. 22주쯤 되니까 배가 생각보다 많이 커졌어요. 성장기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몸이 팽창하다보니까 배에 튼살이 생길까 우려가 되어, 튼살크림과 튼살 오일을 열심히 바르고 있는데요. 어느날부터 배 주변이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가렵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크림과 오일이 제 체질에 안 맞는 제품인가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이것 역시 임신 증상 중 하나였던 겁니다. 배가 불러오면서 피부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가려움증이 유발될 수 있는데, 산모의 20% 정도가 겪는 흔한 증상이라고 하네요. 심각한 경우에는 전신으로 가려움증이 퍼지는 임신소양성 두드러기성 구진과 반점(PUPPP)으로 심화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출산 후에는 대부분 증상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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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제껏 겪은 증상만 해도 참 여러가지죠? 이 외에도 건망증, 피부 질환, 하지 정맥류, 빈혈, 잇몸 질환, 치질 등등…. 각종 증상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정말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한 사람의 몸에서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이니 얼마나 힘겨운 일이겠습니까.

 

아직도 제 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가끔 믿기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뿌듯하고 기쁜 기분도 많이 느낀답니다. 18주 들어 처음으로 태동을 느꼈거든요. 뭔가 뱃 속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꼬물락~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던 게 태동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배 위에 손을 대면 밖에서 미세한 태동이 느껴지기도 해요. 지난 주말 아침, 남편과 함께 잠에서 깨 나란히 누워 제 에 손을 대고 함께 태동을 느끼던 기분은 정말 행복감 그 자체였습니다. 평소엔 부끄러워하며 태담을 잘 하지 않던 남편도 그날은 아가에게 말도 잘 걸고 신기해하며 감격하더라고요.

 

모쪼록, 남은 18주동안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중, 후반기의 몸의 변화에 대해서도 한번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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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축하합니다~ ^^ 2013.02.26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늦었지만, 임신을 축하드려요~ ^0^
    출산때도 쑴풍~ 잘 낳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2. 목정민 2013.03.12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배~임신하니까 몸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겠더라고요. 하루하루가 다르니원...힘드시겠지만 파이팅이에요 ^_^ 아기가 나오고나면 무지 이뻐요 ^_^

올해 초, 인터랙티브팀 구정은 팀장 선배가 레이디경향 부록에 달린 '토정비결'을 봐주셨습니다. 우리팀 모두 올 한해 운수가 좋더라고요. 모두들 토정비결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 2012년 토정비결은 '화합유결실지의(和合有結實之意)'라는 한마디로 귀결되더군요. 뭐, 꽃피는 삼월이 지나고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구름이 흩어지는가 하면 밝은 달이 고개를 내밀어 세상이 밝다나요.ㅋ 어쨌든 올 한해는 정말 잘 풀리려나보나 싶은 생각에 연초에 기분이 은근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띈 대목이 있었으니, 9월의 운수였습니다.

 

 

 

 

'기쁜 일이 몸에 임하리라.'

 

다들 이 대목에서 "고은이 너 임신하나보다~"라며 이야기했었더랬어요. 그러잖아도 올해 가을 이후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토정비결이 신기하게도 내 맘을 알아주나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토정비결이 현실로 이루어졌답니다. 정말 음력 9월 중에 저에게, 저의 몸에 기쁜 일이 임하였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점보러 다녀야 할까봐요ㅋ)

 

제게 소중한 아가가 찾아왔습니다. 몇주전 병원에서 힘차게 울리는 심장소리를 들었는데 고 작은 심장이 초음파 모니터에서는 반짝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콩 만한 것이 심장도 콩콩콩 잘 뛰고 해서, 우리 부부는 이 아이를 '콩콩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11주차에 접어드는데, 키는 약 4cm 정도로 자랐다고 해요.



작고 검은 점이 콩콩이의 아기집입니다. 4주차, 임신을 처음 확인했을 때.



콩콩이가 생긴 후로 제 몸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우선 몸이 쉽사리 나른하고 피로해지면서, 무차별적으로 잠이 쏟아집니다. 원래 밤새 노는 것도 못할 정도로 밤이면 자고 아침이면 눈뜨는 게 습관이 돼서, 낮잠이라곤 모르고 살던 체질이었는데 저로선 엄청난 변화인 셈이죠.


그리고 너무도 전형적이게도... '입덧'때문에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던 제 식성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원래 맵고 자극적인 것, 튀긴 것, 느끼한 것... 가리지 않고 먹성 좋던 저였는데, 이젠 고춧가루 든 것은 쳐다도 못 보겠고 튀기거나 기름진 것은 냄새도 싫더라고요. 그리고 평소엔 별로 찾지 않던 신선한 야채와 나물 반찬, 두부 정도만 먹게 되었습니다. 육류 섭취도 필요하기에 가끔 먹기도 하는데, 질 좋은 게 아니면 귀신같이 알아채게 돼서 비싼 걸로만 골라먹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아직 몸무게는 제자리이거나 가끔 1~2kg씩 떨어지기도 하네요.


이 시기를 지내면서 갖은 생각들이 듭니다.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본능적으로, 제 몸의 변화로 느끼게 돼요. 


인스턴트의 덫!


아무 것이나 먹지 못하는데, 못 먹겠다 싶은 음식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결국엔 '몸에 나쁜' 음식들이더라고요. 맵고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들,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듬뿍 들어간 음식들, 인스턴트 제품... 희한하게 어떻게 알고 이런 것을 보면 저도 모르게 구역질이 올라와요. 예전엔 정말 둔한 입맛이었는데... 아무래도 콩콩이의 '생존본능'이 아닐까요?


또 길거리를 지나면 늘 '내가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각종 음식점 간판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요. 요즘은 거리에 즐비한 간판들만 봐도 속이 뒤틀립니다. 한번 둘러보세요. 보이는 거라곤 각종 고기집과 횟집, 치킨집, 술집, 패스트푸드점들... 더군다나 그 음식들에 쓰이는 재료란 것들도 공장식 사육을 통해 길러진 건강하지 못한 육류가 대부분이죠. 저도 모르게 그런 음식 가공의 과정들이 떠오르면서 간판조차 쳐다보기 싫어지는 이 기분, 혹시 아실지 모르겠습니다.(저희 동네 한 고기집 이름은 '육식동물', 아...)


어느 순간,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거의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콩콩이가 어른들이 자본주의의 질서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먹거리들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구나. 잔인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몸소 문제제기하고 있구나. 그러나 이런 질서를 거부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정말 힘든 일이란 것도요. 정말 먹을 게, 먹고 싶은 게 별로 없거든요.


진짜 '친환경'이란 무엇일까?


얼마전 바른 먹거리 운동을 하는 '맛콘서트'(맛콘서트 블로그) 관계자분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요즘 더욱 그 취지에 공감이 갑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에 저장된 채 한정없이 유통기한만 긴 두부, 진짜 바닐라를 본 적도 없건만 너무나 익숙한 바닐라'향' 오일, '바나나'하면 진짜 바나나보다 먼저 떠올리게 되는 바나나맛 우유... 먹거리에 신경을 조금이라도 쓰는 이들은 '유기농'을 외치지만, 이 역시 상품으로서의 차별화를 위한 레이블 뿐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잘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죠. 먹거리 문제는 당장 우리 몸,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인 문제임에도 다른 거대 담론들에 뭍혀 무시되곤 합니다.


오랜만에 저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다 왜 이야기가 이렇게 튀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요즘은 이 조그만 아가가 어떻게 이렇게 엄마에게 새롭게 세상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건지 신비롭기만 합니다. 콩콩이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도 당장 제 입에 단 음식들로 제 몸을 괴롭히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물론 입덧이 가라앉으면 원상태로 복귀될 위험성이 매우 크지만요. 워낙 좋은 먹거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세상이니. ㅠㅠ)


몸이 힘들어진다는 핑계로 남편한테 짜증도 부리고, 괜한 우울함이 밀려오기도 했었는데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쓰다보니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콩콩이를 위해 좋은 생각, 좋은 음식으로 열심히 태교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종종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정말, 제게 기쁜 일이 몸에 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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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 <건축학개론>은 나의 흥미를 별로 끌지 않던 영화였다. 결혼 2년차에 접어드는 서른 두살 여기자의 머릿속에는 첫사랑의 추억이 파고들 여유가 없다. 일과 일상, 현재의 사랑(과 그를 둘러싼 모든 관계)을 위해 마음을 쓰는 것만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싱글인,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인 한 친구가 이 영화를 보자고 했다. 최근 ‘결혼정보회사’의 폐해를 낱낱이 고발하며 격분을 토하곤 하던 그가 격하게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었기에, 나는 다른 영화를 잠시 추천하는 수준의 소심한 군말만 보태고 영화를 보러 따라 나섰다.

 

지금도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함께 듣는 것은 로맨틱하다고 생각한다.(출처 : 네이버영화)

 

서른이 넘어 듣는 남의 첫사랑 이야기는 참 지루하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첫사랑의 기억이란 대체로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장기에 겪는 첫사랑이란 서툴고, 투박하고, 촌스럽다. 보기에 따라 ‘찌질’해보일 수도 있는 기억들인데, 10년쯤 지난 뒤에 보면 그 기억은 참 순수하고, 아름답고, 그리 애절할 수 없는 추억으로 포장돼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첫사랑 이야기도 그런 공식을 따른다. 스무살의 사랑은 뽀얗고 눈부시다. 승민(이제훈)은 건드리면 깨질 것처럼 투명하다. 얕은 여우짓을 떨어보는 서연(배수지)도 결국은 맑은 사랑에 이끌린다. 고교를 갓 졸업한-물론 그때는 이제 다 큰 어른이 됐다고 자부하게 되지만-스무살들에게 사랑은 완전무결한 것이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어린 사랑이라고 착한 것만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어긋나면 부정하고, 상처받고, 돌아선다. 첫사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완벽한 사랑을 강요하는 멜로영화와 드라마, 순정만화를 너무 많이 보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다.)

서른 다섯이 되어 재회한 승민(엄태웅)과 서연(한가인)을 보고선 짜증이 났다. 서연에게 상처받은 승민은 15년만에 만난 서연을 기억 못하는 척하고, 이혼의 상처를 달래고픈 서연은 승민을 찾아와 그를 흔든다. 둘다 여전히 미숙하다.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그 어설픈 스무살의 방어기제 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스무살은 추억이기에 아름답지만, 서른다섯은 현실이기에 씁쓸하다.

 

뒤늦게 사랑이었음을 확인하고 키스하는 장면에서 관객석에서는 알 수 없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출처 : 네이버영화)

 


첫사랑의 추억은 ‘나’를 위한 것이다. 어리고 순수하고 예뻤던 때의 나,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갈구하던 나, 상대로부터 애틋한 사랑을 받던 나…. 추억은 첫사랑 상대를 위하거나 고결한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아를 구성하는 소재에 그친다. 냉정히 말해 지난 사랑은 결국 나란 인간의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로 남는다.

첫사랑은 뭘 잘 몰라서 투명한 것이다. 그것을 순수함, 절절한 사랑으로 치장하고 포장하는 것은 치졸하다. 첫사랑의 신화는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고 나를 위안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지나간 사랑을 미화하는 순간, 많은 것이 어그러지는 경우를 봤다. 그냥 그때는 투박하고 촌스럽게 사람을 좋아하고, 끓어오르다가, 어느 때 식고, 그러다 사랑이 끝났던 것이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메시지라면 지나간, 애틋했던,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을 다시 찾지 말자는 것이다. 아름다웠던 어떤 순간을 끄집어내어 현실 위에 갖다놓으면, 추억은 순식간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 아름다운 추억은 그 때, 그 순간, 바로 그 상황이었기에 유효한 것이다.”

사람은 각자의 기억을 산다. 추억을 현재에 억지로 갖다놓았을 때 발생하는 기억의 불협화음은 재난에 가깝다. 추억은 그저, 흘러간 강물을 바라보듯 멀리서 바라봤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지난 추억을 좇다가, 내 앞에서 흐르고 있는 반짝이는 물결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랑도, 추억도, 모두 지금의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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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ㅁㅁ 2012.03.30 1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들은 이해못하는 남자를 위한 멜로영화

    여자들은 걍 이제훈 조정석 보고 만족하시길

    • 이고은 2012.03.30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자를 위한 멜로여서 여자들은 이해못하니 남자배우나 보고 만족하라는 이야기는 참 무례하군요.

    • 박군 2012.04.09 1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어떻게 이렇게 주관적일수 있는지
      놀라울정도군요.
      부끄러운줄아세요.

      -남자-

  2. 딸기 2012.04.11 0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저 위에 ㅁㅁ이란 분의 댓글을 보니...
    너무나도 전형적인 '미숙한 남성'의 태도...
    자기중심적이고 여성비하적인(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조차 없지만 기본적으로 소통과 배려가 없다보니 자신과 정체성이 다른 존재를 비하하게 되는 케이스. 한마디로 무식이 사람을 망치는 케이스) 남성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 4월에는 신혼부부 3쌍을 한꺼번에 만났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착한시민프로젝트의 4월 주제가 ‘착한 결혼하기’였기 때문이다. 예비신랑·예비신부들이 자신들의 결혼 과정을 세세히 기록하며 소비주의로 점철된 ‘결혼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고발해보자는 취지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척 즐거웠다. 참가자들 모두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했기 때문이다. 결혼하기도 전에 남·녀 사진을 합성해 가상 2세의 얼굴을 만들며 ‘2세 배틀’까지 보이는 기염을 토했으니 말 다했다.

'햄볶는' 착한 결혼하기 참가자들. 잘 살고들 계시죠?^^


태어나 가장 행복한 때를 살고 있으니 그런 행복한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어쨌건 다들, 너무 ‘귀·여·우·셨·다’는 사실을 꼭 말해두고 싶다.

그런데 꼴랑 반년 정도 먼저 결혼한 나는, 그 와중에 속으로 ‘한달만 지나봐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결혼 전 생각하던 결혼에 대한 ‘환상’은 대개 결혼생활의 ‘일상’ 속에서 뒤집힐 수밖에 없는 법. 결혼의 백미인 신혼여행을 지나면, 뒤이어 대혼란의 시기가 닥쳐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 ‘이런 게 결혼인가’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은 이상과 달라진다. 사람이 어디까지 유치하고 치졸해질 수 있는지, 인간성의 한계를 실험하는 일생일대의 시험기간과도 같이 느껴진달까. 특히 장남·장녀로 자기 주장이 강한 성격의 우리 부부는 더욱 그랬다.


일단 집안의 온갖 살림살이들은 모든 싸움의 빌미가 되었다.
어이없게도 한번은 내가 세탁기에 티셔츠와 수건을 같이 빨았다가 인생관까지 들먹이며 다툰 적이 있다(남편은 나보다 훨씬 깔끔한 성격으로, 그의 주장은 “옷에 수건의 먼지가 묻는다”였다). 세탁기에 수건과 겉옷을 한번에 넣고 빨래를 돌리느냐 마느냐, 밥먹고 바로 설거지를 하느냐 쌓아두느냐, 침대 위의 이불을 개켜놓느냐 펼쳐놓느냐 등등… 이슈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삼십년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남·녀가 하루 아침에 공통된 생활 양식으로 합의하며 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즐겁게 시작한 대화가 단 한마디 때문에 삐꺽거리면서 남북대치보다 더 심각한 갈등상황에 놓이는 일이 벌어진다는 거였다. 상대의 의견에 동조하려고 덧붙인 말이 반박하기 위한 말로 둔갑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가볍던 대화도 점차 주제가 무한확장되면서 ‘100분 토론’으로 변모하는 일도 왕왕 발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둘다 별로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일리있는 주장을 펴고 있었던 거다. 그러다 나는 부부간, 남녀간의 다툼은 결국 콘텐츠가 아니라 ‘대화법’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케이블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스테디셀러로 각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건 분명 인류 공통의 영원한 숙제다.

전혀 다른 문화를 살고 있는 남녀의 차이를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언어학자인 조지타운대의 데보라 타넨 교수가 쓴 <You just don’t understand>(한국에서는 <남자를 토라지게 하는 말, 여자를 화나게 하는 말>로 번역됐다)도 90년대 미국의 베스트셀러였다.
타넨 교수는 남·녀 간의 언어는 각기 ‘다른 문화권’의 언어와도 같다고 봤다. 그래서 이를 ‘genderlect(성별 언어)’라고 불렀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녀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대화하라’는 과제를 던져줬더니, 여학생들은 이내 서로 심각한 이야기까지 나누며 친해졌지만 남학생들의 양상은 전혀 달랐다. 남학생들은 서로 어색하게 쭈뼛쭈뼛하더니, 무언가 ‘게임’을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고, 게임을 통해 기어코 승자와 패자를 갈라내더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여성이 ‘관계’를 중시하고 소통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반면, 남성은 독립성을 중시하고 지위관계를 확고히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타넨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니 함께 대화를 하고 있어도 각자 다른 목적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대화 도중에 끼어드는 행위에 대한 남녀의 인식은 정반대인데, 여자는 상대방의 말에 동조하고 공감하기 위해 대화에 끼어들지만 남자는 반박하고 자기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대화에 끼어든다. 이러니 서로 가까워질수록, 깊이 다가설수록 싸우는 게 당연하다.

2002년 세계 최고령 신혼부부로 기록된 할머니, 할아버지. 이분들도 신혼 초 기싸움을 할까?


때문에 결혼 생활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당연히 여기고 ‘권력 투쟁’을 힘들고 소모적인 과정이 아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진통이라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나 남·녀가 다르면 서로 다른 문화권,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으로 여길 정도겠는가.

생각해보면 결혼을 한 후, 남편과 유치한 싸움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내게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문제해결을 우선시하는 남편의 충고와 쓴소리 덕분에 예전엔 미처 몰랐던 나의 단점들을 알게 됐다. 남편은 여자친구들로부터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주는, 새로운 유형의 조언자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시행착오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종족,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문화 체험’의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인류공통의 숙제를 풀고 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여유를 갖게 된 걸 보니, 나도 공부가 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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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있슴아 2011.06.30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혼 생활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공부가 필요한듯...

    • 이고은 2011.06.30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인생은 공부의 연속인듯 싶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 칼있슴아 2011.07.08 1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산은 지금...
      힘들어요 한진중공업.
      9일 2차 희망버스가 오는데...
      매일은 못가지만 자주 가서 머릿수라도 보태고 있답니다.

      부경아고라란 카페회원인데...
      오시는 손님께 1차때도 했고 2차때도
      오뎅탕을 준비해서 (부산어묵 유명하잖아요~^^)
      대접하려 한답니다.

    • 이고은 2011.07.13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칼있슴아님께 박수를... 짝짝짝

  2. 딸기 2011.06.30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 참 공부가 많이 필요하지...
    결혼생활에, 정답은 없는 것같아. 난 벌써 15년차가 됐지만서도...
    그리고 아이를 키울 때에도 마찬가지임.
    엄마가 되는 데에도 공부가 필요하고, 계속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3. 2011.07.20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2011.07.20 0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2011.08.04 18: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dainn 2011.08.24 0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들렀는데 좋은글들이 너무 많네요
    잘읽고갑니다. ^^

    • 이고은 2011.08.25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고맙습니다. 이번엔 우연히 들르셨지만, 앞으론 일부러 들러주세요.^^

  7. shanti 2011.09.01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이 글을 이제야 읽었네요.
    아직 신혼이라 그런지 알콩달콩 재미있네요~^^

    언제 한번 착한 결혼하기 커플들 모여서 결혼 후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수다로 풀고 싶은데..
    reunion 같은 것 없나요?ㅎㅎㅎ

    • 이고은 2011.09.06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 언제든 환영이지요. 파릇한 신혼부부님들께서 초대해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겠습니다.ㅋ 알콩달콩 재미있으시다니 천만다행~!!^^

  8. 뚠쭈이 2011.10.13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네요ㅎㅎ 현실적으로 보게 되네요

지난 주말 집들이를 했다. 남편의 회사 동료들이 우르르 집으로 몰려왔다. 나는 10명씩이나 되는 유례없는 단체 손님맞이에 혼이 쏙 빠졌다. 없는 솜씨에 10인분어치 저녁밥까지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 식사는 밖에서 해결. 대신 명색이 집들이인 만큼 2차로는 집으로 모셔서 이런저런 안주거리를 내놓으며 현모양처인양 폼을 좀 잡았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빈 맥주병이 무작위로 쌓여갈 때 쯤이었다. 누군가가 텔레비전 리모콘을 찾아 화면을 켜더니 채널은 이내 SBS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작된 <시크릿 가든>. 집들이 손님들은 일사불란하게 TV 화면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둘이 몸이 바뀐 거야? 어떻게 된 거야?” “깨어났어? 기억이 돌아왔어?” “주원이가 기억을 못한다. 어쩌냐….”

이 멘트들은 모두 건장한 30대 남성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 조그만 신혼집에 모인 성인 남자들이 옹기종기 쪼그리고 앉아 드라마를 보고 수다를 떠는 광경이라니, 놀랍고도 귀엽기 그지없었다. <시크릿가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비가 오면 몸이 바뀌는 남녀의 애닲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시크릿가든>은 종영 2회를 남겨두고 폭풍 인기몰이 중이다. 주인공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의 사랑이야기가 하도 달달하고 애틋해서 보는 이의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캔디와 재벌2세의 만남, 돈으로 이들의 사랑을 막는 부모, 기억상실증과 뇌사…. 뻔한 순정만화식 스토리에 몸이 바뀐다는 설정이란 판타지적 요소까지. 어찌보면 이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에서 이미 다 써먹은 갖은 클리셰를 몽땅 다 동원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아 보인다.

산으로 갈 만한 요소로 가득한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뻔한 설정과 틀을 비틀어 보여주는 제작진의 탁월한 감각이다. 영화 <슈렉>의 순정만화판이랄까?

캔디와 왕자가 만나면 늘 ‘신데렐라 스토리’가 완성되지만 <시크릿가든>은 ‘인어공주 스토리’를 향해 간다. 스스로를 ‘사회지도층’이라 부르고 결혼도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김주원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니 연애나 ‘쎄게’ 해보자며 둘도 없이 나쁜 남자를 자처한다. 그의 논리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그런데 김주원은 무언가 다르다. 재벌2세 중에 저렇게 ‘적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렬하게 사랑하겠다고 덤비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사람들은 드라마의 비현실적 설정이 주는 식상함은 잊고 김주원이란 캐릭터에 빠져든다. 그는 왕자도 아니고 난봉꾼도 아니다. 드라마의 식상한 장치들은 오히려 그의 캐릭터를 신선하게 느끼게 만든다.

한편 길라임의 모습을 한 김주원이긴 하지만, 길라임은 돈으로 둘을 갈라놓으려는 어머니에게 “매달 주는 거냐”며 그날 그 돈을 바로 다 써버린다. 뇌사 상태에서 벗어난 뒤 김주원의 어머니에겐 “아드님 저 주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길라임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된 캔디로 한국 드라마의 식상한 캔디들을 깨부순다.



그러나 결국 드라마가 그리는 것은 ‘고전’이다. 드라마는 그저 외양만 조금 상큼하게 다듬었을 뿐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인어공주의 물거품이 되겠다고 스스로를 던진 여자, 그 여자를 위해 자신의 영혼을 버리는 남자. 이보다 더 아름답고 애절한 고전은 없다. 드라마의 끝이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시크릿가든>이 추구하는 것이 영원한 고전, ‘사랑’이라는 사실이다.

고전과 낭만이 사라진 시대, 사람들은 사랑을 아름답게 다루는 이런 류의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판타지를 채운다. 사랑을 갈망하는 수많은 젊은 여성은 물론, 사랑하는 방법조차 잘 모를 것 같은 무뚝뚝한 남성들까지 이런 드라마에 매료된다. 그만큼 ‘사랑’이 귀하기 때문일 것이다.


왠지 <시크릿가든>의 인기가 높다니 세상이 살만한 듯 느껴진다. 아직도 이런 낭만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을 요모조모 따져가며 결혼을 생각하고, ‘남자는 돈 여자는 외모’라는 도식 아래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다들 속으로는 이런 낭만을 꿈꾸고 있는 것이리라.

<시크릿가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시크릿가든>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늘 질문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김주원처럼 최대한 까칠하게, 최대한 못됐게, 최대한 맹렬하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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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내게 아주 역사적인 해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거사 가운데 하나인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신혼 3개월을 갓 넘긴 새 신부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무한독점’할 수 있는 이 결혼이란 제도가 무척 훌륭한 것 같다고 감히 ‘지금은’ 말하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집에 가면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보통 이런 멘트는 남자들에게서 나오지만 상대가 ‘여기자’일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달라진다.)

경향신문 DB


여느 신부들처럼 나 역시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계획할 때만 해도 무척 설레고 들떴다. 여자라면 ‘결혼식 때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을 것인가’에 대한 꿈을 한번쯤 꿔봤을 것이다. 막상 결혼 준비를 하게 되면 ‘메이크업은 청순하게 할 것인가 화려하게 할 것인가’ ‘웨딩 촬영은 어떤 스튜디오에서 할 것인가’ 등 고민할 거리가 점점 늘어나지만, 이 모든 과제들마저 행복한 고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드레스를 고르는 일이었다. 늠름한(!) 어깨라인을 커버하고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게 하는 라인의 드레스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쳤는지 모른다. 웨딩사진 스튜디오를 고를 때에도 ‘화사하고 고급스럽지만 역동적이어서 살아있는 표정이 나올 수 있는’이란 모토 아래 수십 군데의 스튜디오 사진을 비교·분석했다. 평소에 꿈꿔왔던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의 야생(?)적인 허니문’이란 콘셉트에 비교적 가까운 신혼여행지를 찾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고, 다시 하라면 못할 신혼집을 찾고 꾸미기 위한 지난한 과정도 당시엔 흥겨웠던 기억이다.



나의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엄마도 아니고 예비 시어머님도 아닌 ‘웨딩 플래너’다.

직장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나와 남편은 웨딩 플래너를 통해 시간적 부담을 꽤 줄였다. 게다가 요즘 웨딩 컨설팅 업체들은 따로 플래닝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서도 각종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몇년 전과 비교해보면 연예인이 직접 나서 사업을 하는 업체에서부터 대기업의 이름을 끼고 운영되는 회사들까지, 정말 많은 컨설팅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웨딩 박람회나 웨딩 관련 업체들도 마구 범람하고 있다. 국내 유명 연예인들의 웨딩 촬영을 많이 해 입지가 높아진 한 웨딩사진 전문 스튜디오는 곧 ‘중국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고 한다. 웨딩 ‘산업’도 글로벌해지고 있다니 놀랍다.

한 웨딩박람회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부부. 경향신문 DB


한번은 국내 최대 웨딩 컨설팅 업체의 홍보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 관계자는 “웨딩 컨설팅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웨딩 가격의 거품이 걷히기 시작했다”며 순기능을 강조했다. 이 회사의 원래 주 종목은 결혼정보업이었으나, 최근 컨설팅 분야가 뜨면서 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단다. 과거 ‘패키지’ 운운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했던 예식장 등 웨딩 관련 업체들이 챙겨갔던 비용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어있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럼 과거보다 거품도 많이 걷혔고, 소비자 돈을 한푼도 안 챙긴다는 웨딩 컨설팅 회사는 대체 무얼 먹고 사느냐?



내 웨딩플래너의 귀띔에 따르면, 싱겁게도 계약을 맺은 예식장·스튜디오·예물샵 등 웨딩 관련 업체들로부터 광고비·소개비를 받아 운영된다고 한다.

뒤집어보면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중개 수수료 대신, 관련 업체가 책정하고 있는 각종 결혼 비용이 그 수수료와 광고비를 충당하고도 남을만큼 높게 책정돼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웨딩 컨설팅 업체가 각종 ‘할인 혜택’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인하지만, 이 할인 금액 역시 높아진 웨딩 비용 내에서 철저히 계산된 혜택이란 의미다. 결국 컨설팅 업체를 통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꼴이 된다.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웨딩 컨설팅 업체들을 보면 여전히 결혼 비용에 낀 거품들이 상당할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그 많은 업체를 벌어먹이는데, 대체 얼마나 ‘파이’가 클지 상상이 간다.

MBC '우결(우리 결혼했어요)'의 한 장면. 경향신문 DB


결혼 3개월이 지나니 결혼 전에 들뜬 마음으로 찍은 웨딩 촬영 앨범이 뒤늦게 도착했다. 앨범 하나 만드는 데 3개월이란 시간이 걸릴 정도라는 사실 역시 웨딩 산업의 ‘활황’을 말해준다.


막상 앨범을 들춰보니 왠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예비 부부들의 ‘편의’를 위해 커플들이 찍은 사진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스튜디오의 인터넷 카페에서 내 앨범을 기다리며 꼭같은 콘셉트의 남의 사진을 3개월간 뚫어져라 살펴본 결과다. 막상 스튜디오를 고를 때는 고심고심해서 심혈을 기울였는데, 이후에 막상 앨범을 펼쳐보이니 그닥 마음에 차지 않는다. 놀이동산에 가면 있는 얼굴 뚫린 백설공주 보드판에 얼굴만 넣고 사진을 찍은 기분이랄까?

그 앨범을 들춰보며 “그래도 촬영하면서 즐거웠잖아” “결혼 준비하면서 재밌었잖아”라고 읊조려본다. 실제로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돌아가도 ‘일생에 한번인데’란 이유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할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어쩐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우리도 처음엔 아주 가까운 지인들만 모셔놓고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꿈’을 꿔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결혼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랑에 빠진 남녀의 로맨스를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로맨틱한 방법은 없는 걸까? 다른 건 몰라도 
‘웨딩 산업’이 커지면 커질 수록, 그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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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ㅎ;;; 2011.01.03 2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웨딩업계일을 하고있는 입장에서 정말 어이가없군요
    컨설팅업체가 무슨 홍보대행사입니까? 광고비 받고 하게 ㅋㅋㅋ

    • 이고은 2011.01.04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는 곳도 아직 있겠지만, 요즘 대세는 업체들로부터 광고비 혹은 소개비를 주수입원으로 한다고 하더군요. 웨딩 업체는 광고 및 마케팅 효과를, 컨설팅 업체는 확보한 고객망을 통한 포털화를 노리는 것이지요. 소비자는 무료로 혜택을 누리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비싼 요금을 지불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2. 전북의재발견 2011.01.04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혼하신거 축하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 이고은 2011.01.04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전북의재발견님도 항상 행복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ㅋ 어떤 분은 새해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하더군요.^^

  3. 매실장아찌 2011.01.04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결혼준비하면서, 드레스,메이크업,스튜디오등의 결혼비용이 명확하지 공개되지 않은게 가장 답답하더라고요.어느 상품이건, 모든건 '가격'이 표시되어있는데 웨딩관련업체중 그런곳은..어디와도 제휴하지 않은 스튜디오 몇개뿐이었어요.

    • 이고은 2011.01.04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어느 누구도 결혼식에 드는 여러 비용들이 왜, 어떻게 산출되는지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결혼을 앞두고 들뜬 마음의 예비부부들은 "군색해지지 말자"고 지갑을 열죠. 저처럼 3개월만에 이성을 되찾지만요.ㅋ

  4. 설믜 2011.01.04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혼'에 대한 꿈이 큰 사람이라 주변분들 결혼하는 걸 눈여겨보고 있는데,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군요. 거품이 빠진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지네요.

    • 이고은 2011.01.04 16: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든 것을 핸드메이드로 하지 않는 이상 거품을 완전히 뺀 선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되는 것 같아요. '패키지'식으로 묶인 서비스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중에서 중요도와 필요도를 따져 선택하는 것이 현 시스템에서는 최선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쉽지만...

  5. 밍밍 2011.03.03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혼비용 거품은 얼마나 될까? 기사제목보고 읽었는데,, 뭐 기자님도 잘 모르시는지, 아님 기사가 아니라 에세이라 생각만 적으신건지.. 그냥 구체적인 수치는 아니더라도 뭐 대충이렇더라라는 내용도 없어서 근무하다가 바쁜와중에도 제목보고 끝까지 읽었는데,, 허무해서 댓글달아요.. 보통 사람이 쓴글이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기자님이시라 무슨 정보라도 기대했는데,, 투덜거려 죄송해요.. 저도 기자한적이 있어서.. 혼자 투덜했네요.. 결혼축하드립니다^^

    • 이고은 2011.03.03 21: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네. 기사가 아니라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쓰는 블로그라서 구체적인 취재나 수치 기재는 자제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정보가 되는 글도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따금 네이버 검색을 하다보면 엉뚱하게 70~80년대의 뉴스가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http://dna.naver.com)’를 통해 걸릴 때가 있는데 종종 읽어보면 재미난 게 많다. ‘뉴스(news)’라는 게 원래 새로운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니 당시만 해도 가장 최신의 소식들을 다룬 것일텐데, 수십년이 지나 다시 보니 그렇게 촌스럽고 격세지감이 느껴질 수가 없다.

특히 사랑이나 연애와 관련해서는 180도 변화한 사회 풍조를 느낄 수 있다.


예컨대 1985년 9월 30일자 경향신문의 기사 ‘미혼남녀 사랑의 유형’을 보자.

기사의 리드는 “우리나라 미혼남녀의 결혼관과 이성을 보는 눈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며 비현실적인 면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로 시작한다. 서울대 의대 김중술 박사(임상심리학)가 남녀 236명을 대상으로 우정·희생·논리·쾌락·낭만·소유적인 사랑 등 6가지 유형 가운데 사랑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를 다룬 기사다.

조사 결과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미혼 남녀는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 ‘낭만형’으로 분류된 예가 가장 많았다. 남성 26%, 여성 29%를 기록했으니 3명 중 1명이 낭만을 추구한다는 말이 되겠다. 여기서 설명하는 낭만형의 의미를 보면 “순간적으로 사랑의 불꽃이 타기 시작하는 형으로 한순간도 헤어져서는 살 수 없다고 느낀다. 상대방을 주관적인 눈으로만 보고 서로 완전히 드러내 보이기를 원한다”이다.


반대 유형인 ‘논리형’을 보면 “남편 혹은 아내로서의 조건을 신중히 따지며 용모, 교육정도, 가정환경 등에서 자기 분수에 맞는 배우자를 고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유형은 남성 15%, 여성 17% 정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결혼은 물론 연애에 있어서도 ‘스펙’을 따지는 지금의 세태와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대조적인 결과라 흥미롭다.



기원전 24세기의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이란 탄식이 적혀있다고 하긴 하더라만, 50년 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의 연애’에 대해 한탄했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1962년 7월 11일자 경향신문 기사 ‘연애, 웨트 러브(wet love)에서 드라이 러브(dry love)’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어떤 스타일의 연애를 하고 있을까? ‘손짓만 하면 끝나는 연애’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여석기 교수는 이런 형의 연애를 일러 ‘드라이 러브’라고 이름지었다. 말하자면 눈물이 없는 건조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김붕구 교수는 오늘의 젊은이들은 이성끼리 서로 만나는 절차도 간단하고 또 헤어지는 것도 얼른이라고 말했다. 여하간 훌쩍거리는 ‘웨트 러브’(눈물 연애)의 시대는 이미 19세기의 고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첫번째 기사보다 20년전의 이야기인데 세태가 거꾸로 가는가 싶지만, 거꾸로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드라이 러브’가 기사로 쓰여질만큼 당시 식자층들에게 연애 세태의 변화는 대단한 사회문화적 변화로 여겨졌다는 말도 될 테다.

영화 '연애의 목적'. 경향신문 DB




제목만 보고 솔깃했다가 읽어보고 실망하게 된 ‘낚시성’ 기사도 1976년 4월 28일자에 등장한다.

‘가난한 애인은 연애 못하나’란 제목의 기사는 과거에도 돈과 계급에 의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요즘과 같은 세태가 존재했었구나, 하는 진지한 유추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막상 읽어본 기사 내용은 싱거운 웃음을 자아냈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28일 경범 처벌법 위반 혐의(풍기 문란)로 경찰에 연행된 이모씨와 강모양 등 2명을 훈방했다. 이들은 27일 하오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뒤 윤중제에서 부둥켜안고 사랑을 속삭이다 순찰 중이던 당산파출소 소속 방범대원 2명에 의해 경찰서로 연행되어 하룻밤을 보호실에서 보냈다. 이들은 28일 상오 즉심서류 심사 기간에 ‘가난한 애인들은 연애도 못하느냐’고 항의, 보안과장 이상우 경정이 이들의 딱한 사정을 받아들여 훈방했다”

‘풍기 문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난한 연인들이 더욱 뜨겁게 연애할 수 있었던 수십년 전의 풍경은 2010년에 보기에는 이토록 생경할 수가 없다.

Posted by 이고은
TAG 사랑,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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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쓴 ‘연애, 하고 있나요?’를 읽은 K 선배는 “그래 너는 했다 이거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고?

나는 1년 9개월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그것도 지난 9월 말에. 그러니까 나는 결혼한지 이제 갓 한달을 넘긴, 완전 초짜 유부녀가 되겠다.
나 역시 결혼하지 않았던 시절, 앞서 나열했던 미혼의 두 가지 케이스를 얼추 비슷하게 경험한 바 있다. 이러다 혼자 외롭게 늙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가열차게 소개팅을 연이어 해대거나, 그러다 지쳐 ‘남자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소개팅을 끊고 건어물녀가 되었던 적도 있다. 그게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다. 첫눈에 하트가 뿅뿅 터질 정도로 순수하기만 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난 이 사람과 금세 사랑에 빠졌다.

지금도 무척 현실적인 남편은 만난지 일주일만에 고백을 하면서 꽃다발 대신 독일제 정수기 주전자를 내밀었다. 언젠가 중요한 사람을 만나면 주고 싶어서 독일 여행에서 2개를 사두었다나. 마트에서 물을 사먹는다는 내 말에 그는 정수기 주전자가 떠올랐다고 한다.
지금은 폐차한 97년식 세피아(우리에게는 사랑을 이어준 애마였다)의 고장난 뒷 트렁크 문을 낑낑거리며 열고 정수기를 꺼낸 그의 순박한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정치부에서 일하며 노회한 정치인들을 많아 보아오던터라 ‘꾼’처럼 보이지 않은 그의 모습이 그리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문제의 정수기 주전자. 상표는 모자이크 처리했어요.



정확히 3일을 튕긴 후, 만난지 열흘만에 교제를 결심하고 두달 만에 엄마에게 그를 소개시켰다.

나는 사랑에 빠진 이유에 대해 지인들에게 정수기 주전자 스토리와 함께 “시력이 양쪽 다 1.0, 1.0이고 이빨도 하나도 안 썩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소나 말 고르냐”며 야유했지만, 왠지 모르게 내겐 무척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당시 내눈엔 뭐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으리라.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감격스러웠는지 우습기도 하다.

결혼 한 달, 보다 이성적인 상태로 돌아와 당시를 되돌아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남편은 내게 실용적인 정수기 주전자를 선물함으로써 자신의 유머감각과 경제적 현실감을 과시했다. 실제로도 그는 나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똑부러지고 현실적이다. 경제적 능력은 이 부분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신문 기자의 배우자로서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어쩌면 나는 그의 순수함 대신 이런 현실적 면모를 본능적으로 캐치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신체 조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우성학에 관한 서평기사(기사보기)를 쓰면서 나는 내가 왜 그의 시력과 치아상태에 ‘꽂혔’는지 깨달았다. 심도있는 분석 끝에 “유전적 우성인자를 찾는 본능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모성본능이 매우 충만한 여성이라는 결론도 얻게 됐다.


"햄볶아요" 경향신문 DB



아무리 순수한 사랑이라고 포장지를 덧대도, 결국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랑에서도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스님의 주례사>를 쓰신 법륜스님은 “배우자 덕 보려고 하지 마라”고 하셨지만(기사보기) 어디 그게 그리 쉬운 말일까.
그러니, 상대의 조건을 따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너무 죄책감에 빠지지 말자. 사랑은 약간의 가식과 약간의 본능이 어우러진 감정의 총체다.

다만 대형서점에서 연애 관련 서적은 ‘자기계발’ 코너에 비치돼 있던데 이 부분은 좀 시정됐으면 좋겠다. 너무 직설적이어서 낯간지럽다. 그래도 명색이 사랑인데, 조금의 낭만은 남겨뒀으면 한다.

Posted by 이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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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상나무 2010.11.09 1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빨'이라는 말은 사람에게 쓰지 않고 동물의 경우에만 쓰는 걸로 알고 있어요.
    사람은 그냥 '이'라고 하거나 '치아'라고 하는게 맞다고 들었거든요.
    한번 확인해 보시길^^;;

    • 이고은 2010.11.10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머 세심하기도 하셔라. 감사합니다. 제 동물적 감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단어선택이었다고 생각해주세용.ㅎㅎ

  2. K선배 2010.11.10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는 염장길로 나아가고 있구나... ㅋㅋㅋ
    근데 글이 넘 재밌다.
    정수기에 모자이크 처리까지 하느라... 니가 고생이 많다

  3. 날나리 2010.11.10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글이 넘 재밌네요. 저도 얼마전에 결혼해서 공감도 많이 되고요.ㅎㅎㅎㅎㅎ
    전 변기청소 잘 하는 남자를 선택했지만요.ㅎㅎㅎ

    • 이고은 2010.11.11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날나리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변기청소라... 결혼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한몫을 했으리라 생각되네요!ㅋ

    • 갈매 2010.11.12 2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두 분 대화 무지 웃기지만 매우 현실적인 기준이라 생각됩니다. 화장실청소, 변기청소는 정말 힘이 좋아야 하죠. 연약한 아녀자의 힘으로는.. 화장실 청소 한번 하고 나면 힘이 쫘악 빠지기 때문에..

      저 정수기는 나도 애용하는.. 이제 쓴지 한참되서 새로 바꿀 때가 된 듯.. 아무튼 고은씨..저런 정수기를 사 주는 남자라면, 정말 잘 만난듯. 염장질에 속이 쓰리긴 하지만, 이런 사람 어디 또 없을까? 보이면 나한테 바로 연락 좀. ㅎㅎ

  4. 박건웅 2010.11.10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고은기자님..글 재미있게 잘읽엇습니다..^^
    늦엇지만 결혼축하드리구요,,ㅎㅎ 저는 올4월에 늦장가를 갔습니다..
    결혼같은기수군요

  5. 이정은 2010.11.15 1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연애와 결혼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중이라 글이 아주 쏙쏙 들어오고,
    내가 둘의 연애를 보며 부러워했기 때문에, ^_^;
    그리고 시장에서 소를 고르는 언니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참 므훗한 웃음이 납니다,

  6. 지나가던 사람.. 2010.12.02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이 참 재미있게 읽힌다. 나에게 재미있다는 것은 쉽게 와 닿고 무언가 가슴에 남는 글이라는 뜻이다. 젊은 사람들이면서 젊은 애들과 다른 무엇이 있다. 그러다 "두달 만에 엄마에게 그를 소개시켰다."라는 대목에서 잠깐 갸우뚱... 기자도 가끔 문법 오류가 있구나...그래서 더 글이 좋다. 나같은 서민 늙은이 들에겐 많이 똑똑한 사람 너무 많이 예쁜 사람 너무 잘난 사람 너무 돈많은 사람..하여튼 너무가 들어가는 너무 완벽한 사람이나 이야기들은 숨이 막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