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아프리카
신현수 글·전주영 그림 | 열다 | 184쪽 | 1만1000원
아프리카는 처음부터 구원받지 못한 땅이었을까. 오늘날의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기아에 허덕이는 깡마른 아이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잦은 내전과 질병, 낮은 경제성장률, 높은 문맹률…. 만약 신이 있다면 이 땅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프리카의 현실은 참혹하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지만, 흑인에 대한 경시와 차별은 여전하고 ‘흑인은 열등하고 미개하다’는 편견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15세기 이전의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다. 인류 4대 문명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의 발원지 아프리카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인류의 고향’이었다. 뿐만 아니라 광활한 대자연과 풍부한 광물 자원을 토대로 무역도 발달했었다. 지금도 아프리카는 세계 인구의 15%가 살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며, 영토 역시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다. 그런 아프리카가 왜 이렇게 무너져 버렸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참 미미하다. <처음 만나는 아프리카>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는 번영을 이루었던 땅 아프리카가 퇴보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읽기 쉽고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비극은 16세기 노예 무역이 횡행하면서 시작된다. 흑사병이 휩쓸고 간 유럽에는 노동력이 부족했고, 노예를 찾는 수요가 높아져만 갔다. 서아프리카의 국가들은 대서양을 건너 온 유럽인들의 높아진 수요에 맞춰 노예 무역을 확대한다. 아프리카에서 희귀했던 총과 화약, 술, 담배, 귀금속 등 물건들을 얻기 위해서다.
저자는 노예 무역에 관한 기록을 토대로 끔찍했던 당시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노예 무역으로 번영했던 베닌, 다호메이, 아샨티 왕국 등은 힘이 약한 주변 나라나 마을을 공격해 포로들을 노예로 팔았다. 노예사냥꾼에 의해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짐승처럼 사고 팔린 흑인 노예들의 참상은 상상 이상이다. 유럽으로 이들을 실어 나른 노예선의 환경은 너무도 참혹해 ‘바다 위의 지옥’으로 불릴 정도다. 가축처럼 갇힌 채 대서양을 건너면서 죽어나간 노예는 250만명에 이른다.
노예 무역은 아프리카에 심각한 문제를 남겼다. 힘 세고 젊은 남자 노예가 많이 팔려나가면서 아프리카의 남녀 성비는 최고 40 대 100에 이르렀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아프리카의 경제와 산업은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상품’으로 취급하며 이들을 미개하고 열등한 인종이라 인식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는 향후에도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발전하는 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고 설명한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아프리카는 줄곧 시련을 겪었다. 유럽 식민지 시대에 아프리카는 대부분 유럽 열강에 의해 갖은 약탈과 핍박에 시달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이 독립을 이룬 지금까지도 아프리카의 완전한 자립은 어려운 상태다. 불행했던 과거의 유산들 때문에 부족 간 다툼과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오랜 오해와 편견처럼 미개하고 열등한 대륙이 아니다. 노예 무역과 노예제에 맞서 싸운 역사적 기록이 있고, 지금은 진정한 독립과 자치를 위해 아프리카 연합을 구성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일은 인류 진보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로 이어진다. 여전히 약육강식의 논리를 주창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세계인들에게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는 중요한 참고서가 된다.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Article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과 삶]‘노예 무역’으로 퇴보한 아프리카, 그 대륙의 상처를 만지다 (1) | 2012.07.24 |
---|---|
[책과 삶]첫 연애편지에 가슴이 찌릿…어? 내가 아니라 반장한테 보낸 거잖아! (0) | 2012.06.26 |
[책과 삶]설계된 아이 시우 “엄마, 나도 감성을 갖고 싶어요” (0) | 2012.02.04 |
[책과 삶]자, 이제부턴 네 마음 속을 들여다봐 (0) | 2011.12.30 |
[책과 삶]이 땅의 호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0) | 2011.12.10 |
[책과 삶]낙엽으로 가위바위보 놀이 해볼까 (0) | 2011.11.26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여유가 있어야 2012.08.03 1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프리카가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는 여유가 없어서일 것!
날씨도 날씨지만, 야생동물들의 위협도 굉장했고 또.. 식량을 여유있게 생산해내지 못해서...
근데 지금.. 우리나라가 그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임! ㅠ.ㅠ